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내리는 호수와 해금강의 푸른 물결… 고성 겨울 여행
화진포 노을에 얼굴을 묻고, 항아리 굴뚝에 마음을 다스리고
입력시간 : 2006.12.04 08:44 / 수정시간 : 2006.12.18 13:59
- 강원도 고성으로 온 가족 여행을 떠나 보자. 북녘 해금강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노을이 내리는 호수와 민속마을, 유서 깊은 사찰, 먹거리 가득한 항구 등이 있는 비교적 한적한 동해 북부 해안 지역으로.
- 항아리 굴뚝에서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 오르고 철새들이 갈대 호수에서 유유히 논다. 양미리 털게 도루묵 곰치 등 별미들이 있어 여로가 즐겁다. 두 손을 꼭 잡은 연인들은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간절히 소원을 빈다. 바람이 차가워서 좋다. 눈물 콧물 다 흘려도 좋다.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도 고추를 먹고 난 뒤의 개운함 같은 것이다.
강원도 고성으로 온 가족 여행을 떠나 보자. 북녘 해금강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노을이 내리는 호수와 미속마을, 유서 깊은 사찰, 먹거리 가득한 항구 등이 있는 비교적 한적한 동해 북부 지역으로 가 보자.
먼저 둘러볼 곳이 고성군 죽왕면 오봉1리의 왕곡마을. 한때 큰 인기를 모았던 전쟁 영화 ‘배달의 기수’를 직은 마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방식 가옥이 무더기로 남아 있으면 가옥 총51채 중 21채가 북방식 건물이다. 고려 말에 조선 개국에 반대하던 강릉함씨가 들어오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이 마을은 역사가 600년을 넘으며 가옥들이 80~180년이 지나고 형태가 독특해서 마을 전체가 전통민속마을로 지정돼 있다.
- 북방식 가옥이란 함경도 등지에서 한파를 최대한 피하도록 지은 집이다. 사랑방 부엌 마루 등이 모두 한 지붕 아래에 있고, 소가 사는 마구간까지 부엌에 덧대어진 집들이다. 따라서 이런 집에서는 소에게 여물을 줄러 눈비 맞으며 마당을 가로질러 가지 않아도 된다. 뒷담 역시 바람을 막기 위해 농구선수도 안을 들여다보지 못할 정도로 높다. 그 대신 앞마당에는 담이 없고 텃밭이 있다.
항아리를 얹은 굴뚝은 이 마을 최고의 명물이다. 흙과 기와로 쌓아 올린 굴뚝 위에 뚫린 항아리를 얹어 거센 불기운이 항아리를 거치면서 순화되도록 한 시설이다. 건조한 날씨에 화기가 바로 초가지붕에 닿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조상의 지혜가 깃든 항아리굴뚝은 조급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서두르지 않고 한 숨 쉬어 가는 지혜는 첨단을 살아가는 오늘날에 더욱 필요한 덕목인 것 같다.
동구에서 내려다보면 평범한 시골 같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로 거슬러온 느낌을 받게 된다. 쌓아 놓은 장작더미와 닭들이 노니는 개천과 논배미, 메주가 걸린 처마, 고무신이 놓인 섬돌, 디딜방아, 쟁기 등 옛날 것들이 골목마다 집집마다 널려 있다.
마을에 예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을이 5개의 봉우리에 싸여 있어서 한국전쟁 때에도 폭격기가 비켜 갔다. 괜히 잘못 내려왔다가 산봉우리에 부딪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살벌한 고성산불도 비켜갔다.
- 마을 아래에는 송지호가 있다. 이 호수는 화진포 호수, 강릉의 경포호, 속초의 영랑호 등과 함께 동해안의 대표적인 석호로 꼽힌다. ‘석호’란 모래 자갈 따위가 쌓여 바다와 격리되어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는 호수를 말한다. 그래서 민물고기와 바다생물이 공생한다. 송지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나무가 많다. 산불 피해를 입긴 했지만 백옥색 모래밭과 갈대, 철새, 해당화 등이 어우러져 매우 맑고 푸르다. 물새들이 많으면 흔히 백조라 불리는 고니(겨울철새, 천연기념물 제201호)도 있다. 전망탑이 7번 국도변에 있고, 호수 가운데로 가는 산책로도 나 있다.
화진포는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의 무대다. 둘레가 16km에 이르며 갈대와 철새가 많다. 갈대밭에 물드는 노을은 매우 환상적이며 바로 옆에 가을동화에서 준서와 은서가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화진포 해수욕장도 있다. 이곳은 발이 빠지지 않는 조개껍질 가루가 깔려 있으며 오랫동안 군인들이 지켜와서 깨끗한 편이다. 화진포는 경치가 워낙 좋아 이승만, 이기봉, 김일성 등 남북한 최고 권력자들이 휴가를 즐긴 휴양지로 유명하다. 김일성 별장은 최근 ‘화진포의 성’이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거진읍 냉천리 건봉산에 있는 건봉사는 민토성 안이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다가 1988년에 개방된 유서 깊은 절이다. 이곳에서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들에게 훈련을 시켰다. 병사의 수가 하도 많아 쌀뜨물이 계곡에 흘러내렸다고 할 정도다. 한국전쟁 때는 약 2년 동안 16차례나 뺏고 뺏기는 혈투가 이 일대에서 벌어졌다. 이른바 ‘톱날전투’다. 이 일대가 건봉산 전투 전적지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하고 맑은 숲 속에 산사가 들어 있을 뿐이다. 건봉사는 또 만해 한용운이 청년 시절 경전공부를 하고 월북작가 조명암이 출가한 곳이기도 하다. 조명암은 ‘고향초’, ‘알뜰한 당신’, ‘선창’ 등 수많은 대중가요를 쓴 시인이다.
하늘이 하도 높아 땅으로만 가는 / 강원도 칡넝쿨이 절간 종소리 숙생히도 자라났다
메뚜기 배짱이들이 처갓집 문지방처럼 자주 넘는 칡넝쿨 / 넝쿨 진 곳에 계절이 무릎을 꿇고 있다(후략)
통일전망대는 강원도 최북단 7번 국도의 끝인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 해발 70m의 절벽 위에 있다. 북한에 속한 금강산의 구선봉(일명 낙타봉)과 해금강, 멋진 해안선이 훤히 보이는 곳이다. 바로 옆 ‘동해선 남북 출입 사무소’를 통과해 남북으로 오가는 트럭과 금강산 육로관광 차량들도 보인다. 7번 국도상의 통일안보공원에서 간단한 서류작성과 안보교육을 마친 뒤 들어갈 수 있다.
고성 여행을 1박 2일 정도로 마친 뒤, 북한 실향민들이 사는 속초 아바이마을(청호동)에서 휴전선 앞 통일전망대에서 보았던 광경을 떠올리며 아바이순대를 먹어 보자. 이 마을에는 갯배가 명물이다. 판판한 바에서 승객들이 직접 줄을 끌어당겨 옆 동네로 건너는 교통수단이 갯배다. 이곳 역시 가을동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
● 교통
자가용: 양평, 홍천, 인제를 지나 한계리 삼거리에서 왼쪽(46번 국도)길로~용대교 갈림길에서 화진포나 건봉사로 가려면 왼쪽 46번 국도를 따라 진부령을 넘는다. 속초로 가려면 오른쪽 길로 가서 미시령을 넘는다. 왕곡마을은 속초와 거진 사이에 있다.
대중교통: 강남터미널에서 속초행 고속버스 하루 28회. 동서울터미널에서 11회. 상봉동터미널에서 직행버스 19회. 화진포로 바로 가려면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대진 거진행 시외버스를 탄다. 거진에서 시내버스(1-1번)을 타서 화진포해수욕장에 하차. 왕곡마을은 속초에서 1, 1-1 시내버스를 타서 오봉리에서 내려 30분 걸어야 한다.
● 음식&숙박
속초 아바이마을에 단천식당(033-632-7828) 등 3집이 아바이순대를 판다. 찹쌀, 선지, 다진 돼지고기, 생강, 후추 등 10겨 가지를 넣은 순대. 오징어 순대, 가자미식해도 있다. 거진읍의 ‘제비호식당(033-682-1970)’의 명태국, 대구탕. ‘화진포박포수가든(033-682-4856)’은 메밀막국수 전문. 속초시 노학동 설악워터피아 인근의 ‘재래식할머니순두부(033-635-5438)’ 순두부백반, 황태해장국, 명태찜 등. 고성군 토성면 천진리의 ‘명가솥밥(033-631-1008)’도 맛있다.
● 여행정보
속초 청초호 주변에 모텔 즐비. 거진읍, 화진포에도 민박집 많다. 속초에서 30여분 걸리는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 계곡의 <흐르는 강물처럼>(033-673-0491)은 멋진 콘도형 펜션. 진입로도 편하고 계곡물은 많으면 설경이 환상적. 이 집 물은 알칼리성 온천수다. 7번 국도 하조대 사거리에서 어성전 이정표를 보고 들어가 11km 직진~T자형 갈림길에서 법수치 방면으로 좌회전~800m 가서 법수치 방향으로 좌회전해 약 5분 달린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033)680-3369
속초 관광홍보팀(033)639-2545
매년 10월 중순 왕곡마을 민속체험축제. www.wanggok.com
통일전망대 입장료는 2000원. 주차료는 3000원.
통일안보공원(033)682-0088은 오후 3시 30분가지 통과해야 한다. 통일안보공원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대중교통이 없음. 화진포 ‘역사안보전시관(화진포의 성. 이기봉 별장. 이승만 별장 등 3곳을 통틀어 이름)’ 입장료 2000월, 학생1500원. 온천: 설악워터피아(033-635-7711 입장료 2만원대), 척산온천휴양촌(033-636-4000 5000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