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8-공동성명]
직장내 '성추행'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것에 반대한다.
2022년 1월 24일, ㈜세아베스틸공장에서 일어난 직장내 성추행, 괴롭힘으로 인해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입사한지 6년된 그는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이야기는 죽음 이후에야 가족이 알게 됐고, 비통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직장에 문제 제기하였으나 직장내 성추행과 괴롭힘을 일삼은 가해자들은 정직 2~3개월에 그쳐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 우리는 고통 중에 있었을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2018년 11월, 유가족은 자신의 차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유품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과 성추행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가족은 회사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요구하였고, 회사에서는 노무법인을 통해 진상조사를 했다. 그 결과,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들의 징계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 징계결과와 휴대폰 및 PC포렌식 자료, 직장 동료들의 추가증언등의 자료를 모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였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며 회사를 상대로 현재는 민사가 진행중이다. 또한 유가족들은 가해자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제출하였지만 불송치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여론몰이로 가해자들과 회사를 압박하여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을 계기로 가해자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회사는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과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력과 실천이다. 그로 인해 고통 중에 세상을 등진 피해자의 아픔을 알아주고, 회사가 노동자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노동자의 죽음이 아니라 ‘노동자이자 한 사람의 인격권과 노동권을 침해한 것’이다. 남성이 다수인 직장에서는 동성간 ‘성적’괴롭힘을 지극히 남성들끼리의 짓궂은 장난이자 일종의 ‘문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직장이라고 하는 곳에서의 ‘장난’은 가해자의 언어일 뿐, 피해자에게는 ‘괴롭힘’이다.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의 의무화에 이어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내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다. 사건이 있었던 ㈜세아베스틸군산공장에서는 직장내괴롭힘과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이행하였다면, 직장내괴롭힘 가해자가 언론에서 “억울하다” “2018년 당시 미투 운동 분위기를 피해자가 이용한 것 같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수년동안 피해자를 괴롭히고도 사과하지 않고 또 다시 죽은 피해자를 모독하는 가해자의 말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회사에서는 죽기까지 괴로웠을 피해자의 고통에 공명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해자를 정직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인사위원회를 열어 합당한 징계를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에 이 사건이 알려지자 그제서야 ㈜세아베스틸군산공장은 군산공장 대표이사와 제강담당 이사의 자진사퇴 했는데 이들이 사고 당시 인사관리 총괄과 관할 부서 팀장을 맡고 있었기에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책임을 통감한다면 여전히 재직중인 가해자들과 또 다른 노동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제대로 된 교육과 소통 창구 개설 및 이행하기를 촉구한다.
㈜세아베스틸군산공장의 직장내 성희롱, 괴롭힘 예방교육이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피해를 경험한 노동자가 고충상담과 구제절차까지 신속하게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괴롭힘’을 ‘장난’으로 치부하는 문화를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사직이나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동환경이 변해야 한다.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업주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자리를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제’가 일어난 것을 골치 아파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변화의 시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관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변화를 추동할 것이다.
2022.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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