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0월 24일 화요일 맑음
오늘 하루 신나는 날이다. 발걸음도 가볍게 대전을 벗어났다.
처음 목적지는 청주 솔밭 정구장이다. 우리 단비를 보러 가야지.
오늘도 내비가 알아서 데려다 준다. 서청주로 들어가서 가라는 대로 운전했지.
솔밭정구장은 도심 가운데에 있어서 주차장이 부족해 차를 대느라 애를 먹었다. 정구장을 찾아 가는데 네거리에 대전여고 팀이 서있다. ‘아하 쉽게 만나는 구나’ 기웃거리는데 단비가 나를 보고 빙긋이 웃는다.
‘자식 좀 밝게 웃어보지’ 늘 소심한 듯 보이는 단비가 안타까웠다.
이번에는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치는 단비를 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을 쉽게 떨쳐내기는 어려울 테지. “우리 단비 예뻐졌네. 단비야. 열심히 해서 금메달 따자” “예” 속삭이듯 대답을 한다. ‘단비야. 세상의 모든 울분과 서운함, 억울함을 경기장에다 몽땅 쏟아 부어라’ 얘기하고 싶었다. “단비야, 운사모 모든 회원들이 널 응원하고 있어. 힘 내야 해” “예” 또 모기소리다. 격려금을 주고 뒤돌아섰다. 단비의 경기를 응원하고 싶었지만 갈 길이 바쁘다. 대전의 정구 지도자로 고향 후배인 최호찬 선생님을 만나 운사모 분회장을 가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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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격장으로 향했다. 권총잡이 광민이를 만났다. 홀어머니가 어렵게 키운 아들이다. 박희복 코치 선생님이 “광민이는 강원대 체육교육과로 진로가 결정됐요”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그래 잘 됐다. 사격도 공부도 열심히 해서 선생님으로 다시 태어나자. 우리 광민아. 코치 선생님 고맙습니다”
착하고 순진한 광민이는 주차장까지 따라나와 인사를 한다. 잘 컸음을 알 수 있어 흐뭇했었지. ‘우리 광민이 꼭 성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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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거리가 멀다. 충주로 올라가야 한다.
지난 번 제천, 단양을 거치던 길이 너무 멀어 고생했던 생각이 앞서지만, 우리 장학생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벼워진다.
내비도 내 마음을 아는지 단조로운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안내를 한다.
처음으로 지나는 길, 이 것 저 것 구경을 하며 가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었다.
길 가에 가로수로 선 사과나무에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있어서 충주에 들어섰음을 단 번에 알 수가 있었다. ‘허 참 신기하네. 사람 손도 안 타나 봐. 사과의 고장이라 충주 사람들은 흔해빠진 사과는 건들지도 않나 보지’ 내려서 사진 한 장을 찍었지.
그런데 길 저편에 의자를 놓고 앉아 계신 분이 계시네. ‘그럼 그렇지 지키는 사람이 있구나’ 씁쓸해진다. 산내와 삼성의 사과나무도 생각이 나고....
호암체육관으로 복싱 선수 도현이를 만나러 갔다. 이리저리 찾다보니 운사모 형제 양희명 선생님이 감독이네. 곧 시합이 있단다. 잘됐다 응원해야지.
고등학교 2학년인 도현이에게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3학년들과의 시합이니까. 그래도 가슴이 두근두근했지. 드디어 도현이가 링에 오른다. “땡” 소리와 함께 서로 치고 받는데 도현이가 의외로 침착하다. 작년 1학년 때는 뭔가 어설펐는데 일 년 동안 참 많이 컸다. 1라운드는 호각지세로 걱정이 커진다.
2라운드, 더욱 큰 소리로 응원을 했지. 도현이의 펀치가 여러번 꽂히더니 승기를 잡아 나간다. “도현이 파이팅” 내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이기겠다’ 생각이 드는데 경기 중에 상대편 코치가 링에 오르더니 수건을 던지네. 기권승이다. “만세. 도현이 만세” 내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린다.
“도현아 잘했어. 작년보다 훨씬 늘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 돼.”
내년에는 3학년으로서 더욱 빛나는 동현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하니 든든하다. 장하다 우리 동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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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갈 경기장들이 모두 충주 시내에 있어서 찾아다니기가 쉬웠다.
‘오늘 하루를 충주에서 잘 생각으로 왔는데, 이렇다면 오늘 다 찾아보고 대전으로 내려가도 되겠네. 내 일도 바쁘니까....’ 일정이 변경되었다.
육상장으로 가서 진수를 만났다. 창던지기 선수다.
“진수야. 내일이 네 시합인데 못보고 내려가야 겠다. 열심히 잘 해서 금메달 따자” “예” 많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수는 3학년 졸업반이다. 이번 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진로가 열릴텐데..... 걱정이 앞서지만 늠름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우리 진수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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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동현이다. 대전체고 2학년 레슬링 선수다.
그레꼬 시합에서는 졌지만 내일은 자유형 시합니다. 3학년 선수들과 시합이라 어려울 테지. 크는 아이들에게 1년 차는 엄청나니까....
“동현아. 부담 갖지 말고 최선만 다해. 너는 아직 2학년이잖아. 마음 편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야” “예”
“네 시합 응원하지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 충주가 대전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또 오기가 어려워. 내일 잘 하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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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전 갈 일만 남았다. 내비에게 물으니 두 개 중에 선택을 하라네.
고속도로를 덜 거치는 길을 선택했지.
“여보 삼겹살 준비해줘. 한 잔하고 잘거야”
가만히 앉아서 하는 운전도 오래 하면 피곤하다.
우리 장학생들 모두를 만나고 나니 오래 못 본 친구를 본 것처럼 홀가분하였다.
첫댓글 회장님~먼길들 넘 수고 많으셨어요~우리아이들의 미소진 얼굴들이 보기 좋아요~^^
응원덕분에 금메달땄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