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일에 계속) 나눔과 비움은 생명의 원칙이다.
서양인들의 ‘있음’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이고 ‘점유하고 있음’이다. 그들에게 ‘있음’은 곧 ‘소유’이다. 그러나 우리의 ‘있음’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버리고, 가는 잠깐동안의 있음이다. 이런 있음의 대표적인 예가 보자기이다. 보자기는 그 자체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책가방도 되고 선물꾸러미도 되고 머리수건도 되고 목도리도 된다.
예전 우리의 방도 그런 면모를 보여주었다. 밥상을 들여오면 식당이 되고, 그 밥상 위에 책을 놓고 공부를 하면 서재가 되고, 이불을 펴면 침실이 된다. 하지만 서양의 가구들은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치우기 전까지는 계속 그 가구로 그 자리에 있다.
서양의 ‘있음’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꽉 채움’이다. 그러한 있음은 인간의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있음’에도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양의 ‘있음’이 우리의 삶까지도 지배하게 되면서 예전 우리 살림살이의 원칙은 사라지고, 욕망의 원칙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있음’은 ‘잇음’, 즉 ‘이음’이다. 예전에는 ‘이’ 하나였는데 하나가 더 붙어 ‘있음’이 되었고, 하나가 떨어져 나가 ‘이음’이 되었다. ‘있음’은 하늘과 땅을 잇고, 때와 때 사이를 이으며, 빔과 빔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물과 사물 등 온갖 종류의 관계를 잇는다. 그리고 무(無)와 무(無), 없음과 없음 사이를 잇는다. 있음은 없음에서 와서 잠시 있음 속에서 없음과 없음 사이를 이으며 있다가 다시 없음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있음은 무(無)와 무(無) 사이를 잠시 잇다가 자기의 있음을 버리고 사라진다. 우리의 '있음'은 이렇게 자기를 비우는 있음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존재가 아니라 무(無), 공(空), 허(虛), 즉 없음이다. 우리는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없는 것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존재, 소유, 욕망, 경쟁이라는 서구적 삶의 문법이 우리의 삶에 파고들어 죽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죽임의 문화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몰살시키고 우리의 생명까지도 멸절시키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삶의 문법 속에 새겨져 있던 살림살이의 원칙을 배워서 오늘날에 되살려 놓아야 한다. 살림과 섬김, 비움과 나눔의 가치관을 새롭게 다시 정립하여 삶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살림살이의 문법이 지구의 살림살이 문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이것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하여야 한다.
지구적 살림살이에서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서구적인 가치관으로 백인들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잘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평범한 지구인들은 끓은 배를 움켜쥐며 인간 이하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시대 지구상의 모든 인간, 모든 생명체, 모든 자연사물을 위해서 사유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삶, 함께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결국 나눔의 삶일 수밖에 없다.
지금 해마다 굶어죽는 1억 명 가량의 사람들은 음식이 없어서 굶어죽는 것이 아니라 나눔의 마음이 없기 때문에 죽고 있는 것이다. 나눔의 마음이 없는 한 지구상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고, 무한경쟁이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있는 모든 것에서 하늘의 뜻을 읽어내려는 마음가짐이다. 생명의 신비와 성스러움에 우리의 마음을 열고, 생명을 살리고 섬기는 생명의 원칙에 동참하여 우리 자신을 나누고 비울 때 지구의 살림살이에는 아직 희망이 있을 것이다.
* 칭찬과 비난의 비율 (따뜻한 편지 2314)
미국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존 고트먼 교수는 부부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그 부부가 5년 안에 불행하게 이혼하게 될지, 아니면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할 것인지 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고트먼 교수가 예측해서 말한 이혼 적중률은 놀랍게도 95% 이상입니다. 그런데 그 원리는 정말 간단합니다. 고트먼 교수는 700쌍의 부부의 대화를 조사했습니다.
10년간의 연구 끝에 고트먼 교수는 이혼율이 '칭찬과 비난의 비율'에 있다고 했습니다.
대화 중에 칭찬과 비난이 '5대 1' 정도인 부부는 10년 뒤에도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비율 차이가 심한 부부들은 이혼하거나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트먼 교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부부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면 배우자에게 자주 칭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조건적인 칭찬만 하기보다는 사랑이 동반된 조언을 함께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올바른 지도와 반성 그리고 지속해서 확인하는 서로의 사랑으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대가 변하며 달라지는 것들이 많지만 부부간의 필수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존중과 존경은 그리고 부부 사이의 칭찬은 예의이자 기본적인 도리입니다.
# 오늘의 명언
결혼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결혼은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결혼은 당신이 매일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 바바라 디 앤젤리스 –
* 삶은 고통에서 피어난다. (아침공감편지 221228)
가시가 없다면 장미는 존재 이유가 없어요.
‘아름다운 꽃에 이런 가시가 있다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나무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다니’라고 생각하세요.
우리 삶도 고통이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어요. 시는 삶의 고통에서 피어나는 꽃이에요.
내 인생의 향기도 고통에서 피어나죠. -정호승 시인
안전함으로 후퇴할 것이냐 발전을 향해 전진할 것이냐는 당신의 선택이다.
끊임없이 발전을 선택하고, 끊임없이 두려움을 이겨내라.
에이브러햄 매슬로 문제를 대면하는 데 따르는 정당한 고통을 회피할 때,
우리는 그 문제를 통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성장도 회피하는 것이다. -M 스코트 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