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김두례
얼마나 더 가면 바다가 보일까
발소리 소란한 생선 냄새 진동하는 시장에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새들의 날개가 젖지 않는 골목을 벗어나
얼음이 녹고 있는 눈길을 지난다
눈보라는 바람의 언어를 타전하고
우리의 목소리는 담길 듯 담기지 않는다
서쪽으로 향한 문은 열려 있고
바다로 가는 길이 절벽에 걸쳐 있어
노을은 찾아오는 길을 잊었다
나뭇잎들도 바닥으로 다 떨어져 있어
산으로 오르는 길도 막혀 있다
백화점 쇼윈도가 벽으로 느껴질 때
처마를 맞댄 집마다 켜진 등이 따뜻해 보이듯
이야기를 풀어놓을 바그다드 카페로 가는 길
어제의 내가 따라붙는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노을의 길목에 있을까
흩날린 함박눈은 길 위에 길이 되고
리듬을 타는 버스는 시간처럼 사라진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
어둠이 얼어붙는 겨울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길
하나둘 불빛이 켜지는데
새가 앉을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시집 『바그다드 카페』2021. 시와문화
김두례 시인
전남 광양 출생
계간 《시와문화 》2019 봄호 신인상
대한민국국향대전 대상 입상
광명시 신인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동서문학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바그다드 카페』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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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 김두레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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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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