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짝짝’하고 우는 까치
이희근
저녁식사를 하려고 몇몇 친구들과 식당에 모였을 때였다. 한 친구가 갑자기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웬 뜬금없는 주례 이야기냐는 질문에 주례사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느낀 것이 있단다.
직업상 나는 결혼식에서 많은 주례를 섰다. 결혼을 앞둔 제자들이 찾아와서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또 교장으로 근무할 때도 직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정년퇴직한 지도 오래되어 지금은 주례를 부탁하는 사람도 없지만, 설령 있다하더라도 자신이 없다.
대부분 주례사에는 주례와 결혼하는 신랑이나 신부와의 관계, 하객들에게 대한 감사의 인사, 그리고 앞으로 새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조언이 포함된다. 하지만 축사나 인사말은 짧아야 좋다. 신랑신부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것은 시간 낭비다.
내가 친구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주례 이야기를 꺼냈느냐고 묻자, 친구는 최근에 자기가 본 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구는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까치들이 나무꼭대기에 집을 짓는 광경을 목격했다. 신접살림을 꾸리려는 까치 두 마리가 열심히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면서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신혼살림을 차릴 젊은이들이 열심히 살아가야 할 살가운 정경이 떠올랐다. 그래서 주례가 주례사를 할 때, 까치가 열심히 집을 짓는 모습을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신접살림을 할 집을 지을 때만 까치의 살가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한 대한이 지나고, 따스한 봄의 서기를 실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새끼들이 떠나고 둘만이 살고 있던 낡은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새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까치는 봄의 전령사이다. 그리고 교대로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며 집을 보수하고, 열심히 새 식구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까치는 정말 금슬이 좋은 새이다. 예부터 사람들이 까치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된다.
친구는 갑자기 나더러 까치소리를 내보라고 했다. 내가 망설이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까악 까악’하거나 ‘까르르 까르르’하는 소리를 까치소리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까치소리가 아니라 까마귀소리라고 말했다. 며칠 동안 까치를 관찰하면서 알아낸 까치소리는, 참새소리처럼 소리마다 스타카트로 뚝뚝 끊어지지만, 참새소리보다 크고 선명하게 들린다고 했다.
사람마다 듣고 느끼는 표현이 다를 수 있지만, 까마귀소리는 까치소리와는 다르다. 까마귀는 철새이기 때문에 남부지방에서는 그 소리를 겨울철에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의심이 많은 까마귀는 사람의 접근을 싫어하고, 자기의 위치를 알리지 않으려고 항상 날아가면서 운다. 까마귀소리를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이지만, 나무 위에서 우는 까마귀를 발견할 수도 없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까마귀소리는 별로 상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반면에 까치는 인가 주변에서 살고 있어 주위에서 그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까치는 나무 위에서도 울고, 날아가면서도 운다.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상서로운 소리로 간주하기 때문에 까치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스타카트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까치소리와 참새소리를 혼동하지만, ‘짹 짹’하는 참새소리와는 다르다. 까치는 ‘짝’하고 한 마디, ‘짝 짝’하고 두 마디, ‘짝 짝 짝’하고 세 마디, 그리고 ‘짝 짝 짝 짝 …’하고 길게 운다.
내 설명을 듣던 친구는 까치소리를 왜 ‘짝‘이라고 표현하느냐고 묻는다. 내가 종이에 鵲(까치작)자를 써서 보여주면서, 스타카트를 넣고, 강하게 발음해보라고 했더니, 우물우물하던 친구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염화미소다.
새들의 이름은 의성어가 대부분이다. 꿩 꾀꼬리 비둘기 뻐꾸기 부엉이 기러기 소쩍새 등도 모두 울음소리가 이름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자를 사용하던 우리 선조들에게 까치의 울음소리가 ‘짝’으로 들렸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까치를 ‘鵲’으로 표현한 연유다. 내 설명을 듣고 있던 친구의 얼굴에 띤 미소가 이를 입증한다.
나는 친구에게 까치밥나무를 아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금시초문이란다. 나는 어렸을 때 찔레나무를 까치밥나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었다. 열매가 까치밥처럼 가지 끝에 붉게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찔레나무 열매도 까치의 먹이가 됨을 알았다.
과수가 아닌 모든 나무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열매를 맺는다. 새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열매의 수만큼 발아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무질서하게 된다. 새들이 먹고 남거나 흘린 것, 또는 소화가 안 된 것들이 발아되어 번식한다.
사람들은 주위에서 자주 만나는 나무나 풀 그리고 새들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잘 알고 있다고 큰소리치면서도 모르는 이유다. 하지만 눈에 뜨일 때마다 호기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항상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까치가 ‘짝짝’하고 우는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