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들었다. 여린 소녀 모습의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가을을 재촉한다.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가족, 친구와 함께 걸어도 좋고 혼자 상념에 빠져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주말 가벼운 차람으로 동네 나들이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 서울 곳곳에선 벼룩시장이 열려 걷는 상쾌함과 더불어 싼값에 중고 생활용품을 ‘득템’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다. 추억 한자루와 함께 만원의 행복을 선사하는 서울시내 걷기 좋은 벼룩장터를 소개한다.
숭인동 동묘 벼룩시장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동묘 벼룩시장은 속옷서부터 골동품,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과 종류를 초월한 수만 가지 물건을 단돈 몇 천원에 살 수 있어 큰 인기를 끈다. 운이 좋은 날엔 커피 한잔 값도 안 되는 가격에 꼭 필요한 물건을 건질 수 있다. 이곳을 보물창고라고 부르는 이유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아 한때 ‘중장년층의 홍대’로 알려졌지만 요즘엔 젊은 사람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 동묘공원 담벼락을 따라 평일에는 300여개, 주말엔 600개 정도의 좌판이 깔린다. 바닥에 쌓아둔 물건 더미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역 3번 출구로 나와 동묘공원 방면으로 걸어가면 장터가 이어진다.
광화문 희망나눔장터 서울 한가운데인 광화문광장에선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장이 열린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벼룩시장으로 옷,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품이 나온다. 휴일 소박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즐길 수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농민들이 직접 텃밭에서 기른 작물과 유기농 잼 등 먹거리를 파는 ‘농부의 시장’도 장터 안에 마련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가 중심이 돼서 여는 행사인 만큼 재활용, 일자리, 문화, 나눔 등 취지가 다소 거창하다. 셋째 주 일요일엔 광화문 일대의 교통을 막아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한 뒤 큰 규모의 장을 여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날은 외국인 벼룩시장도 열려 세계 각국의 토속품과 음식, 문화를 만날 수 있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리면 바로 장터로 갈 수 있다.
이태원 우사단길 계단장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한강으로 뻗어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풍성한 볼거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곳엔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이발소, 아방가르드한 분위기의 청년 예술가의 가게, 타투가게 등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바로 한남동 우사단길이다. 그런데 이곳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서는 계단장 때문이다. 조용한 마을이 이날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마을주민과 젊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조성한 시장인 만큼 이곳에선 수작업한 액세서리, 의류,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 파는 음식 등을 살 수 있다. 10초 안에 초상화를 그려 주는 화가를 만나는 재미도 꼭 챙겨야 한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계단장을 만날 수 있다.
서초 벼룩시장 서초구청이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서초 벼룩시장은 토요일 오전 8시 문을 연다.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800m 구간과 방배2동 복개도로가 장터로 탈바꿈한다. 오후 3시까지 장이 서는 동안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터 중 가장 활성화됐다. 서초구청 주변과 구청 마당이 도떼기시장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중고품만 취급한다고 물건들이 후줄근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품 사이엔 ‘명품’들이 숨어 있어 보물 찾는 재미가 매우 크다. 옛날돈·골동품·필름카메라·LP판 등 추억을 건질 수 있는 희귀한 물건도 많다.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장터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