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는 벌떡 일어나더니 엘레베이터도 타지않고, 비상구 계단으로 가버린다.
아현을 보고 한번 씩 웃어준 그 모습이 딱딱하고 냉철했던 표면적인 모습과는
달리, 참 예뻤다.
“양아현씨.”
“벌써 끝났어요? 나 좀 시간 걸릴거 같은데요.”
“밖에 아무도 없던데, 왜 혼자만 이렇게 열심히예요.”
“빤히 쳐다보지마요.”
“내 여자친구 된 양아현씨가 너무 이뻐서 눈이 자꾸 가는데 어떻게해요.”
“…….”
“아, 너무 느끼한가. 느끼한 남자 별로예요?”
“픽…. 푸하하, 안 느끼해요 귀여워요, 조단우씨.”
단우의 말에 행동에 웃음을 참던 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을 놀리는 뜻이 없지않아 있는 아현의 웃음에 그저 좋다는 단우다.
“양아현씨. 어떻게 할겁니까, 책임져요.”
“… 어제 분명히 문 다 잠그고 갔는데요.”
“그걸 어떻게 믿어! 어제 마지막까지 남아있던건 양아현씨고,
오늘 아침 내가 제일 일찍와서 디자인실 확인했을땐 아무것도 없었어요.”
“…….”
“그거 지금 몇사람이 몇날 몇일을 작업한건지 모릅니까?!
문 하나 잠굴 줄 몰라서 그걸 다 날려먹어요?!!”
목에 핏대 새워가며 아침부터 화를 내고 있는 김 부장.
어제 분명 문단속을 제대로 하고 갔다고 생각한 아현이었는데,
디자인실에 있던 도안들이 모두 사라졌다.
“양아현씨, 처음 일하는 것 치고 성실하고 능률도 좋아서 좋게 보고
있었는데 이런 큰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요?”
“뭐요?!”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고 난 문 잘 잠구고 갔다는데,
왜 이렇게 몰아세우세요?”
“양아현씨, 지금 잘못이 없다고 따지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한 마디가
그렇게 힘듭니까? 직원들이 수군대는 소리, 양아현씨 일하는 거 보고
다 무시했습니다. 낙하산이란 말이 따로 있는게 아니군요-”
김 부장에게 따지려 들던 아현이 더 이상 듣기 싫었던 걸까.
그냥 사무실을 나와버린다.
[아현씨, 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늘 아침 구지 5층에 내려서 아현을 사무실까지 데려다 준 단우에게 온
문자였다. 아현은 괜시리 화를 내며 슬라이드를 거칠게 내려버린다.
[설마 졸고 있어요? 답이 없네]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에서 한 번의 진동이 울렸다. 아현은 또 문자를 확인하고
그냥 슬라이드를 내린다.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긴 진동이 여러번 울렸다.
“여보세요.”
+ 전화는 바로 받으면서 문자는 왜 대답이 없어요?
“몰라요.”
+ 무슨 일 있어요?
“어제 디자인실에 있던 도안이 없어졌는데, 나 때문이라네요.”
+ 무슨 소리예요?
“글쎄요.”
+ 사무실이예요?
“사무실이겠어요?”
+ 어디예요, 들어가지말고 가구팀 앞에서 기다려요. 지금 내려갈테니까
아현은 전화를 끊고 5층에 간이휴게실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려온 단우는 오늘 아침 아현이 골라준 타이가
흐트러져 있었다.
“누가 뭐라고 했어요?”
“타이 엉망인거 알아요?”
“어제 나랑 갈때 문 다 잠그고 갔는데 왜 양아현씨한테 뭐라 그래요?”
“삐뚤어졌어요, 제대로 매요.”
“가만히 있었어요? 잘 잠그고갔다고 그러지.”
“쓸데 없는데다가 힘쓰기 싫어서요. ”
“픽, 가요. 내가 따져줄테니까”
단우는 아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현은 대신 따져주겠다는 단우가 싫진 않았는지 군소리없이 따라간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둘의 모습에 가장 당황한건 김 부장이였고,
그 안에 있던 직원들도 놀라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김 부장님.”
“예.”
“양아현씨 어제 저랑 같이 여기있다가 집에 갔습니다.
제가 문 확실히 잠궜습니다, 양아현씨한테 하신 말씀 제게 하시죠.”
“예?”
“인재를 이런 식으로 버리셔도 되는겁니까?
직접 이야기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인재라구요. 제가 데려온 사람이라
그렇게 말하신겁니까?”
“그럴리가요.”
“이 회사 안에만해도 디자인 관련부서는 많습니다.
데리고 계시지 않겠다고 하시면 다른 팀으로 보냅니다.”
“대표님.”
“네, 말씀하십시요.”
“양아현씨, 분명 훌륭한 인재입니다. 이 팀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그럼 이젠 이런 실수 안하셨으면 합니다, 오늘 조금 무례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수고하세요.”
김 부장이 단우의 등에 대고 짧은 목례를 했다.
직원들도 단우와 눈이 마주치면 한결같이 인사를 했다.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중편 ]
※사랑은 결코 죽지않는다※ 10
맹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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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1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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