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서라백] "폭력과 불법을 보고서도 이를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이다.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도 등장한다. 일부 노동조합의 회계 부정을 빌미로 '노조와의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의 불법폭력 행태는 당연히 제지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전체 노동자 권리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이익단체 혹은 기득권 권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이같은 발언이 왜 나왔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수세에 몰렸던 전두환 군부는 그럼에도 재집권에 성공한다. 권좌를 물려받은 노태우는 '여소야대'에 시달리다 1990년 '3당합당'이라는 희대의 망동을 주도하고, 연달아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다. "민생 치안 확립을 위해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을 대통령의 권한을 동원해 소탕하겠다"게 당시 설명이다. '조폭 검거' 기사는 연일 일간지 톱을 장식하고, 실제로 살인이나 강도같은 주요 폭력 사건이 크게 줄었다. 박종철과 이한열의 피까지 헌납하며 갈구하던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88올림픽'과 '조폭 소탕 이벤트'를 거치며 서서히 희석된다.
권력자가 자신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또 다른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많다. 히틀러는 2차대전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박정희와 전두환에게 단골 소재는 역시 '빨갱이 소탕'이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동원한 것은 '노조'다. 우리 투철하고 강경한 대통령님은 이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투철한지, 자신과 측근들의 비위에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부인과 장모에는 충실한 '마당쇠'이면서 그들이 풍기는 악취에는 '모르쇠'다. 그런 하면 야당과 비판언론에 대해서는 '돌쇠'니, 이것이야 말로 '내로노폭(내가 하면 로맨스, 노조가 하면 폭력)'이다.
검찰은 신나는 칼춤으로 흥을 돋군다. 정권의 마타도어와 언론의 농간질에 '가스라이팅' 당한 국민들은 이를 응원한다. 노조를 비판하는 자신이 정작 노동자임을, 자신의 가족 또한 노동자임을 잊는다. 같은 계급간 갈등이 벌어진다. 국민 시선 돌리기와 여론 분열(갈라치기)는 이번에도 성공일까? 대한민국 국민에게 역시 학습효과란 무용지물이 될 것인가?
본 만평은 한국 네티즌본부에서 작성합니다. '경고: 변조 절대 금지'
◎ 원본 글: 서라백 시사만평| Click ○ ←닷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