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얀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몸을 푼 ‘2001 나이키 프리미어컵’ 한국대표 광주 북성중 윤성근(15)은 한국예선 MVP로서 세계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월 한국예선에서 6경기 5골로 예비 골잡이로서 이름을 올린 윤성근은 1급 상이군인인 아버지와 청각장애인 어머니에게 또 한번 기쁨을 안겨드린다는 각오로 베를린에 왔다.
월남전에서 왼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는 출국 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가치있다”며 아들을 격려했다.
광주 하남동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한 축구는 윤성근에게 모든 것으로 다가왔다. 훌쩍 커버린 키(182㎝)지만 61㎏에 불과한 체격조건은 아직 넘어야 할 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지난해 2월부터 금호고 축구부 숙소에서 기거하는 윤성근은 미래의 대형 스트라이커 자리를 이번 프리미어컵에서 예약할 작정이다.
광주 북성중 김은수 감독(42)은 “골 넣는 감각이 뛰어나다”면서 “순발력과 헤딩력이 우수하지만 체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13일부터 시작되는 예선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성근은 15세 이하 한국국가대표에 선발돼 프리미어컵 이후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 교류전에도 출전한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는다. 군대에 간 형(25)을 대신해 집안 가장노릇을 해야 하지만 아직 어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 가지 목표인 국가대표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한눈 팔지 않겠다고 당차게 말하는 윤성근에게서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