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야생초 쌈
< 2008년 7월 6일, 맑음 >
글나라에서 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노루실로 출발하였다.
아내는 토요일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나 혼자 밀양으로 들어갔다.
노루실로 가기 전에 화명동 롯데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생선을 사고 돼지 고기도 조금 샀다.
이제 노루실로 가는 일만 남았다.
한 주일 열심히 주일한 사람은 떠나라.
나는 떠날 곳이 있어서 좋다.
제자들과 같이 가고 싶을 때가 있지만 다들 일이 있고
바빠서 함께 가긴 힘들다.
차를 몰고 음악을 들어가며 노루실로 갔다.
도착하니 벌써 어두워졌지만 집앞에 가로등도 있고
손전등으로 비추어 뽕잎을 땄다. 뽕나무는 집안에도 있고
대문밖에도 있다.
뽕잎을 따서 뽕잎밥을 안쳐 놓고 쌈해 먹을 것을 대강 땄다.
혼자 저녁을 먹지만 쓸쓸하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노루실이니까.
토요일 아침에 밖으로 나갔더니 정자에 지붕이 얹혀져 있었다.
지붕을 씌워 놓으니 이젠 제법 정자같았다.
도대체 지붕을 어떻게 올렸을까? 기둥을 세우는 것은 알겠는데
지붕을 씌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지붕을 올렸으니 이젠 정자가 완성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정자가 완성되면 제자들을 불러서 축하 잔치를 해야겠다.
나는 내가 없을 때 열심히 일한 이경수씨가 고마워서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밭으로 나가 보니 풀들이 자라서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동안 자주 오지 못해서 밭이 아니라 풀밭이 되었다.
나는 낫을 갈아서 풀을 베기 시작하였다. 땀이 비오듯이 흘렀다.
더웠지만 열심히 풀을 베었다.
어찌나 많이 베었는지 엄지 손가락이 아팠다.
풀을 베었는데도 아직도 풀밭인 밭
점심 때 이경수씨가 왔다.
나는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고 점심을 대접하였다. 내가 준비한
반찬은 고등어 찌개와 돼지고기 수육이다. 반찬은 김치 한 가지지만
야생초 쌈이 비장의 무기다.
반주로 비수리술을 내어놓았더니 이경수씨가 맛이 아주 깔끔하고
양주보다 더 좋다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기에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오후에도 마당의 잔디를 베고 밭의 풀도 베면서 하루 해를 보냈다.
내가 만든 연못에는 연잎이 더 많이 올라왔고 개구리도 헤엄치고
있었다.
수련잎도 그득하게 자라서 보기에 좋았다. 수련잎 사이에 개구리가
있어서 수련이 더욱 좋아 보였다.
일요일에는 등산을 가려고 도시락을 쌌다.
나는 쌈밥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자 세울이 만든 쇠비름 쌈밥을
응용하여 여러 가지 쌈밥을 만들었다.
나는 혼자 노루실에 와도 반찬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마당과 밭에 여러 가지 쌈 재료가 있기 때문에 쌈장과 밥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먼저 뽕잎밥을 해서 여러 가지 쌈으로 쌈밥을 쌌다.
오늘 만든 쌈에는 쌈장에다 돼지고기 수육과 고등어 찌개를 속살로
넣었다. 차즈기도 청차즈기가 있고 자주색 차즈기가 있어서 둘다
쌈 재료로 썼다. 번행초는 위에 좋은 약초라 별 맛은 없지만 몸을
생각하고 먹었다.
향이 강한 당귀와 가막살이도 있고 별로 향이 없는 것도 있지만
골고루 먹는 맛은 색다르다.
차즈기 쌈
삼백초 쌈
신선초 쌈
야콘 쌈
현삼 쌈
당귀 쌈
호박잎 쌈
왕고들배기 쌈
박주가리 쌈 ( 약간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안 됨!)
번행초 쌈 (위에 좋은 명약)
뽕잎과 청차즈기 쌈
이렇게 여러 가지 다양한 쌈을 싸서 도시락을 채웠다.
산에 가서 야생초 쌈 도시락을 먹으니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고추까지 곁들인 야생초 쌈 도시락
내가 노루실을 좋아하는 것은 공기가 맑고 청정한데다
온갖 야생초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약초모임에서 약초 씨앗을 많이 얻어서 심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다양한 약초 쌈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삼지구엽초 쌈밥에도 도전해봐야겠다. (*)
노루실에 핀 해바라기
포도알이 영글어 가네!
원추리도 심은 보람이 있군요!
첫댓글 침 삼키다 훔쳐 왔어요. 가까이 오래 두고 보며 침 삼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