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들의 이름패는 9할이 한글로 되어있다. 16대 국회 때 초만 해도 모두 한자로 되어있던 생각을 하면 큰 변화다. 그러나 아직도 한자로 이름을 적는 국회의원이 1할 정도 된다. 일부 국회의원이 책방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책이나 신문도 거의 한글로 쓰고 있는 한글세상인데 그 세상흐름을 모르거나 일부러 거스르고 있다. 이들은 한자를 무슨 요술방망이로 알거나 일본이나 중국이 쓰니 우리도 써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자보다 더 훌륭한 글자가 있다는 걸 모르거나 한자사랑이 눈꺼풀에 덮여 있어 한글을 쓰면 좋다는 걸 못보고 있다.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이해 이름을 한자로 써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신문이 많아서, 한자로 나라 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쓸 필요가 없는 까닭을 살펴보련다.
1. 사람이름이나 나라이름이라고 꼭 한자로 써야 할 까닭이 없다.
한글만 쓰기를 반대하는 한 신문은 이름은 한자로 써야한다고 떠들면서 오랫동안 한자로만 이름을 쓰더니 요즘엔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고 있다. 신문 내용은 모두 한글이면서 제목에서 사람의 성씨 ‘‘李, 朴’자나 나라 이름에서 ‘美, 日, 中’처럼 나라이름 첫 자만 한자로 쓰고 있다. ‘李’자는 ‘오얏 이’자라고 하는 데 ‘이씨’는 ‘이씨’이지 ‘오얏 이씨’가 아니다. ‘미국’도 ‘미국’이지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중국’도 ‘중국’이지 ‘가운데 나라’가 아니다.
2. 한자로 이름을 쓰면 자신도 쓰기 힘들지만 다른 사람도 읽기 힘들다.
한자로 써야 뜻이 바르게 알려진다고 한자로 쓰자고 하지만 그렇지만 않다. 나는 오늘 우리 아버지가 일본군에 끌려갔던 자료를 찾으려고 호적등본을 뗐는데 할아버지 이름이 잘못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그 증명서를 호적이 된 고향에 가지 않고 자기가 사는 곳에서 바로 뗄 수 있도록 한글로 전산화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이름이 ‘이경구’인데 ‘이경영’이었다. 이름 끝 자가 한자로 ‘求’인데 ‘永’으로 잘못 보던가 전에 손으로 쓸 때 잘못 쓴 거였다. 얼마 전 내 호적등본을 떼보니 내 아버지 이름에 ‘羲(희)’자를 ‘義(의)’자로 잘못 읽고 ‘희상’을 ‘의상’으로 되어 있어 구청에 고치게 한 일이 있었는데 또 그런 꼴이어서 구청에 전화해서 바로잡았다. 글자가 비슷해서 엉뚱한 이름으로 잘못 옮긴 것이다. 한문을 많이 안다는 호적계 공무원도 그러니 일반인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3. 나라의 최고 기관인 청와대도 이름을 잘못 쓴다.
지금부터 15년 전 노태우 정권 때 한글날에 공병우 박사는 훈장을 받고, 셈틀 글자꼴 전문가 강태진씨는 대통령을 상을 받았다. 상을 받은 날 청와대에서 축하모임이 있어 두 분이 갔는데 이름표가 두 사람 모두 잘못되었더란다. 공병우 박사 이름이 公炳禹인데 公炳愚라고 써 있더란다. 禹자를 盧泰愚 대통령 이름의 愚로 쓴 것이다. 그뿐 아니라 康泰鎭(강태진) 씨의 이름은 康奉鎭(강봉진)으로 썼더란다. 泰(태)자를 奉(봉)자로 써서 강태진이 강봉진이 된 것이다. 그 때 상을 받고 와서 공병우 박사는 한자의 불편과 그 잘못을 지적하면서 이름은 한글로 써야 한다는 글을 써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 일이 있다.
4. 대한민국 최고 높은 국가기관인 국회에서 한자 때문에 잘못되는 일이 자주 있다.
14대 국회 때 원광호의원이 검표의원으로 참여한 일이 있는 데 한자가 틀려서 무효표가 많이 나온 걸 본 일이 있다고 한다. 투표 전에 한글로 ‘가’나 ‘부’로 쓰던지 한자로 ‘可, 否’를 쓰라고 했는데 쓸 줄 모르는 한자로 잘못 써서 무효표가 여럿이나 나왔단다. 그 한자는 가장 쉽고 간단한 한자인데 틀린 것이다. 한글로 ‘가, 부’라고 써도 된다고 설명했는데도 괜히 똑똑한 체 하다가 자기 지역구 대표로서 몫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5. 국회에서 한자 때문에 일어난 일을 하나 더 소개한다.
10여 년 전 내 지역구 의원이고 대학 선배인 김영구 의원을 만나 이름패를 한글로 쓰라고 말하니“네 말이 맡는 거 같다. 국회에서 국방위원장 선거를 하는 데 내 지지표 중 이름을 한자로 잘못 써서 무효 표가 많이 나와 당선 지지율이 가장 낮은 일이 있다. 金榮龜라는 이름 끝자 龜(구)자가 쓰기 힘들어 한자를 잘못 썼기 때문에 무효표가 많이 나와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데 가장 낮게 나왔더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한자가 쓰기 어려워 일어난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자를 잘 모르는 한심한 국회의원이 더 한자 이름패를 고집한다니 나라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싶었다.
한자가 읽고 쓰기 힘들어 일어나는 웃지 못 할 잘못은 수없이 많다. 얼마 전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전방부대에 가서 한자로 방문기념으로 방명록을 쓰면서 한자로 한마디 썼는데 잘못 써서 신문에까지 난 일이 있고, 또 다른 대통령은 비서가 써 준 글을 잘못 읽어 웃음거리가 된 일이 있다. 해외 웃음거리 토픽기사에 나올 국제망신거리다. 그런데 이 전직 대통령이 한자를 더 고집했다는 사실이 더 한심하다. 한번은 충남도청에 들렀는데 수십 년 공무원 생활을 한 분이 근무시간에 한자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본 일이 있다. 이유는 사람 이름에 너무 어려운 한자가 있어 못 쓸 때가 있고 안 쓰면 잊어먹기에 틈틈이 한자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17대 국회에서 한글날 국경일 제정법안을 통과해달라고 국회에 가서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 한 국회의원을 만났는데, 한글로 이름을 쓰면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읽지 못해서 한자로 된 명함을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한자로 쓰면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모두 다른 소리로 읽고 엉뚱하게 부르게 되어 더 부정확하고 혼란스럽다는 걸 모르거나 그들이 한자로 쓰는 걸 좋아하니 그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었다. 한자 이름패를 고집하는 한 국회의원은 부모가 이름을 지을 때 힘들여 지어준 좋은 이름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의원은 자기 이름의 한자가 특이한 한자라서 명패를 한자로 써야 남들이 제 이름을 보고 어떤 한자인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한자를 고집한다고 했다. 한 분은 한자 이름이 좋아 출세하고 국회의원이 된 것으로 믿고 있는 거 같고 한 분은 국회의장이라도 되려는 데 다른 의원이 자기 이름을 한자로 잘못쓰면 무효표가 나올까 걱정하는 거 같았다.
중국과 일본이 역사를 제멋대로 써서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를 깔보지 않게 하려면 먼저 우리 글자를 우리 스스로 즐겨 쓰고, 우리말글로 된 좋은 문학작품을 많이 내고, 우리 말꽃을 피워야 한다. 일본과 중국이 한자로 이름을 쓰니 우리도 한자로 이름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론 그들과 진짜 친구도 될 수 없고, 그들의 꽁무니나 따라다니게 된다. 그리고 계속 무시당하고 짓밟히게 됨을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가 먼저 우리의 자랑인 한글을 즐겨 써서 일본과 중국보다 더 수준 높은 우리문화를 꽃피우고 그들에게 가르칠 때이다. 그게 세 나라가 진짜 이웃형제가 되는 길이고 동양이 서양에 눌리지 않는 길이다.
우리나라 최고 기관인 청와대와 한문을 많이 안다는 구청 호적 계 공무원이 이렇게 한자를 혼동하는 데 일반 국민은 얼마나 혼란스럽고 불편할까. 이름을 한자로 써야 한다는 생각과 버릇은 하루빨리 고쳐야 할 잘못된 관행이고 불편한 일일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좋은 글자를 가진 민족으로서 부끄럽고 못난 일이다. 한겨레신문이 한글로만 신문을 만들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벌써 확인했고, 교과서와 수많은 책들이 그 증거물이다.
필자 이대로 선생은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1967년 동국대 국어운동학생회 창립 초대 회장
1990년 한말글사랑겨레모임 공동대표
1994년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 조직위윈장
1997년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2000년 한글세계화추진본부 상임이사(현)
2004년 한글날국경일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사무총장
2005년 한글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첫댓글 한자,한문 교육을 받은 유림에서 친일파, 친중파 같은 매국노가 많이도 나온 것은 한자, 한문이 가져다 주는 해악이라고 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중간층 공무원들 중에 한자중독에 빠져 멀쩡한 낱말을 한문으로 도배하는 얼빠진 한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시대에 이런 중독자들은 걸러져야 합니다.
그런데, 한글 소리는 같지만, 한자가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 한쪽은 ‘이정현’, 또 한쪽은 한자가 다른 ‘이정현’이라는 이름. 다른 사람들이 알기에는 헷갈릴 겁니다. 되도록이면, 토박이말 이름 보급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그래야 참된 한글 문화를 꽃피우는 일이 됩니다.
제 생각은, 한자 또는 한자말로 된 이름은 토박이말 이름으로 바꿔야 헷갈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기를 들어, ‘이정현’ → ‘이 하늘빛’, 또 다른 이름을 가진 한자가 다른 ‘이정현’ → ‘이 숲뫼’로 말이죠.
김현민은 김 어진가을하늘 이네요.. 좀 이상하기는 한데, 써버릇하면 익숙해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