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연비 향상이 최근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치솟는 국제 유가와 엄격해지는 각국 정부의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업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동차 연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등장해 과거의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연비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의 연비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첨단기술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엔진 스타트-스톱 시스템
엔진 스타트-스톱 시스템은 주정차 시 자동차가 스스로 엔진을 정지시킨 후 이동 시에는 재시동을 해 연료를 절약해주는 기술이다. 현재 여러 자동차업체들이 엔진 스타트-스톱, 스톱 앤 고, 아이들링 스톱 앤 고 등 다양한 이름으로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 BMW 5시리즈에 적용된 오토 스타트 스톱 시스템(사진=BMW)
엔진 스타트-스톱 시스템은 유럽 시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가장 보급화된 연비 향상 기술이다. 유럽 내 조사결과에 따르면 엔진 스타트-스톱 시스템을 이용하면 평균 10% 정도의 연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시내 주행에서는 그 효과가 15%까지 높아진다.
▲ BMW 3시리즈에 적용된 오토 스타트 스톱 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은 운전자가 작동 유무를 설정할 수 있다.(사진=BMW)
가변 실린더 기술
가변 실린더 기술은 다기통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가 정속 주행 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엔진의 실린더 중 일부만을 사용해 동력을 발행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1980년대 초반 미쓰비시가 4기통 엔진에 적용해 상용화 했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가 최근 들어 재조명을 받고 있는 연료향상 기술이다.
▲ 평상시 8개의 실린더 중 4개만을 사용해 연비를 높이는 아우디 S8의 실린더 온 디맨드 기술(사진=아우디)
가변 실린더 기술은 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미국의 도로는 긴 거리를 정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적은 개수의 실린더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변 실린더 기술은 초기에는 주로 V6나 V8 엔진 등 대배기량 엔진에만 적용됐으나, 최근에는 직렬 4기통 2.0리터 이하 배기량의 엔진까지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가변 실린더 기술을 적극 채용하고 있는 아우디에 따르면 이 기술의 적용으로 최대 20%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실린더 온 디맨드 시스템이 적용된 아우디 S8의 엔진은 520마력을 발휘하면서도 8km/l의 연비를 달성했다.(사진=아우디)
듀얼클러치 변속기
이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말 그대로 하나의 변속기 안에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고 끊는 클러치가 2개인 변속기를 말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수동변속기와 동일하지만 변속이 이뤄지는 과정은 자동변속기처럼 자동으로 이뤄지고, 이로 인해 별도의 클러치 페달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 포르쉐 박스터에 적용된 PDK 듀얼클러치 변속기, 이처럼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싼 편이다.(사진=포르쉐)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은 수동변속기 수준 이상의 동력전달 효율성을 갖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2개의 클러치가 순식간에 기어를 변환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나 기존 자동변속기보다 동력 손실률이 현저히 적으며 이로 인해 연비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아우디 S트로닉 변속기의 설계도, 짝수와 홀수 단수에 각각 1개의 동력축이 연결된다.(사진=아우디)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본격적인 대중화는 2003년 폭스바겐이 골프 R32에 적용한 6단 DSG부터이며, 이후 폭스바겐 그룹을 중심으로 유럽 자동차 업체가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산차 업체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보급되고 있다.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장치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장치란 자동차에서 가장 쉽게 버려지는 에너지인 재동 시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한 뒤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신 자동차일수록 여러 가지 전자장비가 탑재돼 자동차 내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 장치를 이용할 경우전기를 발생하는데 소모되는 연료를 최대 3%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프리미엄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인 연비 향상 기술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시스템은 연비와 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사진=포르쉐)
코스팅 모드
폭스바겐 티구안에 의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코스팅 모드는 차량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주행 하다가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변속기가 스스로 중립으로 이동해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수동변속기를 몰 때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타력주행을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인 셈인데, 고속주행에서 연비 향상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폭스바겐 티구안은 코스팅 모드의 적용으로 15.7km/l가 넘는 고속도로 연비를 달성했다.(사진=폭스바겐)
코스팅 모드로 주행을 하다가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살짝만 올려도 코스팅 모드는 즉시 중단되며, 코스팅 모드에서는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자동차 업체마다 코스팅 모드를 임의적으로 온/오프 할 수 있도록 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제는 하나의 자동차 세그먼트로 분류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장 적극적으로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997년 최초의 대량생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출시된 이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 F1에서 쌓은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슈퍼카 맥라렌 P1(사진=맥라렌)
최근에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를 충전해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포르쉐 918 스파이더와 페라리 라페라리, 맥라렌 P1 등의 슈퍼카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접목되는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료 향상뿐만 아니라 성능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 전기모터로 앞바퀴를 굴리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사진=포르쉐)
에어로 다이내믹 바디
끊임없이 공기와 부딪히며 달려야 하는 자동차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에어로 다이내믹한 차체는 구동계통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료소모를 줄여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연비를 향상시키고, 자동차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신 자동차일수록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에어로 다이내믹한 차체를 갖고 있다.
▲ 양산차 최저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를 갖고 있는 폭스바겐 XL1의 연비는 111.1km/l다.(사진=폭스바겐)
일반적인 세단의 경우 공기저항 계수는 0.3Cd이며, SUV와 같이 차체가 큰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0.35Cd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XL1과 같이 고연비를 지향하는 자동차의 경우는 공기저항계수가 0.189Cd에 불과하며, 벤츠 CLA 클래스와 같은 일반적인 세단의 경우도 공기저항계수가 0.22Cd에 불과해 연비 향상에 일조를 하고 있다.
▲ BMW 액티브하이브리드3의 휠은 공기저항을 고려해 디자인됐다.(사진=BMW)
친환경 타이어
자동차 자체의 기술 발전만큼이나 타이어도 연비 향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차체가 공기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것처럼 타이어 역시도 노면과의 회전저항을 이겨내면서 자동차를 움직이고, 이 회전저항이 클수록 에너지 소모도 늘어나 연비가 저하된다.
▲ BMW의 전기차 i3에 적용된 브리지스톤 타이어는 공기저항과 회전저항을 줄여 연비를 향상시킨다.(사진=BMW)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km/h의 속도에서 타이어가 연비의 40%을 담당하게 되고 150km/h 속도에서도 연료의 15%가 타이어에 의해 소모될 만큼 타이어는 자동차의 연비 향상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최근 들어 다양한 타이어 제조사들이 노면과 닿은 면적을 줄이기 위해 타이어 폭을 줄이고 단단한 재질을 사용하면서, 지름은 키우는 등 회전저항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타이어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