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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 은퇴도 못하는 야구팬들
전상규 지음 / 296쪽 / 128×188mm / 15,000원
출간일 2022년 4월 2일(프로야구 시즌 시작 날짜)
978-89-94750-96-5(03810)
예스24 : https://url.kr/cyp5vg
알라딘 : http://aladin.kr/p/4fL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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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불행도 즐겨야 하는 야구팬들을 향한 공감 스토리. 한국 최초 팬심 야구 서적.
-윤세호, <스포츠서울> 기자
자기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팬이다. 나를 모욕할 수는 있지만, 내 팀은 안 된다. 우리는 새 삶을 살 용기 따윈 없다. 〈영웅본색〉, 주윤발, 비틀즈, 레드핫칠리페퍼스, 메탈리카, 아다치 미츠루, 《슬램 덩크》, 〈머니볼〉, 2004년 월드시리즈 4차전의 키스… 열거한 단어들에 가슴이 뛴다면, 이 책을 읽을 것.
_ 김원석, 드라마 〈태양의 후예〉 작가
봄이면 프로야구는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기다리던 봄을 맞이하게 된 야구팬들의 가슴도 다시금 술렁이기 시작한다. 응원했던 팀이 작년에 성적이 좋았던 팬이라면 올해 시즌의 첫출발을 좀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겠지만 작년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팀의 팬이라면 아마 올해는 야구 뉴스를 걸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팬일수록 그럴 경향이 높다. 그래도 포털에 올라오는 야구 뉴스의 제목까지 피할 수는 없다 나도 모르게 성적을 확인하다가 점점, '다시' 야구에 빠져든다. 늘 하는 패턴이다. 이 중독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봄이 오면 야구팬의 마음은 이래저래 뒤숭숭하다. 그리고 설렌다.
때론 나의 삶과 먼 것들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나한테는 야구가 그랬고 그깟 공놀이가 그때의 나를 존재케 했다. 매해 우리의 봄은 다른 누군가보다 사실 조금 더 많이 설렌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오랜만에 심장이 조금 더 신나게 요동친다. - 신소율, 배우
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어쩌다 야구를 좋아하게 됐을까? 왜 많은 팀들 중에 하필 이 팀을 응원하게 됐을까?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좋지만, 응원하는 팀이 매번 지더라도 팬들은 한결같이 팀을 응원한다. 심지어 좋아하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옮겨 가도 팬은 팀을 옮기지 못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계속 같은 팀을 응원한다. 선수에게는 은퇴가 있지만 팬에게는 은퇴가 없다. 팀이 경기를 못하면 쓰린 마음에 욕을 하다가도 봄이 되면(시즌을 오픈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 팀을 응원하는 게 팬이다.
한국 최초 팬심 야구 서적
이 책은 팬심 야구 서적이다. 선수의 기록이나 야구의 성적보다는 팬의 마음에 공감한다. 주차를 아무렇게나 한 차 때문에 내 차를 뺄 수 없을 때, 그 차에 내가 응원하는 팀의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험한 말 대신‘사정이 있었겠지 허허’하며 웃음이 나오게 하는 마법을 일으키는 게 팬심이다. 팀이 경기를 잘하면 일도 잘 풀리는 것 같고 팀이 경기를 못하면 세상 죽을 맛인 팬들! 저자는 야구 덕후이자 그들과 같은 한국 프로야구 열혈 팬의 입장에서, 팬들의 마음을 맛깔스런 문장으로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엘지팬, 야구팬은 물론, 야구에 관심이 없어도 어디 한군데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어떤 대상을 열렬히 사랑해도 그 대상은 내가 원하는 응답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멈출 수가 없다. 사랑을. 이 책의 저자는 할 수 있는 한껏 야구를 사랑했다.
“사랑은 인생의 숙제다. 잘하기가 참 쉽지 않다. 내 맘대로 안 되는 상대 때문이다. 하지만 제법 긴 시간을 견뎌냈을 때 사랑은 뜻밖의 선물을 준다. 내가 누구인지, 삶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야구와 음악을 오랫동안 온몸 던져 사랑한 전상규를 보니 그렇더라.” (김태훈,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야구하자 이상훈》 작가)
야구, 숫자 너머의 감동
팬심을 전하면서도 이 책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왜 감동적인지 집중 탐구한다. 구장, 야구공, 야구의 말, 야구의 멋…. 야구는 숫자로 말하는 스포츠인데, 이 책은 숫자 너머의 감동을 이야기한다. 일례로, 야구용품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니폼(숫자)은 승리에 기여한 선수보다는 ‘감동’을 준 선수의 것이다, 축구에서도 마라도나는 월드컵에서 가장 골을 많이 넣은 선수 순위로는 23위일 뿐이지만, 축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순위로는 1위다(262~270쪽)
야구 경기는 운동장이 아니라 중계로 보면 훨씬 생생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도 야구장을 찾아서 경기를 본다. 왜 야구장을 찾는 것일까?
잠실구장에 가까워지면 냄새가 난다. 그냥 코로 느껴지는 후각에의 특정한 자극이 아니라 온몸의 감각과 마음에까지 와닿는 그런 ‘냄새’가 난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날엔 이미 플랫폼에서부터 그 냄새가 종합운동장역에 진동을 한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의 유니폼과 모자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개찰구를 지나 뛰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발에서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음료수랑 오징어를 놓고 손님을 부르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서 나는 것 같고,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탕탕 쳐보는 응원봉에서 나는 것도 같다.
(……)
중계로 얻을 수 있는 그 많은 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바로 이 냄새. 다시 보기도 없고, 친절한 설명도 없는 데다 때로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물어봐야 하고,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공이 어디 있는지 찾는 데도 한참 걸리고, 비좁은 좌석에 가방 둘 곳도 마땅치 않고, 화장실에 가려면 연신 고개를 숙이며 몸을 굽혀 나가야 하는 이 불편함을 모두 이겨내는 이 냄새. 바로 이것 때문에 야구팬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홀려 따라간 아이들처럼 잠실구장을 찾는다.(224~226쪽)
야구의 숫자 너머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낄낄거리며 웃다가도 어느새 숨을 고르고 자세를 고쳐 앉은 채 이야기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TV 중계를 보거나, 야구장에 간다면 야구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이렇게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아니, 우리는 늘 이런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1년 저자에게 2세가 태어났다. 나중에 야구장에 같이 가게 될지도 모를 아이의 이름을 저자는 ‘지우’라고 지었다. 엘‘지우’승. 이 아이는 좀 커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빠는 왜 우리 팀은 맨날 져?” “아빠 왜 울어?”(289쪽)
어쩌다 야구팬에서 야구 성덕으로
이 책의 저자는 어린시절 친척 형을 따라서 제기동 미도파백화점을 갔다가 그 형을 따라서 MBC청룡의 어린이회원이 되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 아이는 커서 머릿속이 온통 야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야구 덕후가 된다. 야구로 웃고, 울고, 화내고, 야구 방송을 하고, 인간관계도 야구를 중심으로 이어간다. 이 책은 저자의 야구 덕심을 담았다. MBC청룡이 엘지트윈스로 바뀌고, 엘지트윈스는 야구에 ‘신바람’을 일으키며 ‘우리 팀’은 영원히 우승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엘지는 1994년 우승 이후 27년간 우승을 못했고 코리안시리즈에 마지막으로 간 게 20년 전이다. 그 아이는 야구로 울게 될지는 몰랐다.
나는 재욱이 형의 선택에 의해 나도 모르는 사이 MBC청룡의 팬이 된 것이다. 그건 그냥 그러는 거였다. 우리는 만두와 유부우동을 먹던 제기동의 미도파백화점에서 어린이 회원이 되어 모자, 셔츠, 잠바, 가방과 인쇄된 사인볼 등을 받았다. 평생을 따라다닐 낙인이 깊고 짙게 찍힌 것이다. 가장 먼저 어린이 회원을 모집한 팀의 모자를 쓰고 다니는 애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이제 나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프로야구 리그의 MBC 청룡 회원으로 첫발을 떼어버린 것이다. 이날이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큰 감정의 기복을 주게 될지 그땐 몰랐고 마냥 좋기만 했다. 소풍이라도 가는 날이면 곱게 접은 셔츠와 잠바 위에 모자를 얹어 머리맡에 두고 잤다. (139쪽)
저자의 직업은 음악인이다. 공연을 하고 작사, 작곡을 한다. 그는 음악도 온힘을 다해 사랑했다. 비틀즈 덕후로서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특정한 팀과 같은 악기, 의상으로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애정과 존경심을 표하는 밴드) ‘타틀즈’를 결성해 공연하고(60쪽), 음악과 야구를 ‘통섭’하여 야구 응원가도 만들었다. 음악과 야구와 덕후가 만나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또한, 저자는 야구만화와 야구영화의 팬이기도 해서 이 책의 2부는 만화나 영화로 야구를 만난 사람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한다.
평생 한 팀만 좋아하다 보니 좋은 일도 일어났다. 흠모하던 선수를 형이라 부르게 됐고(200쪽), 야구 팟캐스트의 진행을 맡게 되고, 프로야구 시구를 하고, 미국 ESPN에도 출연했다.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것이다. 드라마 같은 이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낄낄낄낄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징글징글한 ‘첫사랑’에 대한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
야구는 음악 그 훨씬 이전부터 오늘까지 변하지 않은 가장 오래된 친구다. 어릴 적 친구들끼리 그렇듯이 같이 있으면 좋고 편하다. 때로는 여과 없이 모진 말도 쉽게 뱉는다.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깨동무를 하고 낄낄거린다. 이런 친구들끼리 서로 애정하는지를 물어서 확인하는 경우는 없다. 그저 서로 알고 있을 뿐이다. 야구와 이 팀은 나에게 그런 친구다. 어느 날 이 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앨범에 담듯 남겨보고 싶어졌다. 내 오랜 친구를 소개하는 건 나를 소개하는 일이었다.(‘저자의 글’ 중에서)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난 야구 선수로 마운드에 올라 내 인생을 던질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생명이다. 하지만 난 순수한 팬들의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여기, 그 속마음이 살짝 보이지 않을까. _ 이상훈, 엠스플 해설위원
이 책을 읽으면 안되는 사람
1. 엘지트윈스팬: 매일매일 ‘엘지팬 은퇴’를 선언하며 몰래몰래 성적을 확인하는 엘지팬에게 이 책은 팬의 ‘미(美)’를 보여줌으로써 은퇴를 못하게 하는 ‘뽕’이나 마찬가지다. 은퇴 결심을 지키려면, 몸을 건강하게 지키려면, 다시는 폐인이 안되려면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2. 야구팬: 다른 팀 팬이라도 마찬가지다. 야구에 빼앗기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올해는 야구를 좀 자제하려는 결심을 했다면 이 책은 금서다. ‘야구는 역시 감동이야’하며 TV 중계로도 모자라 경기장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3. 무엇이든 덕후: 이 책은 야구든 음악이든 ‘덕심’을 가지고 인생을 열렬히 사랑한 사람의 글이다. 당신이 어떤 분야의 덕후라면, 이 책은 덕질을 더 열심히 하라고 ‘뽐뿌질’하여 계속 당신의 시간을 뺏을 것이다.
4. 야구에 관한 추억이 있는 4050: 이 책에는 추억의 야구만화, 야구영화가 소개돼있다. 책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웃다가 울다가) 할 수 있다. 아이가 옆에 있다면 “왜 울어?” 할 수 있다.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읽는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다.
편집을 하면서
- 이 책의 발행일은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는 날짜다.
- 책의 판형은 야구만화의 흔한 판형과 비슷하다.
- 표지 디자인의 광택은 엘지트윈스 팬들이 입는 유광잠바, 색깔은 엘지트윈스의 색에서 착안했다.
지은이 전상규
작사, 작곡, 노래, 연주를 하는 음악인.
밴드 ‘와이낫’의 보컬로 10장의 앨범을 내고, 전상규 솔로로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를 결성해 전레논으로 활동 중이다.
원년 MBC청룡 어린이 회원 가입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후, 지금까지 오랜 야구팬이자 엘지트윈스의 팬. 음악과 야구가 만나 잠실 마운드 위에서 시구를 하게 해줬으며 평생의 자랑이다. ESPN의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 출연해 기타 치며 엘지트윈스 응원가를 부르는 기염을 토했다.
만화, 영화, 드라마, 소설 할 것 없이 야구에 관련된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해왔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사회인 야구팀 ‘락커스’와 팟캐스트 〈야잘잘〉을 듣는 사람들의 팀 ‘야잘잘스’에서 유격수와 투수를 담당하고 있고, ‘락커스’의 3대 감독으로 취임해 장기 집권 중이다.
평생을 바친 꾸준한 야구 덕질이 팟캐스트, 유튜브를 거쳐 결국 책을 쓰는 것에까지 이르렀다. 아라와 지우의 가족으로 여전히 음악과 야구와 함께하는 중이다.
[본문 중에서]
야구의 강을 넘기 직전 누군가 뒤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말렸다면 나는 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 더 행복한 삶을 살 고 있을까? 몸과 마음이 더 깨끗하고 건강할까? 알 수 없다. 인생에는 만약이 없다. 야구가 그렇듯이. (15쪽)
잊을 만하면 늦은 밤 술에 취해 서로 연락이 오고 가던 옛사랑처럼 쉽게 잊히지 않았다. 팀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야구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이어졌으며, 그저 슈퍼소닉의 뛰는 것을 보는 낙으로 야구의 즐거움을 대체하기도 했다. 마치 가산을 탕진하고 나서야 비로소 열심히 일하며 번 돈이 소중해진 부잣집 아들처럼, 예전이라면 별것 아닐 것들에 아빠는 눈물을 보였다. (53쪽)
게으른 팬’은 있을 수 있지만 ‘게으른 덕’은 없다. 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자신이 ‘덕질’하고 있는 분야에서만큼은 무엇도 아끼지 않으며 밤잠을 잊는다. 심지어 나무늘보 같아서 주위의 속을 터지게 하던 사람이 민첩해지기까지 한다. (59쪽)
간혹, 자신의 고향에 강한 지역 기반을 가진 팀이 있음에도 어떤 특별한 계기로 다른 지역 팀의 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팬들의 팬심은 매우 강력하여 주위를 둘러싼 지역 연고 팀의 팬들과 한꺼번에 맞설 만큼 존재감을 드러낸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그것을 뚫고 분연히 일어나 꿋꿋이 한 팀을 응원한 이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일종의 오기로 버텨낸다. (68쪽)
나는 내가 좋고 편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야구를 마음껏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고 있다. 그랬더니 엄청난 일들이 생겼다. 남들은 나를 ‘성덕’ ‘슈퍼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야구에 입문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하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어느 선수건, 어느 팀이건 좋으니 그냥 한번 야구를 보시라고. 그러다가 어느 쪽에 흥미가 생기면 한껏 좋아해 보라고. (73~74쪽)
지금 이 시대에 유일하게 실시간이 의미 있는 건 오로지 스포츠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스포츠에는 본방사수라는 말이 없다. 모든 경기는 본방이고, 팬들은 그것을 사수하는 것이 기본이니까. (116쪽)
유니폼 등 뒤에 박힌 번호가 아닌 가슴에 걸린 그 이름을 위해 뛰라는 말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유니폼 앞의 팀 이름에 뒤에 걸린 숫자가 합쳐지면 그 감동은 더 커진다. (186쪽)
“선생님은 레드삭스를 정말 사랑하죠. 그런데 레드삭스도 선생님을 사랑해주던가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Fever Pitch>에 나오는 그 학생의 대사에 나를 포함해 잠시 멍했던 사람들이 분명 꽤 있었을 것이다. (199쪽)
TV로는 중계되지 않는 시간들, 투수가 교체되어 올라오는 시간이나 연습공을 던지고 있는 동안 그 모습을 한 발 뒤에서 투수코치가 바라보고 있는 시간. 다른 야수들이 공을 주고받으며 어깨가 식지 않도록 하는 시간과 혹은 상대 선수와 가볍게 뭔가 얘기하고 있는 그 시간. 화면으로 보고 있었다면 광고를 봐야 할 그 시간에는 더 짙은 냄새가 풍긴다. (230-231쪽)
다른 공보다 크기도 작고 흰색이라 사인을 받아 보관하기도 좋아서 전 종목 중에서 사인볼이 가장 많은 것도 야구다. 야구공은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와 팬을 더 밀접하게 연결하는 매개체다. 방망이, 글러브를 사용하고 베이스가 있어서 이름조차 ‘베이스볼’이 지만 언제나 야구를 상징하는 것은 빨간색 실밥이 그려진 야구공이다. (237쪽)
야구의 말들과 함께 야구는 조금씩 더 멋있어진다. 아직 야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들에게 이 공놀이의 아름다움을 가장 선명히 보여주고 야구팬들에게는 무한한 자긍심을 선사한다. (255쪽)
마라도나는, 그리고 그의 두 골은 단순히 점수와 숫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묘한 점이다. 결국은 숫자의 합으로 승리를 얻고 그것이 최고의 가치인데, 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숫자 뒤에 있는 다른 것들이다. (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