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
- 배한봉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수집에
허룸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좋은생각』(20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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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지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잊고 살았지만 잊을 수 없는 분들과 악수를 나누고 안부를 나누고 소주 한잔씩 주고 받았습니다
적당한 취기로 걸어 오다가 선배 문우들을 만나서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제5시집이 불교청소년도서 저작상에 뽑혔다고 미리 알고 축하해주신 분들께 대접을 한 셈이지요
태어나서 작품집에 대한 첫 수상인데... 서점에 내놓지도 못한 상태여서 더 얼떨떨합니다^*^
시 속에서 국수를 말아 파는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에 우리는 미소를 짓습니다
제 시집을 받아보신 분들이 아마도 '선시조'라고 여기셨던 가 봅니다만...
제목도 붙이지 못한 시조들은 그저 저의 백팔배 기도문이었을 뿐인데....
바람이 몹시 찬 초겨울 밤길이 그리 멀지도 않았고 춥지도 않았습니다
첫댓글 4000번째 올려주신 글 너무 가슴에 와닿는 훈훈한 감동입니다 겨울인데도 하나도 안춥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