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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 아니, 온리원 굶주린 승부욕 봉태규 | ||
봉태규가 돌아왔다. 우정 출연이 아니다. 카메오가 아니다. 거의 1년여 만에 영화에 제대로 출연한다. 그 것도 한꺼번에 두 편씩이나. 김세윤 기자 어제 밤새 촬영했다고 들었다. 드라마 촬영이었나? 봉태규 아니. 영화 <선데이 서울> 촬영이었다. 박성훈 감독이 연출하는 옴니버스영화인데 그중 한 편에서 내가 주인공이다. 각각 다른 장르와 스타일로 찍는다. 내가 출연하는 에피소드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보면 된다. 김세윤 기자 아직도 성장 드라마를 찍을 나이던가? 봉태규 그러게. 이 나이에 아직도 교복을 입는다.(웃음) 심지어 상대 여배우가 올해 18세다. 처음엔 나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구나 생각했는데 계산해 보니 7세 차이더라. 내가 벌써 스물다섯이다. 김세윤 기자 그런데도 아직까지 ‘하이틴 스타 봉태규’라고 표현하는 기사들이 종종 있다. 봉태규 그러게 말이다. 올해는 하이틴, 뭐 그런 거 말고 꽃미남 봉태규, 몸짱 봉태규, 이런 기사 좀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웃음) 김세윤 기자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맡은 역할이 그런 기사를 쓰게 할 만한 캐릭터일까? 봉태규 처음엔 그럴 줄 알았다. 바람둥이 역할이라길래 한창 운동하면서 몸 만들고 있는데 어느 날 감독님이 날 보더니 배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다. 바람둥이는 바람둥이인데 술을 좋아하는 바람둥이라면서. 바로 운동 그만뒀잖나.(웃음) 내가 아무리 그런 이미지로 변신해 보려 해도 주위에서 안 도와준다. 김세윤 기자 그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봉태규 <그때 그사람들> 카메오 출연분 촬영 다 끝내고 새벽에 스탭들이랑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께서 모 배우에게 줬다가 거절당한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난 그냥 아, 그러세요? 곧 좋은 배우 캐스팅 되겠죠, 하고 말았다. 제목도 몰랐다 그때는. 그런데 그 다음날인가 심 대표님한테서 전화가 온 거다. 태규 씨, 시나리오 하나 보낼 테니까 보세요. 그게 <광식이 동생 광태>다. 시나리오 받고 3시간 만에 바로 심 대표한테 전화했다. 이 영화 내가 하겠다고. 김세윤 기자 3시간 만에 결정할 정도면 꽤나 죽이는 시나리오였나 보다. 봉태규 사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들이 많이 들어왔었다. 아니면 예전에 내가 <논스톱 4>에 출연하면서 한창 뜨던 그때의 이미지를 그대로 우려먹는 시나리오들이거나. 그 이미지가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계속 똑같은 것만 보여 주면 보여 주는 나도 지겹고 보는 사람도 지겨울 것 아닌가. 뭔가 다른 걸 보여 줄 기회를 기다렸다. 하루빨리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한 1년여를 기다린 끝에 마침내 이 영화가 나타난 거다. 김세윤 기자 뭔가 다른 걸 보여 주기로는 <한강수 타령>의 강수 역도 만만치 않다. 봉태규 사실 최종수 감독님도 시작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단다. 이 착하고 순수한 역할에 봉태규를? 과연 될까? 지금 감독님이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욕은 안 먹고 있다. 어제 <선데이 서울> 촬영장 가서도 <한강수 타령> 출연하길 잘했다고 새삼 느꼈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발목에 모래 주머니 차고 달리다가 갑자기 모래 주머니 떼면 열라 가뿐해지는 그런 기분. 어제가 그랬다. <한강수 타령> 하는 동안 그만큼 트레이닝이 세게 된 거다. 솔직히 내가 그 전에는 연기를 잘 못했다. 진짜로. 김세윤 기자 너무 솔직한데, 진짜로. 봉태규 <논스톱 4> 전후로 출연한 작품들 다시 보면 항상 뭔가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한강수 타령>하면서는 일부러 애드리브를 안 했다. 대본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연기했다. 나름대로 연기의 완급 조절을 한 거다. 내가 원래 작품을 많이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에이, 현장 가서 부딪히다 보면 어떻게 나오겠지, 했었는데 지금은 대사 하나 칠 때도 고민을 많이 하게 되고 감독님과 꼭 상의하게 된다. 김세윤 기자 그러다 오히려 본인의 타고난 장점을 잃는 건 아닐까? 봉태규 장점이 좋다고 언제까지 단점을 내버려둘 순 없지 않나. 내 단점 커버하고 장점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다. 난 괜찮은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조급해 하더라. 말들은 많이 하면서 정작 책임은 안 진다. <논스톱 4> 한다고 그랬을 때도 영화 계속하지 굳이 왜 드라마 하냐고 걱정들 하던데, 사실 그때 시나리오 많이 안 들어왔다. 들어와도 큰 역할 안 들어왔고. 괜히 태규야 영화 해야지, 하면서 붙잡았던 사람이 막상 자기 영화 만들 때는 작은 역할이나 맡기려 들고 말이야.(웃음) 오히려 <논스톱> 하고 나서 역할 비중 확 커진 시나리오들이 들어오더라. 김세윤 기자 영화만 할 것 같던 배우가 TV 드라마로 간다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봉태규 난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하려는 영화는 상업 영화다, 상업 영화는 흥행이 돼야 한다, 흥행이 되려면 내가 많이 알려져야 한다. 그때는 최선의 방법이 <논스톱 4> 출연이었다. 내 나이 또래에 어울리는 역할에 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매일 쉽게 볼 수 있는 일일 시트콤이고. 물론 다시 영화를 하려고 했을 때 시트콤 이미지가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절대 후회 안 한다. 어쨌든 그걸 통해서 내 이름 석 자가 모든 사람에게 알려졌고 영화 홍보할 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김세윤 기자 <광식이 동생 광태>에는 결정적으로 무엇에 필이 꽂힌 건가? 봉태규 로맨틱 코미디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봤던 로맨틱 코미디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여기서는 뭔가 새롭고 많은 걸 보여 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또 낙천적인 듯하면서 실은 나처럼 비관적인 광태의 성격도 마음에 들고. 김세윤 기자 봉태규가 비관적이라고? 봉태규 그럼. 알고 보면 나 무지하게 비관적인 사람이다. 배우가 된 이후로 더 심해졌다. 예전에는 뭐 하다 잘 안 되면 에이,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그런 식이었는데 배우가 된 뒤로는 아, 역시 난 안 되나 보다. 봉태규 니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하면서 내 자신에게 되게 가혹하게 군다. 김세윤 기자 그런 비관 모드로 접어들 만큼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 영화들이 많았나 보다. 봉태규 많았다. 사실 난 과대평가된 배우였다. <눈물>은 데뷔작인데다 딱히 양식화된 연기를 요구한 게 아니니까 그렇다 쳐도 그 이후 작품들을 보면 난 역시 훌륭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 안 한 지난 1년이 생긴 거다. 사실은 벌써 뒤를 돌아봤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좋게 봐주니까 멋모르고 계속하다가 이제야 돌아본 거지. 그나마 늦게라도 깨달은 게 다행이다. 김세윤 기자 그래도 이미 다른 배우에게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영화를 제의받는 건 배우로서 기분 나쁜 일 아닌가? 봉태규 나보다 훌륭한 배우가 많으니 그건 당연한 거다. 아직까지 ‘봉태규 아니면 이 영화는 제작이 안 돼’ 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그런 거에 자존심 상해서 이 작품 못합니다, 하면 속 좁은 놈이지. 그런데 만일 꿩 대신 닭이다, 이런 거라면 기분 나쁘지.(웃음) 하지만 이건 그게 아니니까. 원래 캐스팅할 때 시나리오 여러 군데 보내는 사정 뻔히 알고, 심 대표님하고는 친분도 있고 하니까 어떤 배우에게 갔었는지 까지 편하게 얘기한 것 뿐이다.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다. 김세윤 기자 대강 어떤 영화인가? 봉태규 부모님이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큰 사건으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 그 보험금으로 형은 사진관을 차리고 동생은 그 옆에 비디오 가게를 차린다. 김세윤 기자 그래서 둘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내용? 봉태규 아니다. 각자 다른 여자 사랑한다. 사실 걔들이 사랑을 하는지 어떤지도 잘 모를 거다.(웃음) 둘은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형은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스타일인데 나는 말보다 몸이 먼저 앞서는 스타일이다. 이왕이면 역삼각형의 좋은 몸매를 앞세우면 좋으련만.(웃음) 사실 술 좋아하는 캐릭터니까 감독님 말대로 몸이 좋으면 말이 안 되긴 한다. 김세윤 기자 개봉이 6월이면 일정이 너무 촉박한 것 아닌가? 봉태규 장소를 많이 이동해 가며 찍지 않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3월 8일 크랭크인해서 4월 말 정도면 크랭크업한다. 사실 <바람난 가족>도 그리 오래 찍진 않았다. 김세윤 기자 그러다 <선데이 서울>까지 2편 겹치기 촬영하게 생겼다. 봉태규 <선데이 서울> 촬영이 거의 다 끝나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김세윤 기자 드라마는 어쩌고? 봉태규 그것도 3월 19일이 마지막 촬영이라 스케줄상 큰 무리는 없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광식이 동생 광태> 대사가 무지 많은데 아직 하나도 안 외웠다는 거다. 큰일났다.(웃음) 김세윤 기자 솔직히 이렇게 바쁜 배우가 될 줄은 몰랐다. <눈물>의 배우 4명을 인터뷰할 당시 다시는 배우 안 할 것 처럼 답한 2명이 바로 조은지와 봉태규 아니었나. 봉태규 그때는 진짜 안 하려고 했다. 마음 잡고 대학 갈 생각이었다. 어린 마음에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는 게 정말 충격이었다. 무대 인사를 하러 갔는데 무대 인사를 못할 정도였으니까. 관객이래 봐야 뭐 3명, 5명…(웃음) 단성사에 갔을 때는 그림으로 그린 간판에 감독 임상수 대신 김성수라고 잘못 써 있고, 우리가 무대인사하러 가는데 그때 사다리 놓고 부랴부랴 임상수로 고치고 있고,(웃음) 그런 게 너무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냥 좋은 경험으로 간직하려고 했는데 어느 날 <눈물> 찍으신 이두만 촬영감독님께서 전화를 했다. <정글쥬스>라는 영화에 날 추천한 모양이었다. 영화사에 갔는데 감독님이 딱 보자마자 대뜸 어, 그래 하자.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감독님 감사합니다, 하게 된 거다.(웃음) 김세윤 기자 정말 그래서 배우가 됐다고? 봉태규 내가 원래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데다 대신 거절해줄 매니저도 없을 때 아닌가. 그런데 막상 하겠다고는 해놓고 덜컥 겁이 나더라. TV에서만 보던 스타들하고 같이 해야 되지, 컷과 컷을 안 튀게 연결하며 연기해야 되지… 사실 한 테이크로 오래가는 게 더 힘든 연기인데 그땐 그게 오히려 쉬웠을 때다. <눈물>은 6mm 카메라 2~3대가 우리 연기를 자르지 않고 담았으니까. 그런데 툭하면 컷을 부르더니 전 장면에 했던 동작 그대로 연결해야 하고. 말투 튀지 않게 연결해야 하고... 그러니까 진짜 돌아버리겠는 거다. 그런데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내가 너무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승부욕이 생기는 거. 에이 씨,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했던 게 지금까지 온 거다. 김세윤 기자 그런 결심을 밝혔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봉태규 '너 왜 그래?'였지.(웃음) 길거리에서 <눈물> 연출부한테 처음 명함 받았을 때도 우리 식구들은 만일 돈 달라고 하면 무조건 도망 나오라 그랬었다. 그때만 해도 시사 프로그램에 연예 기획사 사기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던 때니까. 하지만 난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게 너무 재밌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드디어 캐스팅된 다음에 가족에게 말했더니 '대체 무슨 영환데 널?' 하는 반응이더라. 하긴 나도 의심을 했으니까. 영화사 갈 때마다 양아치란 양아치는 다 와 있는 거다.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본드는 이제 안 해요, 애도 아니고’ 뭐 이러고 앉아 있고.(웃음) 그렇게 <눈물>을 하게 된 거다. 솔직히 재수하기 전에 학원비나 벌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김세윤 기자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한 뒤 부모님 반응은? 봉태규 나이 드신 분들은 다들 그런 생각하시잖나. 내 아들은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회사 가서 편하게 직장 생활해야 된다는. 게다가 난 늦둥이 아들이고. 그런데 얘가 뭘 하긴 한다는데 TV에도 통 나오지 않고 잊어 버릴만 하면 갑자기 ‘엄마 나 영화 개봉해’ 이러니까 황당하지.(웃음) 그나마 나와 봐야 역할도 별로 크지 않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바람난 가족> 찍고 나서는 심지어 작품 섭외가 아예 안 들어왔다. 김세윤 기자 이상하다. 그 영화 이후라면 오히려 많이 들어올 법도 한데. 봉태규 다 찍고 나서 개봉 전까지 기간이 꽤 길었다. 한 5개월? 그때는 엄마 돈 좀 줘요, 라고 말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말도 못하고 한 달에 5천 원으로 버틴 적도 있다. 그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나 이거 그만두면 뭘 하지? 생각해 보니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다. 그게 너무 비참했다. 나이는 벌써 스물세 살인데 한 살 두 살 나이는 먹어가고, 진짜 나 큰일났네, 이런 생각이 덜컥 드는 거다. 그때 운 좋게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들어왔고 천만다행으로 그게 터졌다. 연이어 <바람난 가족>도 터지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다. 그때도 걱정하는 와중에 계속 오기는 생기는 거다. 이왕 시작한 거 잘하는 모습 한 번은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김세윤 기자 그런 승부욕이 지금도 배우 생활을 지탱하는 힘인가? 봉태규 이제는 승부욕보다 책임감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수많은 사람이 한 작품에 매달리는데 내가 설렁설렁하는 건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세윤 기자 기분 언짢은 질문일지 모르지만 한때 제2의 류승범이다, 더 심하게 말하면 짝퉁 류승범이다는 말까지 돌았었다. 봉태규 물론 처음엔 기분 나빴지.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좋은 배우랑 비교해 주니 기분 좋다. 채찍질도 되고. 근데 류승범 본인이 채찍질할 때는 화가 나더라고.(웃음) 김세윤 기자 어떻게 채찍질하길래? 봉태규 괜히 전화해서는 연기 X 같던데 이래버리니까.(웃음) 오우, 그때는 책임감에서 다시 승부욕으로!(웃음) 김세윤 기자 봉태규가 류승범을 채찍질하기도 한다던데. 봉태규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내가 전화해서 그랬다. 형, <주먹이 운다> 연기에 혼 좀 박으셨대매? 그러면 그쪽에서 그러지. 개소리 하지 말라고. 그런 식이다, 우리는 서로.(웃음) 김세윤 기자 너무 느닷없이, 준비 없이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나? 봉태규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들을 모르니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웬만하면 혼자 헤쳐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쨌든 배우는 상업성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인기 떨어지면 누가 나에게 좋은 배역을 주겠나. 그래서 솔직히 지금도 불안하다. 난 말 그대로 눈뜨고 나니 떠버린 케이스 아닌가. 과연 언제까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내 연기가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한다. 김세윤 기자 늘 궁금했다. 연예인들이 흔히 대중의 사랑 운운하는데 그걸 정말 사랑이라고 느껴서 하는 말인가? 아니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멘트인가? 봉태규 김장훈 선배가 그러더라. 연예인은 대중을 욕할 자격이 없다고. 대중들 덕분에 밥을 먹고 돈을 벌고 살기 때문에. 공감한다. 대중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고 계속 영화도 찍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제일 이상적인 건 내 작품에는 관심 가져주면서 내 사생활에는 관심 꺼주는 거다.(웃음) 가령 나도 인간이라 술 먹고 노상 방뇨할 수도 있는데 누군가 그걸 보고 어? 봉태규네? 바로 인터넷에 올리는 건 아니다 이거지. 한번은 친구들하고 찜질방에 간 적이 있다. 옷을 갈아입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봤더니 어떤 사람이 폰카로 막 찍으려던 찰나에 재빨리 숨기더라. 아, 이건 진짜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윤 기자 오랜만에 영화하니 좋은가? 봉태규 확실히 모래 주머니 푼 느낌이 온다는 게, 엊그제 <선데이 서울> 촬영 때 집중해서 아주 중요한 장면을 하나 연기했더니 스탭들이 일제히 오호, '쫌' 하는구나 하는 반응을 보이는 거다. 김세윤 기자 평소엔 비관적이다가도 그럴 때면 또 '자뻑'의 기운이 올라오는.... 봉태규 내가 원래 자뻑이 심하다.(웃음) 현장에서도 오케이 사인 내가 내린다. ‘아, 이 이상 안 나와’하고.(웃음) <품행제로> 때 거의 그랬다. 그래서인지 조근식 감독님이 두 번째 작품은 류승범이랑 나랑은 절대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그랬다. 저희도 뭐, 감독님하고 썩 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유일하게 그렇게 넉살 좋게 못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임상수 감독님이다. 아무래도 날 배우로 만들어 주신 은인이다 보니 여전히 어렵다. 난 임상수 감독님이 모니터를 볼 때 그 두꺼운 입술로 쩝, 쓰으… 하는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면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그러다 목을 조를 수도 있잖은가. 김세윤 기자 설마 목이야 조를까봐. 봉태규 감독님이 <눈물> 찍고 FILM2.0하고 인터뷰할 때 신인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싶었다"고 답한 걸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뒤로 언제 목 졸릴지 모르니까 항상 조심하고 있다.(웃음) 김세윤 기자 그럼 올해는 영화 두 편에서 만날 수 있는 건가? 봉태규 마음 같아서는 한 편 더 하고 싶다. 그동안 너무 영화에 굶주려 있었다. 오랜만에 영화 현장에 딱 가니까 마치 방학 때 시골 내려간 느낌. 너무 좋은 거다. 왠지 마음 짠한 기분. 거기다가 더 짠한 건 이젠 주연이라는 사실.(웃음) 와, 그게 너무 좋아서 남몰래 달려나가 야호 한번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김세윤 기자 앞으로 주인공 할 영화 많을 거다. 봉태규 내 꿈이 넘버원보다 온리원이 되는 거다. 넘버원은 많잖나. 난 봉태규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온리원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면서 돈도 많이 벌면 좋고.(웃음) 김세윤 기자 돈은 좀 벌지 않나? 봉태규 벌면 뭐하나. 여전히 아홉 살 위 큰누님께서 다 관리하시는데. 비자금 조성하고 싶어도 도저히 틈을 안 준다. 아직도 내 차가 없다. 그래서 차 한 대 사려고 1년 플랜을 짰는데 10개월 모으다가 딱 걸려서 얼마 전에 다 뺐겼다. 김세윤 기자 대신 돈을 잘 저축해 주시겠지. 봉태규 글쎄. 통장 보여 달라 그러면 자꾸 피하고, 누님의 아파트 평수는 자꾸 커지고. 그런 것이 늘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웃음) 다른 가족은 잘 사는데 왜 정작 나는 이렇게 쪼들리는지 원.(웃음) 김세윤 기자 뻔한 질문이지만 마지막으로 묻겠다.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봉태규 역할 모델이라기보다 그냥 뛰어넘고 싶은 배우들이라면 있다. 한국에서는 류승범, 아시아로 가면 <고 GO>에 나온 구보즈카 료스케, 할리우드로 가면 리버 피닉스. 연기 말고 몸이나 얼굴만 닮고 싶다면야 브래드 피트나 주드 로, 뭐 그런 애들. 아, 자식들, 부럽더라고. 프로필 1981년 생 | 2000년 <눈물>로 데뷔 |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논스톱 4> <한강수 타령> 등 | 영화 <정글쥬스> <품행제로> <튜브> <바람난 가족> <안녕! 유에프오> 등 출연 사진 김선태 기자 |
첫댓글 정말 기네요...그래두 재미있게..^^ 부디 두 영화 다 대박나서 한국의 연예인하면 봉태규라는 이름도 생각하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아자아자 화이팅!!!!!몸챙이겟요..
아아^^~ ~~~ 너무 귀여우세요 ㅋㅋㅋㅋ 짱이에요 ++++___
역시..솔직하심..!!
아 멋지다 . ㅠ-ㅠ 대박나라`!! ㅋ ㅋ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아..정말 멋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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