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신혜운이 바닥으로 나가 떨어졌다.
다행이 머리 쪽으로 떨어진 게 아니어서 심한 상처는 없었지만 그 다음 진유린은 신혜운의 오른손을 등 뒤로 꺾었다.
진유린의 운동화를 신은 발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혜운의 등으로 향했다.
"끄아악!!!"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신혜운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교실에 퍼졌고 학생들은 소름끼치는지 얼굴을 잔뜩 구겼지만 결코 그 경이로운 장면에서 눈을 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프지, 아프지 개새야? 근데, 난 말이야.
너같이 개 같은 선생들을 그냥 용서하고 싶은 맘이 개미 똥 만큼도 없거든,
그래서 다른 선생들까지 대표해서 네가 좀 다쳐라."
이미 말할 힘도 없는지 신혜운은 괴로운 신음소리만을 내뱉고 있었고,
그의 눈가에는 쪽팔리지도 않는지 눈물이 맺혀있었다.
물론 지금 쪽팔리고 뭐고 생각할 여유도 없었지만.
진유린은 또 한번 씩 웃으며 신혜운의 등에서 발을 떼고 왼손으로 팔꿈치를 중심으로 한 신혜운의 오른손 앞쪽을 잡고 오른손으로 뒤쪽을 잡고 비틀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이 비명을 마지막으로 신혜운은 정신을 놓았고,
진유린은 신혜운의 팔을 툭 놓은 뒤에 양손을 맞부딫히면서 탈탈 털고는 개구쟁이 꼬마애가 놀이에서 이긴 듯이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서 최혜진을 향했다.
최혜진은 그녀의 커다란 눈을 반으로 접으며 웃음으로 진유린에게 답했다.
"병신아, 거기 내 가방에서 손수건 좀 던져봐."
어느새 최혜진이란 이름대신 ‘병신’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 최혜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진유린의 가방을 뒤져 아무 무늬도 없는 심플한 손수건을 진유린에게 던졌다.
진유린은 왼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으로 자신의 손을 닦더니 그 손수건을 이미 쓰러져 기절해있는 신혜운의 얼굴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최혜진에게 또 외쳤다.
"지갑, 그것도 던져봐."
최혜진은 의문을 품은 얼굴로 역시나 지나치게 심플한 지갑을 진유린에게 던지면서 생각했다.
나중에 지갑이나 하나 사줘야겠다.
지갑을 손에 쥔 진유린이 지갑을 펼치자 진유린이 무엇을 할지 기대되는지,
모든 학생들의 목에서 꿀꺽이라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의 동공이 엄청나게 커졌다.
진유린이 비릿한 웃음을 입에 담고는 100만 원짜리 수표를 다 여섯 장 신혜운에게 던지고 휙 돌아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너, 너...... 미친거야? 십만 원짜리도 아니고 백만 원짜리야, 너희 집 그렇게 부자야?
네가 빌게이츠도 아니고! 게다가 족히 다 여섯 장은 대보이던데, 진짜 미친 거야?"
"노 땡스."
갑자기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어를 내뱉으며 최혜진에게 윙크를 한번 해주고는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꺼내는 진유린.
- 어라? 아가씨 옵니까? 지금 학교에 있으실 시간 아니십니까?
"아, 병신이냐? 우리 학교로 구급차 좀 보내라, 선생 다쳤는데 한달은 나올 것 같다."
- 예?!
은화령이라는 이름대신 병신이라는 천한 호칭으로 인사를 대신한 진유린은 저런 간략한 대화를 하고는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는,
슬라이드 터치형 핸드폰을 스륵 내렸다.
최혜진은 자신이 때렸지만 그래도 대강 전치 얼마나 나올 것인지를 아는 진유린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렴풋이 짐작했다.
핸드폰을 자신의 손에 진체 정면을 주시하는 진유린의 모습에 어디선가 찰칵 찰칵 하는 소리가 수도 없이 들려왔다.
"야, 진짜 핸드폰 광고 같지 않냐?"
이런 주제로 웅성거리는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진유린을 찍느라 바빴다.
"씨발 것들이, 내 초상권이 얼만 줄 알아?"
딴에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자연히 섞여 나오는 욕에 아까 진유린의 모습이 생각난 학생들은 몸을 움츠리며 핸드폰을 닫으려고 했지만 끝까지 미련이 남아서 저장을 누르고야 닫았다.
진유린은 만사가 다 귀찮아졌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다 받치고 책상발판에 발을 대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눈을 감았다.
최혜진은 그런 진유린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반애들 핸드폰 바탕화면 모델하고 싶어서 환장했니?
이런 모습 보이면 누구라도 심장 안 떨리고, 사진 안 찍고 싶겠어?
하지만 다시 픽 웃음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하긴, 이렇게 예쁜데,
예쁘다는 말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돈데.
내가 남자였다면 100번 고백해서 100번 차여도 포기 안했을 텐데.
***
"오, 오빠, 왜?"
순간 입술을 떼어버린 현비환 때문에 당황해버린 여자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러냐고? 네가 내 몸을 더듬으니까 그렇지,
내가 뻑 가게 잘생기고 몸매도 짱인 건 알고 있는데 말이지, 그렇게 노골적으로 덤비면 싫다 이거지."
그냥 좀 생긴 남자들이 말했으면 코웃음을 치며 자뻑 좀 그만해 라고 반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김한중과는 또 반대인 스타일로 그냥 잘생기다 못해 너무나 매력적인 현비환이 한말이기에 반발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김한중의 쌍꺼풀이 있진 않지만 웬만한 여자들보다도 커다랗고 매력적인,
렌즈를 꼈나하고 오해할 만큼 새까만 눈동자.
백설 공주도 울고 갈만큼 하얀 진유린의 피부만큼이나 하얗고 티끌하나 없는 투명한 피부,
오똑하고 높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콧대,
진유린이 얄팍해서 예뻐 보이는 입술이라면 요즘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도톰한 빨강색 입술,
만화 미소년 스타일의 갸름한 얼굴형.
어깨에 살짝 닿는 다른 색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블랙의 레이어 컷에,
178cm의 키로 그의 외모와 딱 들어맞는 미소년 답지만 약해보이진 않는 몸,
요즘 여자들이 그리도 좋아한다는 미소년의 이미지를 넘어서 치마만 입혀 놓으면 남자들이 침을 줄줄 흘리며 쫓아다닐 것이다.
여자에겐 관심도 없고 말은 무조건 간략하게 하고,
현비환을 뺀 모든사람에겐 차갑기 그지없기로 촌에서 온 학생이 아니면 모르는 학생이 없고,
예쁘다 라기 보단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한 얼굴에 남자라는 이유때문에 생겨난 공식적인 별명,
백마 탄 공주, 당사자는 그 별명을 매우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현비환은, 외모는 한없이 자상하고 착한남자 스타일인데, 외모로 보면 너무 착하고,
자상하고, 남을 상처 줄 주를 모르는 외모다, 물론 외모만. 187cm의 상당히 큰편에 속하는 키에,
크진 않지만 김한중의 눈동자와는 다른 의미로 매력적인 부드러워 보이는 연갈색의 눈동자,
수술 했다 기엔 너무 자연스럽지만 수술 안 했다 기엔 너무 오똑하고 높은 콧날,
특별한 특징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인 입술, 그렇게 하얗지 않은 남자다움이 느껴지는 피부.
역시나 어깨에 살짝 닿는 눈동자의 색과 비슷한 연갈색의 자연스럽게 구불구불한 머리칼,
요즘 인기 있는 미소년 스타일은 아니지만 너무 매력적이어서 여자들이 기대고 싶은 남자 스타일,
그런 외모와는 반대로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 같은 성격인 현비환, 덕분에 얻은 공식적인 별명은,
외모로 여자들을 속인다 해서, 잘생긴 사기꾼.
김한중과 현비환은 미한고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는 신분이면 촌놈이 아닌 이상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가끔 멋모르는 초등학생 여자아이들도 찾아와 고백하는 일도 있었고,
김한중을 처음보는 몇몇 남학생들이 대쉬를 하려고 했다 된통 깨진적도 많고,
대학생들이 이 둘을 보려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언젠가 한 여학생이 몰래 찍은,
얼짱각도도 아니고 몰래 찍힌 것인데도 연예인보다도 몇 배는 멋있는 김한중과 현비환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누가 더 멋있는가를 평가해 보라고 했다.
물론 초상권을 생각해 준다며 백마 탄 공주와 잘생긴 사기꾼 이라는 별명으로 올렸지만.
사실 사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초상권을 생각해 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결과는 0표.
김한중과 현비환 모두 한 표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리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전부다,
전부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이중에서 어떻게 한명을 선택하라는 거야!]
[세상에, 신인 연예인인가? 이렇게 잘생긴 연예인들 보지도 못했는데!]
[얘네 우리학교 후밴데! 저 진짜로 봤는데 이거 사진 못 나온 거임!]
[헐.......이게 못 나온 거면 실물은……!]
느낌표로 끝나지 않는 리플이 없었다, 모두들 감탄하는 내용이었다,
둘 다 너무 환상적으로 매력적이어서 한명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소년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김한중이 미치도록 좋지만 그래도 현비환에게도 기대고 싶다고 했다.
미소년보다 기대고 싶은,
자상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현비환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대고 싶지만 김한중처럼 아름다운 남자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결국 둘 다 0표를 얻은 것이었다. 그 어이없는 결과에 둘은 더욱더 유명해졌다,
이 덕분에 그 둘의 수많은 별명중에 '백마 탄 공주'와 '잘생긴 사기꾼'이라는 별명이 공식화 되었고,
전국에 거의 없는데가 없는 네트워크에까지 퍼지게 돼 둘의 팬 카페 수만 해도 아이돌 스타 팬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였다.
덕분에 둘은 좀 귀찮아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