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잘 짜여진 정형화된 틀에서 전력을 분석하는 시즌 preview가 아닙니다. 그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야구가 밥줄인, 필자보다 휠씬 많이 아시는 분들이 조만간 양질의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일정한 틀없이, 생각할 꺼리들을 주는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1.LG 트윈스
타고투저 시대에 신바람야구?
도저히 어울릴것 같지 않은 나이 육십의 노신사와 신바람의 만남은 딜레마였다. 그래도 그들은 감독이 2명일때보다 1명일때 비교적 무난한 야구를 했다. 불과 1년전 비시즌 기간에 훈련금지를 외치며 당당한 권리찾기 운동의 선봉에 있던 친구들이 ‘옆집천하’ 소식을 타지에서 듣자 오기가 발동했을까? 그들은 해를 바꿔가며 무려 넉달 이상의 지옥을 자청하는 새로운 자율을 택했다. 박수칠 일이다. 90년대 중반 수도권 젊은이들을 설레게 했던 줄무늬 유니폼의 잔상은 상당 부분 희석됐지만, 나태한 자율로 유망주들의 무덤임을 자행한 전력은 이제 수정되리라 믿는다. 적어도 조련에 있어서는 새로운 메인브레인(main brain)을 믿어도 좋다. 아직도 이팀에는 제2의 와일드씽을 바라보는 유망주들이 넘쳐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메소드로 예전의 그것(신바람)을 찾으려 한다.
올시즌 LG트윈스 4번타자로서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홍현우, 김재현, 마르티네스, 이병규
위의 선수들은 모두 20-20이상의 전과가 있다. 그것은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을수 있다. 14개의 4번타자가 팀의 리더일순 없다. 미필적고의? 뭐 어쨌든 이젠 그마저 없다. 건강한 홍현우를 기대한다. 그는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4번을 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가보낸 12시즌 중 20+(HR)이 단 2시즌뿐이라는 걸 감안하면 여전히 미덥진 못하다. 마르티네스는 잠실에서 64번의 타석동안 3번의 아치를 그려냈다. 시즌 타석당/홈런지수(22)에는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잠실에서의 그도 '나름대로'는 해줄것이다. 허나 아쉽게도 그는 국산이 아니다. 가장 '엘지스런' 이방인이지만 특화가 어렵고 지금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퀸란처럼 뚜렷한 임무도 현재로선 없다. 박연수의 OPS가 더 많은 경우의 수에서도 큰 굴곡이 없다면, 굳이 마르티네스와 함께 시즌의 끝을 볼 필요는 없다. 덩치 큰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팀원들은 든든해질수 있다. 게임당 0.64개의 팀 홈런과 0개를 찍은 1루수를 중용하는 구단이 팀의 4번마저, 20-20만(?) 가능한 선수로 채운다면, 이팀이 오를수 있는 자리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안타왕의 선구안은 이종범에 의해 더 나빠질 여지가 다분하다.양준혁의 AVG admin에 감동받길 바랄수 밖에 없다. 양준혁 역시 천재다. 한번쯤은 그를 이기는 것도 꽤 가치있는 일이다. 200안타와 4할? 나라면 후자를 택한다. 김재현의 ‘번개스윙’이 리그를 호령할때가 됐다. 다만 다시 육식을 먹기 시작한 심성보의 건강이 걱정이다.
안심해도 좋을 몇 가지가 있다.
벌떼야구팀의 클로저에게 성역은 없다. 방어율과 다승타이틀을 짜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닌 캡틴을 모시는 일종의 수혜다. 구원승으로 거둔 승수 20은 엽기적이다. 그때 그 사람과 지금의 김현욱 사이에 다소간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쌍방울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에도 그는 훌륭했다. (98시즌 3.34, 13승7패) 물론 지금의 김현욱도 여전히 준수하다. LG에는 그만한 릴리버가 없다. 올 한해, 신윤호는 비교적 건강할 것이며, 무난하게 던질것이다. 그는 작년에 97시즌의 20승 투수(그 때 그 투수)보다, 무려(?) 14이닝이나 적게 던졌다.
1년전 준마재현(양준혁-로마이어-김재현-홍현우)의 지그재그 타선으로 기대에 차있던 팬들의 눈높이가 지금은 많이 낮아졌다. 기대치가 가장 정열적인 응원군을 보유한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언제나 긍정적이길 기대할순 없다. 어찌 됐든 그들은 카드없는 최다관중을 몰고 다닌다. 팬들은 그 시절의 신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신바람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선수들이 여전히 팀의 중심이다. 한국프로야구가 살기 위해서 이 팀이 어느 정도는 해줄 의무가 있다.
2.롯데 자이언츠
해가 바뀌어도 악재가 끊일줄 모른다. 그러나 들리는 만큼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팀의 꿈의 원천은 그 어느팀과 견주어도 냉소적이지 않다. 비슷한 처지의 팀들의 전력보강이 두드러졌다 한들, 롯데가 움츠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팀타율(1/.279),출루율(1/.365),득점(3/.717),볼넷(3/584),타점(3/671),실점(4/670),방어율(4/4.68),실책(4/89)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지난해 그들은 실제능력에서 최소 10승을 날렸다. 다승과 방어율 홀더가 1번과 클로저 노릇에 충실할 것이며, 300타석 이상의 3할 타자를 3명, (호세와 김민재를 잡았다면 무려 다섯이다) .280 이상을 2명이나 거느린 이팀에 무엇이 부족한가? 위의 5명중 김응국과 박정태라는 이름은 없다. 그들은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다.
호세효과 1
괴물이 사라졌다. 퇴장도 괴물답다. 야구하던 호세만 이야기 하자. 사실 할말도 없다. 워낙 괴물이다 보니 비교대상이 없다. 롯데의 문제점은 스릴(전율)을 즐길줄 모른다는데 있다. 작년시즌 이 팀의 엄청난 잔루수(1017)와, 1점차 승부에서 3할이 채 안되는 승률(8승20패)을 보라. 호세 한 사람이 나머지 8명을 모두 불러 들일수는 없다. 그나마 조경환 이외의 타자들, ‘그저그랬던’ 얀과 최악의 한해를 보낸 박정태의 팀내 타점순위를 들여다보면, 이 팀에서 3할은 크게 환영받을 공적이 못된다. 호세효과의 최대 수혜자 조경환… 호세가 없던 해보다 about 4푼+, 40 RBI+의 커리어 하이. (exactly 0.39 ,38타점 상승) 반면 홈런수는 단 1개가 증가했다. 홈런이 타점 쌓는 가장 좋은 무기가 아닌가?
+1=+40? 무려 40타점짜리 홈런 한방이다. 그에게 조금 불리한 기록 몇 가지를 보자. 득점 65점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가장 훌륭한 OPS를 기록한 상위 10명의 타자중 출루율이 4할에 못미치는 타자는 그가 유일하다. 여기서 그의 득점권 타율이 의심스럽다. 더구나 그는 2루타의 사나이였다. ‘자주’와 ‘가끔’씩 sweep하는 타점 사이에 영양가는 유감스럽게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2번 나오면 1번 살아나가는 ‘엽기적인 그’에게 7개구단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엽기적인 사사구를 남발했다. 득점권에서 그들의 선택은 조경환이었고, 그는 작년에 100 타점 이상을 기록한 4명 중 한명이었다.
커리어하이의 멀티부팅?
한국에서 투수왕국이란 어원이 어디서 왔는가? 90년대 중반이후의 야구 입문생들이 현대라고 답한다면 참 슬픈일이다. 우리네 야구 역사가 고작 6년이란 말과 진배없다. 부상투수에 대한 언급은 피한다. 어차피 가정이고, 8개구단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다. 주형광 문동환이 없어도 롯데의 투수진은 비교적 깔끔하다. 강상수가 욕을 좀 덜 먹는다면 박석진이 좀더 오래 던질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도 괜찮다. 다만 위의 써놓은 소제목에 너무 집착하지말자.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다. 작년의 문동환이 그래서 더 아쉽다.
박정태&김응국
호세가 없는 롯데에 두 정신적 지주의 롤은 가히 절대적이다. 선수 개인에게 커리어 통산 3할은 아주 매력적이다. 300타수를 가정할 때, 박정태는 94, 김응국은 108개의 안타가 필요하다. 가뿐한가? 1) 이를 타율로 계산하면, 박(.313), 김(.360) 2) 최근 3년간 박의 AVG .290 김 .284 3) 99년을 뺀 두해동안 박 AVG .266 김 .277 참고로 박은 99년에, 김이 마지막 3할타자가 된 해는 지금으로부터 6년전이다. 결국 2)번 이면 성공들이다. 박이라면, 1)번도 어느정도는 기대할수 있다.
호세효과 2
올해도 팀순위와 전혀 무관한 팀기록이 재생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과 같은 불행이 매해 반복될리는 없다. 팀원들의 실력에 걸맞는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주자를 불러들일 호세가 없다. 다시 설명이 필요한가? 팀 득점과 타점, 홈런, 타율은 상당수준 하락할 것이다. 가장 확실한 한가지? 팀 최다고의사구(38) 2연패는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신문지상에 한창뜨는 이대호와 베로아, 그리고 새롭게 합류할 용병이 그 편차를 최소화 시켜주길 기대해본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부릴수 있는 마지막해가 올해란 사실이 그들에게 더없이 다행스럽다.
3.SK 와이번스
리모델링? 리빌딩?
필자는 어느 것이 더 가치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팀은 바람직한 리빌딩을 위해서라도 리모델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들이 껴안은 '어제의 용사들' 이 good choice인지 확약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팀 로스터는 자체 경쟁력을 갖는데 성공했다. "김기태-이호준, 정경배-최태원, 안재만-페르난데스, 조원우-채종범" 비교적 질 좋은 포지션경쟁이다. 포지션경쟁이 있어야 리빌딩이 있다. 무주공산에 무혈입성은 구경하는 어린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리 만무하다.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년들이 덕아웃에서 할 공부는 많다. (사실 그동안 만족스런 소년도 없었지만 말이다) 선배들의 생존을 지켜보는 유망주들은 올해 더 많은 것을 배울것이다.
comeback player of the year 김기태
그의 커리어에 토달 사람? 확실히 조력자보단 팀의 중심이 어울린다. 그가 한창일 때 보다 더 없이 좋아진 무대장치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힘든 여정이 되지 않게 도울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가까운 장래에 가을에 야구하는 그를 볼수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창때의 '완벽한 4번'은 과욕이다.
작년 SK의 팀 방어율은 삼성의 그것과 같다. 팀의 1, 2번은 리그 대표선수였다. 타격의 시대에도 14승은 불만이다. 에르난데스의 피안타율은 0.233, 이승호의 득점지원은 2.765에 불과하다. 각 부문 1위. 일전에 biggio님께서 지적하신대로, 신윤호(득점지원 6.298)의 다승타이틀은 별 가치가 없어 보인다. 반면 이들이 나란히 1, 2위에 이름을 올린 파티션? 투구이닝, 탈삼진, 볼넷, 패전. SK의 불펜은 그리 약하지 않다. 올해는 조금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득점지원이 활발하다면, '과감해지기'란 보다 쉬워진다. SO/
어린왕자는 일단 의리가 있어 좋다. 죽어도 함께 살아도 함께. 하지만 그가 지난 4년간 기록한 완투가 단 한차례란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97, 98 두시즌동안 연속150이닝을 넘기고, 그 다음해 2승 3패, 다시 그 다음 해에 패수만 10을 늘렸다. 작년 역시 154이닝을 던졌고, 그는 지금 재활중이다. 한가지 덧붙이면 어린왕자는 72년생이다.
에르난데스가 해리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 재활이 허락되지 않는 이방인은 언제나 건강해야 한다. 김민재의 10억이 홍현우의 그것만큼이나 아까울수 있다. 올해 역시 하위타선은 허무해질수도 있고, 강혁이 이대로 아웃사이더가 될까 두렵다. 희망적인 일? 그래도 옛날보단 세다.
4.기아 타이거즈
Mr. CG-?-??-???-????-?????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는 못미덥다. 2000년의 해리거, 01년의 에르난데스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지만… 더구나 투수는 성실해야 한다. 갈베스가 이를 증명했다. 지난 해 8월 해태가 기아로 바뀌면서 타이거즈의 홈페이지는 게시판을 제외하고 제 기능을 잃었고, 음란사이트로 연결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필자의 집두 게시판은 된다.) 다행스럽게도, 기아는 해태가 아니다. 5000 이상을 들여 인터넷에 집짓는 구단이다. 비싼만큼, 음란하지 않은 2, 3선발을 기대한다.
김진우에게 10년전 염종석을 기대하는가? 다만, 2년전 조규수와 이승호는 기억해도 괜찮다. 앞서 호명된 선배들이 10대에 프로물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큰 힘이 될것이다. 허나 이정호(삼성) 역시 김진우만큼 빠른볼을 던지며, 딱 1년전 제5선발이었다. 아쉽게도, 그 역시 학사모를 쓰지 못했다.
삼성이 두터운 팀이라 자위한다면, 투수가 없는 팀에서, 이동현(LG) 같은 꾸준한 등판을 기대할수 있다. 사실 이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는 30번 이상 나왔고, 100이닝 이상 던졌다. 허나 애석하게도, 기아가 김진우에게 낸 숙제는 작년의 ‘이동현 만큼’ 이 아니다. (오해하시지 말라. 필자는 쌍둥이 팀 투수중에 이동현이 가장 좋다) 이대진과 손혁은 뭐라 말하기 힘들다. 함께 시즌을 마칠수만 있다면, 왕조의 전통을 계승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lead off 이종범? 3번 이종범?
너무 뛰어나도 문제가 된다. 곳곳에 쓰임새가 워낙 요긴하니,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풀시즌의 야구천재는 자신을 역대 최고선수로 만들어준 2가지 스킬을 자진반납 한다. 뛰지않는, 우익수 이종범이 동기생 양준혁보다 여전히 훌륭한 "선수"임을 각인시켜줄수 있을지, 아니 그보다는 논란의 시발점인 "최고타자"에 대한 보다 명확한 해답에 거는 기대가 조금 더 흥미롭다. (무슨 이야긴지는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최고선수 와 최고타자"… 논쟁의 애매함은 하나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값 400
그는 과대평가되지도, 아주 불만스럽게도 과소평가되지도 않았다. 괜찮은 것은 이종범이 있어 그가 더욱 매력적일수 있다. 세자리수(100)를 기준으로 안타, 볼넷, 득점, 타점을 재보자. 장성호가 기록한 각각의 수치는 +52, -10, -14, -2 이다. 이 단순한 계산을 만족시킨 한국인은 92년의 장종훈, 99년의 이승엽이 유이하다. 이승엽의 볼넷이 홈런공포에 대한 반사이익의 부산물이라면, 득점 역시 최강인 팀 타선과 무관하지 않다. (볼넷과 타점을 높이는데 홈런이 가장 요긴해도, 그는 정말 뛰어나다. 작년 역시 타점과 볼넷이 각각 5개와 4개 모자랐을 뿐이다) 이종범 앞에선 장성호는 득점에, 뒤에선 장성호는 타점에 탄력을 받을수 있다. 장성호가 절대값 400(부문별로 100이상의 수는 잘라야 하기에)을 만족시킨다면, 이종범과 동급의 플래시를 받아도 크게 시비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OPS 역시 리그 최고수준일 것이며, 더구나 홈런킹이 아닌 장성호가 기록한 OPS는 이승엽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OPS가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임을 누구나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