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등 강가로
유월 첫 주말을 맞은 토요일이다. 근래 연일 강변 강둑으로 트레킹을 나서고 있다. 아침 식후 빈 배낭을 둘러메고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 바깥 아파트 뜰로 내려섰다. 이웃 동 꽃대감이 가꾸는 꽃밭으로 가서 친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친구는 간밤 야생화 끈끈이대나물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려두어 시청했다. 작은 풀꽃도 친구에게는 영상으로 올리는 소재가 되어주었다.
친구와 헤어져 105번 시내버스로 동정동으로 나가 2번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2 번 마을버스는 대산면 유등 들판으로 운행하는 노선으로, 낙동강 강가 신전마을 종점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에 비해 배차 간격이 뜸해 하루 몇 차례 밖에 다니질 않았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주남 들녘을 지날 때 일모작 지대는 모내기가 거의 끝난 상태로 연두색 어린 모가 줄을 지어 가지런히 심겨 있었다.
모산에서 북부동을 거쳐 유등 종점을 앞둔 유청에서 내렸다. 거기까지 차창 밖으로 드러난 들녘 풍경에서는 당근을 수확한 논은 무논을 다려 서둘러 모내기를 하려는 중이었다. 지지대 논에는 연근을 경작하는 곳도 보였다. 연잎이 펼쳐 나와 자라고 있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 잎사귀를 넓혀 키워갔다. 아마 달포쯤 지나면 하얗거나 분홍색의 연꽃 봉오리들을 볼 수 있지 싶었다.
유청마을에서 내려서 초등학교가 폐교된 터에 들어선 개인 작업실을 겸한 미술관을 지난 강둑으로 올랐다. 하늘에서 신선이 하강해 춤추며 놀았다고 ‘무선지’라 명명된 강변 공원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에는 서원사라는 절이 있는데 동굴 법당에다 부처님을 안치해 놓았더랬다. 지난 초파일 내건 펼침막에 조계종 산하로 통도사 말사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유등으로 가는 둑길을 걸어 외딴집이 있는 강변에서 대숲으로 내려섰다. 대숲 가장자리는 죽순이 먼저 솟아나 쇤 것도 있었으나 대숲 바닥은 북향 응달이라 이제 소뿔처럼 뾰족하게 돋는 즈음이었다. 삶아 데치면 찬거리로 삼기 알맞은 죽순만 골라 꺾어 대숲에서 밖으로 나왔다. 거기서 멀지 않은 현지인이 어로작업을 하는 나루터로 가보니 트럭을 몰아온 노부부가 그물을 정리했다.
어로작업을 끝낸 노부부도 강 언저리 대숲에서 죽순을 몇 개 꺾어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대숲으로 들어 죽순을 몇 개 찾아 꺾어 무선지 공원을 넘어 북부리 팽나무가 바라보이는 대숲으로 갔다. 길고 긴 둑과 드넓은 둔치는 금계국이 피어 황금빛으로 눈부시었다. 갯버들과 갈대가 무성해 밀림의 정글을 연상되는 평원이 펼쳐졌고 강 건너는 수산의 아파트가 아스라했다.
자전거 길을 벗어나 대숲으로 들려는 즈음 아낙 둘이 양산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초행길인지 여기를 넘어가면 어디냐 물어와 유등 배수장이 나오고 더 내려가면 김해 한림면 술뫼라고 했다. 그들은 승용차로 북부리 팽나무를 보러 왔다가 자전거 길을 따라 걸어온 듯했다. 두 아낙이 북부리로 되돌아간 뒤 나는 대숲으로 들어 죽순을 몇 개 찾아 껍데기를 벗겼더니 양에 제법 되었다.
배낭과 보조 가방까지 죽순을 채워 담아 강둑으로 올라 쉼터에 앉아 원근의 풍광을 바라봤다. 주말을 맞아 자전거 라이딩을 나선 이들이 간간이 지나갔다. 쉼터에서 일어나 유청마을 안길을 걸어 삼거리 식당으로 찾아갔다. 부산에서 출퇴근하는 한 아주머니가 현지인들에게 점심 한 끼만 한식 뷔페로 차려내는 식당이다. 들녘의 농부들에게 더없이 알맞은 점심 상차림이 제공되었다.
식당으로 들어 몇몇 현지인과 함께 점심을 먹고 나왔다. 신마산 월영동에서 한 시간 넘게 걸려 달려온 시내버스는 유등 종점에서 잠시 쉬웠다가 시내로 들어가려고 유청으로 다가왔다. 버스에 올라타 가술을 거쳐 모산과 본포를 지날 때까지 승객은 나 혼자였다. 주남저수지를 돌아 소답동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보조 가방 죽순은 꽃대감과 아래층 할머니한테 보냈다. 2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