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산 숲길을 걸어
며칠 연이어 근교 강둑으로 나가 죽순을 채집하고 들녘에서 당근과 감자의 이삭을 주워 왔다. 가끔 나가는 대산 강변은 대숲이 무성했다. 낙동강과 같이 규모가 큰 강은 국가하천이라 국토교통부 관리 구역이라는 푯말로 미루어 사유지가 아닌지라 마음 놓고 죽순을 꺾어올 수 있었다. 초여름에 솟아나는 죽순은 삶아 숙회로나 조리 과정을 거치면 찬거리가 되기에 지기와도 나누었다.
대산 들녘 농가에서는 벼농사 뒷그루로 비닐하우스에서 특용 작물을 가꾸어 벼농사 소득보다 더 많은 수익을 보는 듯했다. 예전에는 수박 농사를 많이 지었으나 최근 당근이나 풋고추로 작목이 전환되어 가고 있었다. 농장주나 임차농이 농사를 지어 놓으면 수집 업자가 거두어 서울 가락 농산물경매장으로 올려보냈다. 나는 수확을 끝낸 밭에서 당근과 감자 이삭도 제법 주워 놓았다.
유월 첫째 일요일은 산책이 아닌 산행을 나섰다. 등산화 끈을 묶고 스틱을 챙겨 현관을 나섰다. 같은 아파트단지 이웃 동 뜰의 꽃밭으로 가보니 거기서 꽃을 가꾸는 꽃대감은 내려와 있지 않고 아래층 할머니만 보여 인사를 나누었다. 이후 반송시장으로 나가 노점에서 김밥을 마련해 105번 시내버스로 동정동을 나가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10번 버스를 타고 외감 동구 밖에서 내렸다.
달천계곡으로 드는 들머리를 비켜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 진입로 곁으로 다가가 송전탑 부근에 이르니 산딸기가 발갛게 익어 있어 발길을 멈추고 따 먹었다. 산딸기는 덩굴로 자라는 줄딸기와 꼿꼿한 줄기로 자라는 2년생 딸기나무에서 열리는 산딸기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 거기는 후자였다. 줄딸기는 농익어도 맛이 시큼하고 산딸기나무의 딸기는 맛이 달달해 식감이 훨씬 좋았다.
초여름에 자연이 안겨준 선물을 사양하지 않고 잘 접수해 받았다. 단감나무 농원을 지나 양미재로 오르는 숲으로 드니 낙엽활엽수가 우거져 녹음을 드리워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가랑잎이 삭은 부엽토가 쌓인 길을 따라 걸어 고개 못 미친 너럭바위에서 물을 마시면서 잠시 쉬었더니 중년 부부가 올라와 자리를 비켜주고 양미재에 이르러 진양 강씨 선산 주변의 산딸기도 따 먹었다.
고갯마루에서 작대산 트레킹 구간으로 드니 아까 뒤따라오던 중년 부부는 길섶에서 돌복숭나무 가지를 당겨 열매를 따고 있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의 돌복숭나무라 그런지 열매가 자잘했다. 나는 그들에게 오른쪽 산등선 바위 더미 곁 양지편으로 가면 제법 높이 자란 돌복숭나무의 열매는 굵으니 그곳으로 가 따보십사고 권했다. 나는 나대로 작대산 트레킹 길을 따라 걸었다.
양목이고개에서 작대산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산허리로 뚫린 트레킹 길을 따라 걸어 전망대로 향했다. 기린초가 노랗게 꽃을 피웠고 바위채송화도 봤다. 평소는 인적이 드문데 일요일을 맞아 감계 아파트단지에서 올라온 한 무리 산행객들이 선점해 왁자한 소리를 내면서 점심 도시락을 풀어 헤쳐 먹었다. 평평한 너럭바위가 아주 넓어 나는 나대로 가져간 김밥을 먹을 자리가 있었다.
점심 요기를 끝내고 산허리로 난 트레킹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돌너덜 구간 석간수가 흐르는 암반 틈에서 물을 받아 마셨더니 청량감을 느꼈다. 나뭇가지 사이로 그윽한 골짜기의 산정마을이 보이고 건너편 호연봉 산등선으로 예곡으로 뻗쳐 있었다. 굴참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다가 숲 바닥에 자라는 쑥부쟁이가 무성했는데 잎줄기가 부드러워 산나물로 삼으려고 몇 줌 따 모았다.
돈담마을로 가는 이정표를 지나 산모롱이를 더 돌아가니 무기마을로 내려서니 상주 주씨 선산이 나왔는데 무덤가에는 군락을 이룬 조개나물이 자주색 꽃을 피워 있었다. 숲을 빠져나가자 무기마을에서 작대산 임도로 드는 들머리였다. 마을 안길에서 국도변으로 나가 칠원 읍내를 거쳐온 농어촌버스를 타고 서마산에서 창원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 원이대로에 닿으니 하루해가 저물었다. 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