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적절한 몸짓은 대화의 풍미를 높여준다
모 기업에서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참관한 적이 있다. 패기 넘쳐야 할 지원자들이 하나같이 두 손을 모은 채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마치 말하는 인형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왜 제스처를 취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취업 학원에서 배운 자세라고 했다.
틀로 찍어낸 것만 같은 똑같은 몸짓을 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활발한 사람보다는 조용한 사람을, 열정적인 사람보다는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계 최초의 대통령 선거 TV토론 주자는 케네디와 닉슨이다. 1960년 9월 26일, 패기의 케네디와 노련한 닉슨이 시청자들 앞에 섰다.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시민들은 논리적인 닉슨이 잘했다고 평했지만 TV시청자들은 케네디의 손을 들어주었다. 젊은 케네디의 다양한 표정과 제스처가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대화할 때 제스처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서양인은 다양한 제스처를 사용한다. 동양은 속마음을 감추는 문화인 반면, 서양은 그대로 드러내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KBS1의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40년 가까이 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예심을 통과하려면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표정이 풍부하고 몸짓이 활발해야 한다. 박힌 못처럼 제자리에 서서 노래하는 사람은 귀가 번쩍 뜨일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예선을 통과할 수 없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려면 일단 나부터 즐거워야 한다.
강사가 넓은 무대 위에 가만히 서서 무표정하게 말하면, 아무리 신나는 이야기를 해도 왠지 모르게 슬픈 느낌을 준다. 명강사들은 다양한 표정과 풍부한 몸짓을 갖고 있다. 그래야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짓에는 심리가 감춰져 있다.
한창 이야기하는데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면 ‘지루해, 이제 대충 끝내줘!’라는 요구이고, 목을 긁적이면 ‘그 말 사실이야? 믿기지 않은데’라는 의미이다. 대화 도중 팔짱을 끼고 있으면 ‘난 당신 생각에 동조하지 않아’라는 뜻이거나, ‘난 당신보다 우월한 사람이야!’라는 과시 내지는 허세이거나, ‘배가 너무 많이 튀어나와서 신경이 쓰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화의 달인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제스처를 취한다. 어린아이와 대화할 때는 다소 과장되게, 기쁜 대화를 할 때는 활발하게, 슬픈 대화를 할 때는 신중하고 천천히,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때는 위화감을 줄 수 있으니 작은 제스처를 취한다.
몸짓도 언어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몸짓을 적절히 사용하면 전달력이 높아진다. 특히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적절한 제스처를 취하는 게 좋다.
표정 변화나 제스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길어지면 졸음이 밀려온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꾸벅꾸벅 존다면 수면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선생님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이 쉬었거나, 혹은 쉴까 봐 저음으로 별다른 제스처 없이 수업을 진행하면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들의 귀에는 자장가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제스처는 듣는 사람에게도 필요하다. 한창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내 이야기가 재미없나?’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리액션은 말하는 사람의 기를 살려주고, 이야기의 풍미를 더해준다.
대화란 마음을 주고받기 위한 수단이다. 적절한 몸짓은 전달력과 이해력을 높여준다. 또한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따라 하다 보면 공감 능력까지 높아진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3 ‘당신의 품격을 높이는 말’ 중 “6. 적절한 몸짓은 대화의 풍미를 높여준다”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