사진설명 : 데스피나역(코지 판 투테)홍혜경<오른쪽>, 아제마역(세미라미데)신영옥<가운데>,
질다역(리골레토)조수미<왼쪽>의 과거 '메트' 무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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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얘기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 중 하나가 한국의 소프라노들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로 “조수미는 과연 세계 제일의 소프라노인가?” “외국 오페라하우스에서 신영옥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아니면,
“홍혜경과 조수미 중 누가 더 잘하는가?” 이런 것들이다.
사실 어려운 질문들은 아니지만 명쾌한 해답을 하기 전에 팬들이라면 알아야 될 것이 있다. 즉 목소리에도
종류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성의 목소리에는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와 알토가 있고, 남자에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가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여섯
성부(聲部)들 안에도 더 자세한 분류가 있으며, 또한 각 소리들이 다 다른 것이다. 야구선수라고 해도 투수와 포수의 역할이 다르며, 타격이나
수비가 전문인 선수가 따로 있는 것과 유사하다. |
여성의
목소리들 중에서 가장 흔하며, 오페라 주인공으로도 가장
많이 쓰이는 성부가 소프라노이다. 소프라노는 종류와 분류법도
다양하다. 소프라노 중 가장 가벼운 소리를 ‘레제로 소프라노’라고
부른다. 성질(性質)이 가벼워서 부드럽고 발랄하고, 기민한
기교에 능하다. 가볍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더 높은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런 소프라노들이 초절(超絶)적인
기교를 잘 부리는데, 이럴 때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라고들
부르기도 한다. 레제로 소프라노가 부르게 되는 대표적인
주역들로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위시하여 ‘리골레토’의
질다, ‘가면무도회’의 시종 오스카, ‘피가로의 결혼’
중의 하녀 수잔나 등이 있다. 이런 역할들은 레제로 소프라노가
불러야 작곡가가 의도한 캐릭터와 표현에 적합하게 되는
것이다. 조수미와 신영옥이 모두 레제로 소프라노에 해당하며,
한국 성악가들에게 많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는
조안 서덜랜드, 루치아나 세라 등이 한 때를 풍미했고,
지금은 에디타 그루베로바나 나탈리 드세이 등이 정상급에
있다.
다음으로
레제로보다는 무겁지만 그러므로 더욱 서정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가진 소리를 ‘리릭 소프라노’라고부른다. 리릭
소프라노들은 콜로라투라 기교와는 잘 맞지 않지만 반면
악절을 길게 늘어뜨리는 서정적인 노래에는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레제로가 젊은 처녀나 하녀 등의 역할이 많은 데
반하여 리릭은 좀더 우아한 여성이나 귀부인 등에 적합하다.
대표적인 배역이 ‘라 보엠’의 미미,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등이다. 유명했던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가 여기에 해당되며 키리 테 카나와,
미렐라 프레니, 안젤라 게오르규 등도 이 범주에 있다.
홍혜경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 그녀를 조수미와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박찬호와 이승엽 중 누가 더 잘 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다. 레제로와 리릭 소프라노의 중간쯤의
소리를 ‘리릭 레제로 소프라노’라고 부른다.
리릭보다는
좀 무겁지만 드마마틱 정도로 심하지는 않는 소리를 '리릭
스핀토 소프라노' 또는 ‘스핀토 소프라노’라고 부른다.
이것은 아주 극적인 표현이 가능하므로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극적인 오페라의 주인공들로 이 소리를 많이 기용한다.
‘토스카’나 ‘나비부인’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일
트로바토레’나 ‘가면 무도회’ 등에도 이 소리가 어울린다.
소프라노들 중에서 가장 무겁고 극적인 소리를 가진 이들은
오페라의 전편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드라마틱 소프라노’라고 불리는 드물고 귀한 소리이다.
‘노르마’를 위시하여 ‘아이다’, ‘운명의 힘’, ‘투란도트’의
공주, ‘발퀴레’의 브륀힐데 등이 대표적인 역(役)들이다.
마리아 칼라스를 위시하여 게냐 디미트로바, 에바 마르톤
등이 유명했으며 최근에는 마리아 굴레기나가 있다. 그러나
소프라노들이 처음부터 드라마틱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더
드물다. 처음에는 리릭이거나 심지어 레제로였던 경우라도
연륜이 늘어나면서 소리가 점차 무거워지고 깊이가 생겨
점차 드라마틱 역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즉 조안 서덜랜드나 몽세라 카바예 같은 이들은 처음에는
레제로였으나 놀라운 자기 계발에 의해 만년(晩年)에는
드라마틱 레퍼토리까지 정복하고야 말았다.
결론적으로
세계 오페라계(界)에서는 같은 소프라노라도 그 스타일에
따라서 몇몇 파트로 분야가 나누어져 있고, 그 각 파트마다
세계적 수준의 대가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스리
소프라노들은 각 파트에서 세계 최고봉은 아니라 할지라도
포지션 별로 메이저 리그급에 있는 가수들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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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정신과 전문의ㆍ오페라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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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몇번 이 문제 이야기 한적 잇죠..감사드립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어요. 박종호씨 또 만나네요.^^
같은 소프라노라도 저마다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겠죠. 좋은자료 저도 도움이 되었네요. 감사드려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