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아릿함..다락방에 숨겨진 작은 상자를 우연히 꺼내어 봤을때
먼지가 켜켜히 쌓여있고,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빛이 바랜 편지와 사진
을 훅~ 하고 바람을 넣어 먼지를 털어내고는 만나게 되는 오래된 추억..
'엽기적인 그녀'를 만들었던 곽재용 감독에게 이런 순수하고, 마치 소
풍가는 아침을 기다리는 초조한 설레임의 감성이 있었다니 오랜만에
여름 날 시골로 여행갔을때 우연히 만나게 된 소낙비처럼 그렇게 시원
하고, 상쾌한 얼어붙어 녹이 쓴 내 메마른 가슴에 단비가 되어 주었다..
조승우 - 작년 2월 뮤지컬 베르테르를 끝내고 바로 내려온 승우를 봤을
때..그 눈빛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빛이 너무도 강하고 밝아
승우의 두 눈이,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었다. 얼굴은 발그레해서는 연기
에 대한 나의 평을 수줍은 듯 들었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조승우...이 친구는 천재다. 그렇게 밖에는 말할 수밖에 없다. 그의 무
대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던 사람들은 수긍을 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유리가면의 마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천부적인 타고난 재
능과 배역에 본능적으로 빠져들어 몰입을 하는 그래서 보는이로 하여금
마야가 아닌 그가 맡은 케릭터로 일상생활에서조차 느끼게 하는 사람
승우는....정말 욕심 나는 배우이다. 조승우..당신의 그 눈빛..지켜주
십시오...언젠간....함께 작업할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하지만 마야
는 무대에서 내려오면 지극히 평범한 소녀가 된다. 승우도 그와 비슷
하다...
손예진 - 맛있는 청혼이 그녀의 데뷔작이었다. 신인치고는 꽤 좋은 연
기를 보여줬다. 이제 시작인 그녀의 연기는 더 지켜볼 생각이다. 그녀
를 나는 믿는다. 부디 그 믿음에 배신하지 말길 바랍니다..
#. 오 해피데이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시스템과 현장은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두
드러지게 다른 점은 호흡이다. 드라마의 연기 호흡과 영화에서의 연기
호흡은 엄연히 다르다. 드라마에서의 호흡은 빠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의 호흡은 느리다. 그 차이를 모르는 TV 연기자들이 영화로 갔을때 실
패를 하게 된 경우가 바로 거기에 있다.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다.
TV와 영화의 호흡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
다. 영화와 연극은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다른 꼴이다. 연극 무대
에서 활동하다 영화로 와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 게 영화와 연극이
서로 상호보완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연극이 관객들과 직접적인
호흡을 한다면 영화는 한다리 건너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호흡을 한다
오 해피데이는 TV 단막극이었으면 시청률 꽤 나왔을 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로서의 오 해피데이는 1시간 30여분의 시간을 장나라의 개
인기 하나로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영화 보면서 처음 잠깐 웃었다.
그 뒤로는 웃음이 안 나왔다. 감흥도 없고, 감정이입도 안 되고, 오버
를 하는 연기자들 때문에 웃어야할 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
에 대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
(마지막 엔딩을 뮤지컬틱하게 했는지 감독에게 묻고싶다..기분 나빠!)
#. 연애소설
거품 풍부한 카푸치노와 푹신푹신한 솜사탕과 따뜻한 코코아 한잔의
영화였다. 그런 추억 한장 하나 없는 나에게 그들의 만남과 사랑과 이
별과 재회와 죽음...은 나로서는 감히 손 내밀 수 없는 그리움이다.
이 은주 - 내가 무지 좋아하는 연기자이다. 새침하면서도 수수하고 그
러면서도 여성스럽고 그러면서도 뭔가 강단이 있어 보이는 그래서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이다..이 영화에서의 그녀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태현 - 엽기보다는 훨씬 많이 좋아졌다. 연기를 편안하게 한다는 그
런 생각을 하게 해줬다. 이제서야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인지 모른다
#.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제 본 영화인데 피곤하다보니 깜빡 잊고 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생각난 김에 쓴다.
나는 결혼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지금의 결혼제도는
상당히 불평등하고,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이다. 한쪽 성에에만 일방
적인 결혼에 대한 의무를 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 안에서 양성이 평등하게 살 자신이 없다면 나는 결혼을 하지 말
아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결혼은 곧 부부 공동체를 이루
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가장 기초적인 가족 형태를 띠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방적인 것보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보장되고, 서로 상
호보완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결혼 [못]한 미혼이 아닌, 결혼 [안]한 비혼이다.
이 영화는 요즘 세대의 결혼과 성에 대한 생각과 그를 대하느 모습에
촛점을 두고 있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 외도를 하는 사람과 제도
적인 관습에 묶이기 싫은 나와 같은 사고방식의 사람이 결혼을 말하고,
사랑을 말하고, 성을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담론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저 단순하
게 서로의 성을 탐닉하고, [조건] 찾아 결혼하고,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만을 보여주고 있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고, 모양만 있고, 알멩이는 없는 그런 형태를 띄웠던 영화이다
엄정화 - 연희와 많이 닮아 보이는 그녀..그녀가 혹시 연희가 아니었을
까하는 의심도 잠시 했었다..
첫댓글 맞아요..>_<의외로 정말 재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