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후 룸으로 들어가면
짠딸은 공항으로 이동하고
우린 가야섬으로 유배를 떠난다
이 리조트는 조용한 휴양지느낌이 안나서
조식도 여유가 없다
"여기 한국 뷔페 아닌가요?"
음미하는 곳이 아닌
후다닥 먹고 일어나야 할 것만 같은 북적거림이 싫다
거의 한국어만 들린다
어유~~ 이 소음들
조용한 휴양여행지에서는
한국어가 그리 반갑지 않다
짠딸을 공항에 데려다줄 그랩택시를 부르니
운전자 얼굴, 이름, 차종, 차 넘버, 차의 컬러까지 담긴 메시지가 온다
그만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증거겠지
차가 도착했다
짠딸 잡으러.
짐을 싣고
끌어안고
진한 이별식을 마친 후
차는 떠났다
함께 왔다가 먼저 보내는 마음이 좀 그랬다
하지만 두 자매가 충분히 의논하고 조율한 사항이라서
짠딸도 큰딸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들인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되어 휴가기간이 너무 짧은걸 어찌하겠나
"짠딸 가고 나면 엄마랑 언니 재미없게 놀게"
"알았어 꼭 재미 없어야 돼 알았지?"
"응, 너무 심심할거 같애"
짠딸,
그런데 어쩌니?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가야섬이었는걸
여기서 지내 보고는
사람 북적이는 수트라하버 마젤란을 생략하고
이 곳으로 올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렇게 와 보고 루트를 다시 계획하는 것 아니겠는가
짠딸 다음엔 꼭 여기로 같이 오자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에서 2박,가야섬에서 4박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대신 재미없게 놀게 후후 ~~~
진에어 짐 무게가 15킬로라서 무게 걱정에
선물도 가벼운 것으로만 골랐는데( 구짜, 팔에감어, 이런거 안사고)
다행히도 14.2킬로로 무사통과했다는 사진을 보내왔다
그리고 작은 공항규모에 비해 라운지가 엄청 넓고 좋다는 메시지에
짠딸이 편안히 쉬다 비행하겠구나 하고 안심했다
제셀톤포인트 가야리조트 사무실에 짐을 맡기고
배시간까지 스타벅스에서 더위를 식히기로 한다
택시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갔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흐른다
여긴 온갖 해양스포츠와 여러 섬투어 등을 시작하는 곳이라서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음식을 파는 곳을 지나쳐야하는데
이 더위에 노상음식점이라니.....
짐도 실어주고
사무실 직원이 선착장에서 배를 탈 때까지 서포트를 해주는데
얼마나 친절한지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시간에 가야리조트에 들어가는 손님은
우리 둘 뿐이다
자가용 보트를 타는 기분인걸
우리가 2반3일 지낼 숙소가 해안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별천지에 온 것만 같다
우리 3일간 유배당했다
진정한 유배생활이다 히히
이 곳에서 역시 직원이 마중 나오고
우리 짐을 가져갈 사람들이 나와 우리 짐을 숙소까지 가져다준다
우린 그냥 소지품 가방만 들고 심플하게 움직이면 된다
우리 짐을 끌고 오시는 두 분
사실 내 가방엔 이틀간 먹을 망고와 음료캔 등이 들어있어
엄청 무거웠다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할 만큼
룸에 가방을 들어다 자리를 잡아 놓아주는데
팁을 주라는 내 말에
"여긴 이런거 다 포함된 비싼 리조트야"
하며 신경을 안쓰는 큰딸
우리 딸 쫌 짠순이네
다음에 딸들과 여행 올 때는
내가 달러를 좀 바꿔와야겠어
다낭에서는 달러를 팁으로 엄청 뿌렸는데...
큰 딸은 리셉션에서 꼼꼼히 예약사항 체크하고
리조트 사용설명을 듣고 있다.
여긴 예약할 때 아예 삼시세끼를 다 묶어 예약했다고 한다
갈 데도 없어요
그저 여기서 먹고 자고 쉬고 해야해요
우리 그러려고 왔잖아요
이런 발코니까지 갖추고 있다
늘어진 덩쿨 잡고
오에오~~~
소리 지르며
타잔처럼 수영장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같다
원숭이가 물건을 가져갈 수 있으니
외출시에는 문을 꼭 잠그라는 주의를 들었다
우리 없을 때 이 평상에서는 원숭이들이 놀다갈 수 도 있겠구나
숙소는 정글 속에 지은 빌라형태다
마치 숲속에 지어준 톰소여의 통나무 집을 연상시킨다
메인 수영장까지 꽤 긴 거리를 걸어 올라오는 캐노피 숙소를 택했다는데
(메인 건물에서 멀리 있을 수록 값이 비싸다고 한다)
지내 보니까 특별한 프라이버시를 감출 사람이 아니라면
값도 싸고 메인건물 가까운 숙소도 괜찮을 듯 싶다
우린 중간이었는데
식사 후 적당히 산책하듯 나무데크 길 걸어가는 맛도 좋다
마치 정글같은 나무들이 아늑한 캐노피처럼 만들어줘 그렇게 이름 붙인건 아닐까
캐리어를 자리에 촥! 하고 놓고간다
저 옆에 놓인 라탄백은 큼지막해서
수영장이나 바닷가 나갈 때
이것저것(책, 미니선풍기, 휴대폰 등) 넣고 다니기에 좋았다
휘뚜루마뚜루 이틀동안 잘 들고 다녔다
낮엔 쨍한 하늘
밤에만 비가 내리니 저 우산을 쓸 일이 없었다
방 열쇠도 앤틱하다
여행다니다보면 이런 열쇠를 만날 때 오히려 정겹다
룸 앞엔 이렇게 고급스런 팻말이 걸려있다
'룸안에 머물거예요'
'청소 해 주세요'
나무 앞뒷면에 새겨진 부조가 참 정겹고도 앙증맞다
진정한 상형문자다
룸에 들어갈 때 나올 때 앞뒤로 돌려놓고 나온다
내일은 필히 저 해먹에 누워 책을 읽어야지
오늘은 리조트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저녁 먹기 전에 수영을 하기로 한다
늦은 점심을 아주 간단히 먹었는데도 배가 더부룩하다
저녁은 테판야끼(철판코스요리)를 예약해 놓았다는데
배를 비우려면 수영이 최고지
노르웨이할머니 수영 전수자인 큰 딸은
수영도 아주 우아하게 한다
그냥 오리가 사르락사르락 떠다니는 것처럼
수영하다가
바닷가 걷다가
책 읽었다가
멍하니 바다 바라보다가
수영장 위쪽엔 이런 공간이 여러개 있는데
수영하다가 들어가 저 커텐을 치고
옷도 갈아입고
낮잠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바다에서 올라올 때
발에 묻은 모래를 씻으라고
이렇게 함지박에 물을 담고 꽃잎까지 띄워놓았다
하나하나 너무 감동을 준다
하! 이렇게 예쁜 도서관이 있다니
바닷바람 맞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라니.
도착 첫날엔
리조트 탐방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런 곳엔 열흘 쯤 들어와 쉬고 가면 좋을 듯하다
3일은 너무 짧아요
예약한 시간에 음식점에 들어서니
좌석이 딱 8석이다
우리모녀, 아랍계 부부, 유럽계 부부, 한국부부
8명 만을 위한 철판코스요리를 해준다
셰프가 어찌나 유머러스한지
한국말도 제법할 줄 아는데
부산과 서울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한다
테판야끼요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불꽃쇼 아니겠는가
보는 재미, 먹는 재미가 있는 코스요리다
6시에 시작했는데
식사가 끝나니 7시가 넘었다
숙소에서 꽤 멀리에 있는 식당을 나와
천천히 바닷가도 거닐어보고
더욱더 고요해진 리조트를 돌아
룸으로 들어왔다
넷플릭스로 엄마 동백이 보여준다고
아이패드도 들고 온 큰 딸
한국시간으로 끝난지47분만에 넷플릭스에 올라온다
덕분에 동백이 39회 재미있게 봤다
보느라
눈물 줄줄 흘렸다
내일 눈이 퉁퉁 불어있겠다
내일이 마지막 회다
이제 동백이 가버리면 무슨 재미로 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