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과 하얀 모래, 비취빛 해변이 어우러져 가족단위로 여행하기 좋은 숨은 해수욕장이 동해안에 있다. 강릉시에서 20여 분 정동진을 가다 보면 한적한 해변이 나온다.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해변이다.
넓은 무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철길 하나 건너면 소나무 숲을 지나 드넓은 해변이 펼쳐진다. 영상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라서 다른 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가득한데 이곳은 인적이 드물다. 비치 파라솔만 줄지어 서있을 뿐 아직 사람이 없다. 등명해변이다.
▲ 등명해변, 백사장길이 800m로 한적한 곳이다.(2023/7/26)
ⓒ 진재중
▲ 등명백사장, 모래가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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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해변은 투명하고 얕은 바닷물과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매력적인 곳이다.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 해변이 남쪽으로 1km 지점에 있고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세운 등명락가사와 미술관, 카페, 조각 공원으로 유명한 하슬라아트월드가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 북쪽으로 보이는 하슬라아트월드와 등명락가사(202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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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진해변, 남쪽으로 보이는 해안가(202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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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상가나 음식점이 많지 않아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바가지요금과는 거리가 먼 해변이다. 해수욕장 옆으로는 산책할 수 있는 산책길이, 모래 해변 위로는 목재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바다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해안가 뒤로 송림은 그늘을 만들어 주어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갈 수도 있다. 송림 내 야영을 금지하고 있어 다른 해변처럼 복잡하거나 쓰레기도 많지 않다.
이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최천기(71)씨는 "한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바닷물에는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소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솔향기에 취해 더 없는 휴식처가 됩니다"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한적한 해안을 가족들끼리 찾아왔다는 김병연씨 가족은 "매년 이곳에 오고 있습니다. 많은 부대시설은 없지만 가족단위로 쉬었다 가기에는 최적의 해변이 아닌가 싶어요, 모래도 곱고 깊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최적의 휴식 공간입니다"라며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 소나무숲과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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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명해변은 바닷물이 얕고 모래가 풍부해 조개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해수욕을 하다가 발에 걸리는 조개를 잡는 것도 이 해변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다. 도구를 이용해 대량으로 잡지만 않는다면 조개를 잡는 것을 눈감아 주는 인심 좋은 어촌이다.
강릉시에 거주하는 박경철(56)씨는 "퇴근하고 나서 등명해변에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갑니다. 가족들과 함께 조개도 줍고 시원한 솔밭에서 솔향기를 맡고 가면 하루의 피로가 풀립니다. 시내에서 멀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아서 강릉시민들에게는 가장 편안한 해변입니다. 강릉에 이런 해변이 있다는 게 행운입니다"라고 자랑한다.
지금은 한적하고 소담한 해변이지만 이 기사로 많은 사람이 몰려 아름다운 해변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