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어느 한 시골서 5일 장이 서는 날. 이 날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물건을 사고팔며,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만나 정다운 이야기도 나누며 어떤 물건이 나왔나, 어떤 음식이 나왔을까, 어떤 옷들이 나왔을까, 어떤 놀이를 할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낭만이 서린 곳.
사람 냄새가 물신 풍겨나는 곳이 바로 시골 장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시골 장이 서는 날, 금순이 엄마는 떡을 팔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장으로 가셨다. 금순이는 엄마를 따라나서려 했지만 데리고 가지 않아 집에 있어야만 했다.
옆집 사는 돌이란 아이는 '금순이는 만날 만날 집만 본대요'라고 놀려댄다. 돌이는 장이 서는 날 어김없이 금순이가 집에 있는 것을 보고 약을 올리고 장에 구경하려 간다. 도저히 참기 힘들어 자리를 박차고 돌이를 따라 나서는 금순이는 장을 구경하려 간다.
장으로 가는 길에 징, 장구, 꽹과리, 소고 같은 것으로 신명나게 풍악을 울리는 풍물패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장에 도착해 선, 여기저기 놓여 있는 음식들, 생활용품들, 옷과 먹고 싶은 과자들,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등 시끌벅적한 시골 장터 풍경을 구경하게 된다.
시골 장터에서는 금순이는 이것만 구경한 것이 아니다. 줄 위를 걸어 다니며 노래와 춤을 추는 사람을 구경하고, 윷판에선 어른들이 ‘도, 개, 걸, 윷, 모’라는 말을 하며 내기 윷놀이를 하는 모습, 한쪽에서는 엿을 공짜로 얻어먹기 위해 엿치기를 하는 모습,
여러 아이들이 연을 가지고 공터로 가 연날리기를 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어느 덧 구경을 하다 보니 날은 어둑어둑해져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마을 어귀에서 탈놀이를 해 구경을 하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비집고 들어가 구경을 하게 되었다. 무시무시한 탈을 쓴 광대들이 무서워 털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금순이.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으로 사라져 가는 시골 장터를 보존해야만 한다는 것을. 시골 장터는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만 갖춰 진 곳이 아니다. 그 속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정과 조상들의 삶, 즉 민족고유의 혼이 녹아 있다.
옛사람들은 닷새마다 돌아오는 장날을 ‘촌놈 생일’이라 불렀듯, 장날이 돌아오면 자신이 생일을 맞은 듯 즐거워했다.
장날 장사꾼들의 구수한 입담, 곡식, 채소, 생선, 옹기, 궁금한 사람들의 소식을 알 수 있던 곳, 엿을 하나라도 얻어먹으려고 엿을 파는 아저씨를 졸졸 따라 다니는 꼬마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곳, 물건 값을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파는 사람과 실랑이 하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자면 사람 사는 삶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곳이 닷새에 한번씩 서는 시골 장터가 아닌가 싶다.
지금 이 시대는 대형마켓과 백화점, 인터넷 발달로 주문만 하면 물건이 오는 세상이다 보니 이런 맛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라져 가는 시골 장터를 이제는 다시 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 해본다.
Ennio Morricone / 'Nella fantasia' (Yo-Yo Ma, Cello)
첫댓글 요즘도 시골에 전통적인 5일장이 서는 고장이 있습니다 시골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이고 정감이 갚은 장터국밥 장터국수 한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 좋은 전통시장이지요 영원이 계승되어야할 문화 유산입니다 감사합니다.
최원경님! 아 그렇습니까? 大企業들의 지나친 販賣網들이 庶民들의 아기자기한 삶의 터전을 짓밟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암튼 이런 시골 장터의 保存을 위한 政府의 對策이 必要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