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대화-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
“도대체 당신 어젯밤 누구랑 어디에 있었기에 전화를 받지 않은 거야?”
“친구랑 술 마셨어.”
“친구 누구?”
“당신 모르는 사람이야. 군대 동기인데 우연히 만나서 한잔했어.”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아?”
“안 받은 게 아니라 술집이 시끄러워서 전화 온 걸 몰랐다니까!”
여러 정황상 남편이 여자하고 술 마신 건 분명한데 아니라고 발뺌 할 경우, 아내는 바람 피웠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남편의 입장은 또 다르다. 이성적인 감정을 오래전에 초월한 동창생하고 술을 마셨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거짓말하기도 그래서 안 받았을 뿐이다. 뒤늦게라도 진실을 고백하면 되는데 아내가 기분 나빠할까 봐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면, 아내의 의혹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진다.
대화의 목적 중 하나는 정보 전달이다.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어야만 생각과 입장을 정리해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하면 주어진 증거를 근거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의 추측이 이성적일 리 없다. 뇌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최악의 상상을 하기 때문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추측하도록 방치해두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직원으로서도 최악이지만 연인으로서도 최악이다.
“왜 매일 늦는 건데? 지난번에도 말 같지 않은 이유로 한 시간이나 늦었잖아?”
약속 시간에 늦었다면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변명하기 싫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서 말을 끌어다 붙이기 때문에 변명이 되는 것이다.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면 된다.
‘갑자기 그분이 실종됐어요. 제가 싫어서 잠수 탄 거니까 저도 마음을 정리해야겠죠?’
연애 사이트에 자주 올라오는 물음이다. 교제를 하다가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면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게 예의다. 그래야만 사실과 동떨어진 상상을 하며 가슴앓이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신뢰지수가 높아진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사건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서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모두 잃었다. 소비자는 기업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원한다. 그런데 오히려 소비자를 속였으니 분노를 사는 게 당연하다.
평상시 말수가 적은 사람일지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진실을 밝히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을 말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정보를 제공했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데, 감추려다가 발각되어 사태를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너를 좋아해. 하지만 지금 내 처지에서는 공부가 우선이야. 취업할 때까지만 우리 휴지기를 갖자.”
내가 먼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면 상대방도 정보를 내놓게 되어 있다. 정보와 정보를 서로 취합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품격 있는 대화다.
*위 글은 한창욱님의 저서 “품격 있는 대화” Chapter 3 ‘당신의 품격을 높이는 말’ 중 “9.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를 옮겨 본 것입니다.
*참고로 한창욱님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해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투자컨설팅 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였으며, 첫 작품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평화로운 마을에 ‘마음연구소’를 열었고, 이곳에서 독서와 명상 등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 “완벽하지 않기에 인생이라 부른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 “나를 이기는 5분 습관”, “마음을 슬쩍 훔치는 기술”, “펭귄을 날게 하라”, “서른, 머뭇거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진심으로 설득하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