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유기미(狐濡其尾)
여우 꼬리가 물에 젖다는 뜻으로,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맺음은 어렵다는 비유의 말로 처음에는 쉬워도 나중에는 곤경에 빠짐, 준비가 없으면 일을 추진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이다.
狐 : 여우 호(犭/5)
濡 : 젖을 유(氵/14)
其 : 그 기(八/6)
尾 : 꼬리 미(尸/4)
출전 : 전국책(戰國策)
여우는 머리가 가볍고 꼬리가 무겁기 때문에 꼬리를 얹고 물을 건너는데 중간에 힘이 빠져 꼬리를 물에 빠뜨리면 익사하거나 물을 건너지 못한다는 속설에서 유래한다.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거들먹거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에서 보듯 여우는 교활의 대명사다. 교활한 사람을 비유하는 대명사이기도 한데 구미호(九尾狐)는 꼬리가 아홉 개나 달린 여우로 살살거리는 여성을 지칭했다.
꼬리에 관한 성어는 용두사미(龍頭蛇尾)나 구미속초(狗尾續貂)처럼 보잘것없는 마무리를 뜻한다. 다른 동물의 속담도 보자.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三年狗尾 不爲黃毛)', '노루 꼬리가 길면 얼마나 길까(獐尾曰長 幾許其長).'
그런데 몸매가 날씬한 여우는 주둥이가 길고 뾰족한데 비해 꼬리는 굵고 길어 그럴 듯해 보인다. 꾀주머니 여우라도 꼬리는 거추장스럽다. 여우의 꼬리가 물에 젖는다는 이 성어는 크고 탐스러운 모양으로 거창하게 일을 벌였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을 말한다.
여우는 머리가 가볍고 꼬리가 무겁기 때문에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꼬리를 얹고 건너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건너는 도중에 힘에 부쳐 꼬리가 젖게 되면 몸 전체가 가라앉게 된다.
모양 좋게 일을 떠벌여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기는 어렵다. 재주가 별로 없으면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맡아 끙끙거리다가 중도 포기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됐다.
사기(史記)의 춘신군(春申君) 열전에서 인용하는 말이 나온다.
전국사공자(戰國四公子)의 한 사람인 초(楚)나라의 춘신군은 본명이 황헐(黃歇)로 유일하게 왕족 출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학하고 담력이 있으며 변설에도 능해 초왕은 그를 중용했고 주변국에 위력을 떨치는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초나라를 침공할 계획을 알아챈 춘신군은 진왕에게 글을 올렸다. 위력을 믿고 주변국을 차지하려는 마음을 억제한다면 인왕(仁王)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후환이 두렵다며 이어진다.
시경에 "시작하는 자는 적지 않으나 끝이 좋은 자는 드물다(靡不有初 鮮克有終)"고 했고, 주역에는 "여우가 물을 건너려면 그 꼬리를 적신다(易曰 狐涉水 濡其尾)"고 했습니다.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맺음은 어렵다는 비유였다. 옳다고 여긴 진왕은 출병을 중지시켰다.
여우가 물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빠져나올 때는 큰 꼬리에 물이 많이 묻어 힘이 든다. 큰일을 시작하려면 자신의 능력을 먼저 알고, 주변에 미치는 영향까지 세밀히 분석한 다음 착수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인기만 믿고 그럴 듯한 명분으로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나중에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용의 무서운 머리가 뱀의 가느다란 꼬리로 변한다는 것이나, 태산이 울리더니 쥐 한 마리 나온다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나 모두 시작을 잘못하여 생겨난 일이다.
易曰: 狐涉水, 濡其尾. 此, 言始之易終之難也.
주역에 "여우가 물을 건넘에 그 꼬리를 적시도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잘 마치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여우가 물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꼬리에 물이 많이 젖어 물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글의 인용은 주역의 미제(未濟) 괘에 나온 말이다.
未濟, 事未成之時也. 水火不交, 不相爲用, 卦之六爻, 皆失其位, 故爲未濟. 汔, 幾也, 幾濟而濡尾, 猶未濟也. 占者如此, 何所利哉.
'미제(未濟)'는 일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때이다. 물과 불이 서로 사귀지 못하여 서로 쓰임이 되지 못하고, 괘의 여섯 효가 모두 제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음(未濟)'이 되었다. '거의 흘(汔)'은 '거의 기(幾)'이니, 거의 건너가서 꼬리를 적심은 여전히 건너지 못한 것이다. 점을 치는 자가 이와 같이 하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시작보다 끝 맺음이 중요하다.
젊은 시절부터 성실하게 목수일로 한 평생을 살아 온 목수가 늘 일감을 주고 스폰서 역할을 하는 고용주를 찾아가 털어 놓았다. "이제 나이도 먹고 할 만큼 했으니 목수일에서 은퇴를 해 가족들과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내려고 합니다."
아직은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인데 너무 일찍 일을 그만 둔다는 말에 놀라 "아니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직은 한참 더 일할 수 있는데 벌써 은퇴하겠다니 아쉽기만 합니다"면서 고용주는 적극 만류했다. 그러나 목수는 끝내 은퇴를 고집했다.
이에 고용주는 말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내일처럼 도와줘 고마웠소. 훌륭한 일꾼을 잃게 되어 무척 아쉽구려. 그렇다면 마지막 좋은 솜씨로 집 한 채만 지어 줄 수 있겠소?"
목수는 "그럼요. 당연히 지어드려야지요. 최선을 다해 정성껏 지어 드리겠습니다." 사실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속셈은 달랐다. 이제 끝내는 마당에 고용주한테 얻을 것도 없고 적당히 지어 이익이나 좀 남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목수는 일부러 인건비가 싼 인부들을 급히 모으고 싸구려 자재를 사용하여 집을 짓기 시작했다. 어쨋든 겉모양은 그럴듯한 집이 완성되었다. 얼마 후 고용주가 집을 보러 왔다.
그러나 고용주는 집은 들어가 보지도 않고 목수를 부르더니 현관 열쇠를 목수의 손에 쥐어주면서 "이 집은 당신의 것이오. 오랜 세월 나를 위해 헌신한 보답으로 이 집을 선물로 주는 것이니 받아주시오"라고 말했다.
"예????"
목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에게 선물할 집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아마 좋은 인부를 쓰고 최상급 자재를 구해 아주 훌륭한 집을 지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아주 훌륭한 선물이 되었을텐데...
그동안 성실히 살아온 세월의 보상이었는데 마지막 잘못된 판단으로 보상이 빛을 잃고 만 것이다. 뒤늦게 뼈저린 후회를 했지만 이미 자업자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된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인생 마감을 적당히 또는 부실하게 한다면 결국 손해는 본인에게 돌아올 것이다. 아흔 아홉 번 잘해 인정을 받았지만 한 번의 잘못으로 그동안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다. 이왕 성실히 살아 왔다면 끝 맺음도 성실하게 하라. 결코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작도 끝도 모두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첫 단추를 바르게 뀌면 나머지 단추도 바르게 뀌게 된다는 말과 비슷한 말로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시작을 긍정적으로 하라는 조언이요 플라톤이 그의 저서 "공화국"에서 말했다는 "일의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도 있다. 무엇이고 시작하기가 어렵지 시작하기만 하면 그 시작으로 인하여 일의 반이나 정복한 셈이라는 뜻이다. 이는 무엇이든지 계획하고 실천하는 시작이 어렵기 때문에 시작하는 일의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생겨난 말이다.
이와 다르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아주 독특한 표현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글로 알려진 말이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것으로 무엇이든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성경 욥기 8장 7절에 보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현상태 보다는 미래가 훨씬 좋고 잘 된다는 소망의 말씀이다. 시작 없는 끝은 없는 것이기에 시작을 무시할 수 없는 말씀이기도 하다.
시작이나 끝이나 모두가 중요하다. 시작하는 것에 용기도 있어야 하고 그 결과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인간의 용기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용기의 연약함을 단적으로 지적하는 말이 있다. 용두사미(龍頭蛇尾)이다. 시작은 용머리 같은데 끝은 뱀꼬리 같다는 말이니 이런 일이 인간에게 있어서 허다하다는 말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비비어(John Bevere)는 저서 '존중' 중에서 말한다. "인생은 지구력을 요하는 마라톤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 보다 어떻게 마치느냐가 중요하다. 끝에 어떻게 되느냐는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우리가 살면서 어떤 습관을 몸에 들이느냐에 좌우된다."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하다
세상에 출발자는 많고 도착자는 적다. 출발과 도착 사이에 곡절이 많은 까닭이다. 누구는 두려움에 발목잡히고, 누구는 좌절로 주저앉는다. 누구는 무수한 갈래에서 길을 잃고, 누구는 뒷심이 부족해 끝을 밟지 못한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은 절반쯤만 맞는다. 진짜 절반은 마무리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2%가 부족해 98%를 망치는 일이 허다하니 말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에 장승요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우군장군과 오흥 태수를 지냈지만 화가로 더 유명했다. 붓만 들면 세상 모든 것을 마치 사진처럼 그렸다. 벼슬을 마친 뒤엔 그림만을 그리며 지냈다.
어느 날 안락사 주지가 그에게 절 벽면에 용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장승요는 붓을 들어 구름 속에서 곧 날아오를 듯한 용 두마리를 그렸다. 꿈틀대는 몸통, 갑옷 같은 비늘, 날카로운 발톱 그 어디를 봐도 살아 움직이는 용 같았다.
한데 이상하게도 그는 용에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궁금해 그 이유를 물었다. 그가 답했다. "용에 눈을 그려 넣으면(畵龍點睛)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눈동자를 빨리 그려넣으라고 독촉했다. 성화에 못이긴 그가 한 마리 용에 눈동자를 그려넣자 바로 용이 벽에서 뛰어나와 비늘을 번뜩이며 하늘로 날아올랐고, 벽에는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은 용만 남았다. '수형기'에 나오는 얘기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용 그림(畵龍)에 눈동자(睛)를 그려넣는다(點)는 뜻으로, 가장 요긴한 데를 완성해 일을 마무리 함을 의미한다. 사소한 것이 전체를 돋보이게 한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전반적으로 잘 되었지만 어딘가 한 두 군데 부족한 듯하면 '화룡에 점정이 빠졌다'고도 한다.
화룡점정하면 흔히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떠올린다. 그 천장화는 미켈란젤로의 재능보다 혼이 담긴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거꾸로 메달려 천장 구석에 한땀한땀 그림을 채워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말했다. "여보게, 그 좁은 구석에 그리 공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걸 누가 알아주겠나." 미켈란젤로가 답했다. "그거야 내가 알지."
시작은 좀 초라해도 끝이 창대한 게 좋다. 좀 어설퍼도 마무리는 짓는 게 좋다. 매듭을 지어야 그걸 딛고 조금씩 높이 올라간다. 2%가 부족해 98%를 망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끝이 가까울수록 더 마음을 쏟아라. 초심은 시작의 마음이자 끝의 마음이다.
▶️ 狐(여우 호)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을 나타내는 瓜(과, 호)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狐(호)는 ①여우(갯과의 포유류) ②여우털 옷 ③부엉이(올빼밋과의 새) ④의심(疑心)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암내로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호취(狐臭), 여우와 삵으로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 즉 소인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리(狐狸), 여우 귀신을 호귀(狐鬼), 궤의 밑바닥에 대는 말굽같이 생긴 쇳조각을 호번(狐蹯), 여색을 좋아하여 밝히는 일을 호수(狐綏), 여우의 굴을 호혈(狐穴), 여우의 넋을 호정(狐精), 여우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흰 털로 만든 갖옷을 호구(狐裘), 여우를 잡기 위하여 치는 그물을 호망(狐網), 호기롭고 열쌤 또는 호탕하고 영매함을 호매(狐邁), 한쪽 불알이 아프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병을 호산(狐疝), 여우의 눈썹이라는 뜻으로 알씬거리어 아양을 떨고 아첨함을 호미(狐媚), 여우가 의심이 많다는 뜻으로 매사에 지나치게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호의(狐擬), 임금 곁에 있는 소인을 비유하는 말을 성호(城狐), 승냥이와 여우를 시호(豺狐), 늙은 여우를 노호(老狐), 흰 여우를 백호(白狐), 작은 새끼 여우를 소호(小狐), 여우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호백구(狐白裘), 암내로 겨드랑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일컫는 말을 호조기(狐臊氣), 여우와 쥐새끼 같은 무리라는 뜻으로 간사하고 못된 무리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호서배(狐鼠輩),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를 일컫는 말을 구미호(九尾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일컫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사수구(狐死首丘), 여우의 죽음에 토끼가 운다는 뜻으로 동류의 불행을 슬퍼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호사토읍(狐死兔泣), 여우가 의심이 많아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하여 의심이 많아 결행하지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호의불결(狐疑不決), 여우는 수놈 두 마리가 함께 살지 않는다는 뜻으로 두 영웅이 병립할 수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불이웅(狐不二雄), 위엄을 빌린 여우 곧 권력자에게 빌붙어 날뛰는 소인을 일컫는 말을 가위지호(假威之狐), 범의 탈을 쓴 여우 곧 권세를 부리는 간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가호지호(假虎之狐), 동호의 곧은 붓이란 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바르게 기록한다는 말을 동호직필(董狐直筆), 두 다리의 여우라는 뜻으로 마음이 음흉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양각야호(兩脚野狐), 여우하고 여우의 모피를 벗길 모의를 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상충하는 사람하고 의논하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호모피(與狐謀皮) 등에 쓰인다.
▶️ 濡(적실 유, 편안할 여, 유약할 연, 삶을 이, 머리 감을 난)는 형성문자로 渜(목욕물 난), 渪(적실 유)는 동지(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需(수, 유)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濡(유, 여, 연, 이, 난)는 ①(물에)적시다,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②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③윤(潤)이 나다, 윤기(潤氣)가 있다 ④부드럽다, 온화하다(穩和--) ⑤더디다, 지체하다(遲滯--) ⑥견디다 ⑦습기(濕氣) ⑧은혜(恩惠), 은택(恩澤) ⑨윤(潤), 윤기(潤氣) ⑩오줌, 소변(小便) ⑪물의 이름, 그리고 ⓐ편안하다(便安--)(여) 그리고 ㉠유약하다(柔弱--)(연) ㉡연약하다(軟弱--)(연) 그리고 ㊀삶다, 익다(이) ㊁끓이다(이) 그리고 ㉮머리 감다(난) ㉯목욕물(沐浴-)(난) ㉰목욕(沐浴)하고 남은 더운 물(난) ㉱강(江)의 이름(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미적미적하여 지체함을 유지(濡遲), 젖어서 물이 듦을 유염(濡染), 적셔서 빪을 유윤(濡潤), 막히고 걸림을 유체(濡滯), 눈물에 젖은 옷소매를 유몌(濡袂), 물에 젖음을 주유(澍濡), 비나 이슬에 젖은 뽕잎을 유상(濡桑), 노천에 안치한 부처를 유불(濡佛), 돼지에 기생하는 이를 유수(濡需), 입술로 마른 것을 적셔 준다는 뜻으로 백성에게 은택을 베풀어 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문유(吻濡), 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은 물에 젖는다는 뜻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다투는 사람은 언제나 고생을 면치 못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쟁어자유(爭魚者濡), 치마를 걷고 발을 적신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을 건상유족(蹇裳濡足) 등에 쓰인다.
▶️ 其(그 기)는 ❶상형문자로 벼를 까부르는 키의 모양과 그것을 놓는 臺(대)의 모양을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나중에 其(기)는 가리켜 보이는 말의 '그'의 뜻으로 쓰여지고 음(音) 빌어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其자는 '그것'이나 '만약', '아마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其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키'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其자를 보면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받침대를 그려 넣으면서 지금의 其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其자는 본래 '키'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나 '만약'과 같은 여러 의미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그래서 후에 竹(대나무 죽)자를 더한 箕(키 기)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其(기)는 ①그, 그것 ②만약(萬若), 만일(萬一) ③아마도, 혹은(그렇지 아니하면) ④어찌, 어째서 ⑤장차(將次), 바야흐로 ⑥이미 ⑦마땅히 ⑧이에, 그래서 ⑨기약하다 ⑩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정해진 시기에서 다른 정해진 시기에 이르는 동안을 기간(其間), 그 나머지나 그 이외를 기여(其餘), 그것 외에 또 다른 것을 기타(其他), 그 역시를 기역(其亦), 그 세력이나 형세를 기세(其勢), 그 밖에를 기외(其外), 그 벼슬아치가 그 벼슬을 살고 있는 동안을 기등(其等), 그때를 기시(其時), 실제의 사정이나 실제에 있어서를 기실(其實), 그 전이나 그러기 전을 기전(其前), 그 가운데나 그 속을 기중(其中), 그 다음을 기차(其次), 그 곳을 기처(其處), 그 뒤를 기후(其後), 각각으로 저마다 또는 저마다의 사람이나 사물을 각기(各其), 마침내나 기어이나 드디어를 급기(及其), 어린 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을 아기(阿其), 한 달의 마지막이라는 뜻으로 그믐을 이르는 말을 마기(麻其), 마침내나 마지막에는 급기야(及其也), 그때에 다다라를 급기시(及其時),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중간쯤 되어 있음을 거기중(居其中), 알맞은 자리를 얻음을 득기소(得其所), 일을 일대로 정당하게 행함을 사기사(事其事), 그 가운데에 다 있음을 재기중(在其中), 마침 그때를 적기시(適其時), 그 근본을 잃음을 실기본(失其本), 절친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 말을 기이단금(其利斷金), 또는 기취여란(其臭如蘭), 모든 것이 그 있어야 할 곳에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각득기소(各得其所),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뜻으로 사물의 원인이 되는 것을 없앤다는 말을 거기지엽(去其枝葉),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매우 많음을 이르는 말을 부지기수(不知其數), 어떠한 것의 근본을 잊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망기본(不忘其本),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일컫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겉을 꾸미는 것이 자기 신분에 걸맞지 않게 지나침을 일컫는 말을 문과기실(文過其實),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그 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뜻으로 원한이 뼈에 사무침을 이르는 말을 욕식기육(欲食其肉), 착한 것으로 자손에 줄 것을 힘써야 좋은 가정을 이룰 것임을 일컫는 말을 면기지식(勉其祗植), 미리 말한 것과 사실이 과연 들어맞음을 이르는 말을 과약기언(果若其言),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어떤 일을 할 때 먼저 그 방법을 그릇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선실기도(先失其道) 등에 쓰인다.
▶️ 尾(꼬리 미)는 ❶회의문자로 엉덩이를 나타내는 尸(시)와 엉덩이에 붙어 있는 毛(모; 털)로 이루어졌다. 尾(미)는 꼬리로 전(轉)하여, 뒤, 끝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尾자는 '꼬리'나 '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尾자는 尸(주검 시)자와 毛(털 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尾자를 보면 尸자 아래로 긴 꼬리가 달려 있었다. 이것은 축전을 벌일 때 동물의 꼬리를 매달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尾자는 이렇게 '꼬리'를 표현한 글자이지만, 꼬리는 신체의 끝부분에 있다 하여 '끝'이나 '뒤쪽'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尾(미)는 (1)인삼(人蔘) 뿌리의 잔 가닥 (2)미성(尾星) 등의 뜻으로 ①꼬리 ②끝 ③뒤, 뒤쪽 ④마리(물고기를 세는 단위) ⑤별자리의 이름 ⑥아름다운 모양 ⑦흘레하다, 교미하다 ⑧곱고 예쁘다 ⑨뒤다르다, 뒤를 밟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파(巴)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머리 두(頭), 머리 수(首)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려고 몰래 뒤를 밟는 일을 미행(尾行), 꼬리뼈를 미골(尾骨), 눈썹을 미모(尾毛), 꼬리나 꽁지가 되는 부분을 미부(尾部), 꼬리가 큼을 미대(尾大), 자동차 따위의 뒤에 붙은 등을 미등(尾燈), 곤충 따위의 꼬리에 실 모양으로 돋아난 것을 미사(尾絲), 원광에서 쓸모 있는 광석을 골라 내고 남은 찌꺼기를 미광(尾鑛), 군진의 행렬에 있어서 그 부대의 뒷부분을 미국(尾局), 비행기의 동체의 끝머리 부분에 달린 바퀴를 미륜(尾輪), 꼬리 모양을 미상(尾狀), 꽁지 깃털을 미우(尾羽), 꼬리 날개로 비행기의 뒤쪽 날개를 미익(尾翼), 말의 끝 부분을 어미(語尾),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역미(曆尾), 책 또는 문서에 끝부분을 말미(末尾), 암수 양성의 교접을 교미(交尾), 사물의 머리와 꼬리를 수미(首尾), 뱀의 꼬리를 사미(蛇尾), 글이나 문서 따위에서의 끝 부분을 결미(結尾), 짧은 꼬리를 궐미(厥尾), 용의 꼬리를 용미(龍尾), 곤충 따위에서 꼬리처럼 돋아난 물건을 일컫는 말을 미상돌기(尾狀突起),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우직하게 약속만을 굳게 지킴 또는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미생지신(尾生之信), 꼬리가꼬리가 커서 흔들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끝이 크게 벌어져서 처리하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미대난도(尾大難掉),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일컫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와 꼬리를 잘라버린다는 뜻으로 앞뒤의 잔사설을 빼놓고 요점만을 말함 또는 앞뒤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거두절미(去頭截尾),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으로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의 비유 또는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은 보잘것없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용두사미(龍頭蛇尾), 머리에서 꼬리까지 통한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방침을 바꾸지 않고 생각을 철저히 관철함을 이르는 말을 철두철미(徹頭徹尾), 머리는 있어도 꼬리가 없다는 뜻으로 일이 흐지부지 끝나 버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유두무미(有頭無尾), 꼬리를 진흙 속에 묻고 끈다는 뜻으로 벼슬을 함으로써 속박되기보다는 가난하더라도 집에서 편안히 사는 편이 나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예미도중(曳尾塗中), 개가 꼬리 치는 것처럼 남의 동정을 받으려 애걸하는 가련한 모습을 이르는 말을 요미걸련(搖尾乞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