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폐증 행동에 관한 자료를 보면 자폐증 아이들이 많이 보이는 짜증과 공격행위 등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많이 언급합니다. 늘 감정적 기복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급격한 행동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단순히 울고 웃는 정도의 행동변화라고 하면 얼마든지 감수하지만 돌발적이고 폭발적인 분노표출이나 자해 타해 등 공격성을 동반한 기복이라면 서서히 감당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지독한 자폐성 분노폭발을 보여주는 녀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Autistic Meltdown이라고 하는데요 멜트다운은 보통의 짜증과 감정폭발을 말하는 Tantrum하고는 그 정도에 있어 차이가 심합니다. 보통 탠트럼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상태이다보니 뭔가 원치않은 상황에 놓여있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동원되는 반면 멜트다운은 자신도 주체하기 어려운 과도한 감각적 유입으로 인한 뇌의 폭발현상으로 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짜증은 목적성이 있고 그 원인이 소거되면 통제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멜트다운은 통제불능의 과부하현상의 대폭발이라서 소거가 쉽지않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멜트다운 현상은 목적성도 없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의 폭발이라서 다양한 위험한 행동이 마구잡이로 펼쳐집니다.
새로 맡게된 녀석은 닥치는대로 물건던지기, 주변사람에게 폭력행사하기, 울어제끼기, 온 몸으로 분노를 표시하며 앞으로 구르거나 거꾸로 구르기 (이 와중에 바닥으로 몸이 떨어지니 몸 여기저기에 멍도 많이 듭니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악쓰기 등등 최악의 분노표출을 하루 대여섯번은 해댑니다.
집같이 한정된 공간에서의 분노발작은 그래도 감수하면 되는데 어제와 같이 뽀로로테마파크와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의 대폭발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감각적 과부하를 막아주기 위해 다각도로 귀를 막아주고 (소리예민도로 인한 크고 익숙치않은 소리가 촉발요인됨) 신체적 몸부림을 제어해주면서 벌리는 입에 달콤한 마이쥬 하나 넣어주니 생각보다 짧게 끝나긴 했지만 이 대폭발을 어떻게 다스려나갈지 걱정이 앞섭니다.
아이에게 정성을 다한 부모들이기에 아이를 떨어뜨려 예정보다 일찍 보내기까지 두 분이 겪었던 고통의 크기가 짐작됩니다. 녀석 멜트다운 덫에만 빠지지 않으면 괜찮은 구석이 꽤 많습니다. 나름 서툴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구사 능력도 있고 특히 자조기능이 뛰어나서 신변처리나 그에 대한 인지가 충분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와서 엄마찾는 녀석은 처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통계상 현재 보여지는 하루 대여섯번의 분노발작. 그 힘든 분노발작을 하루 대여섯번 앞구르기 뒤구르기하면서 온 몸으로 감정폭발을 해대니 얼마나 에너지를 여기에 다 빼앗길까요? 이렇게 에너지를 다른데다 다 쏟고나면 남는 에너지가 있을까 싶습니다.
새벽에 깨서 자폐성 멜트다운 관련 자료를 쭉 살펴보면서 어제까지 고수하려했던 대응정책을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어제까지는 행동수정적 측면의 대응으로 해보자 였는데 (원하는대로 다 하면서 성장한 케이스라고 생각) 역시 감각적 문제로 접근하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을 짓습니다.
녀석의 이 현상이 근래들어 더 심해졌다고 하니 몇 가지 분석이 됩니다. 동생의 출산과 맞물려 동생의 울음소리, 엄마의 관심분산과 과도한 휴대폰에의 노출이 아이가 계속 겪고있던 시각정보처리 대 청각정보처리의 극심한 차이현상을 더 벌려놓은 듯 합니다. 이로 인한 소리과부하 자극에 시달려왔던 녀석의 뇌를 대폭발상태로 몰아붙인 것 같습니다.
자폐성 멜트다운을 쭉 보다보니 도와주어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장소제공이나 과도한 자극 단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원치않는다고 자극을 평생 단절시켜줄 수 있을까요? 지금은 멜트다운 횟수를 줄여야하고 정도도 내려주어야 하지만 그러면서 자극노출을 통한 극복훈련 또한 아주 중요한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징조를 보이는 후두엽 기인 경기발작 멍때림도 깊어져서 녀석 눈여겨 보아야할 부분이 여러군데 있어 보입니다.
새벽에 깬 녀석 안정되라고 깊은 맛사지와 등긁기를 해주었더니 너무 좋은지 계속해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라고 하는 것보니 계속해서 해주세요를 그렇게 표현하는 듯 합니다. 이틀간 참 막막하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머리가 복잡했는데 실마리가 풀어져갑니다.
꼭두새벽에 도와주세요를 1시간 넘게 외치던 녀석이 결국 제 다리를 베개삼아 깊이 잠들어버려 거의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제 밥해야 할 시간이라.. 이 시간이면 정확히 깨어나 기저귀갈고 밥달라고 하는 근이녀석 저만 계속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를 엄마처럼 따라주는 녀석이 되어 요새 주고받는 미소의 의미도 남달라졌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맛있게 먹여주는 게 큰 힘입니다.
아직 태풍 카눈의 영향은 끝나지않았고 마지막 바람들이 꽤 거셉니다. 육지로 향하고 있으니 여기는 마무리단계라지만 육지에서 어떤 횡포를 저지를지 걱정이 됩니다. 그렇게 그렇게 몰려왔다 언제 그랬냐는듯 지나서 가는 수 많은 문제들, 태풍급의 문제행동을 잠재우는 것, 참으로 지식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이 천사같은 아이들에게 축복을 주시옵소서...
첫댓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멜트다운을 겪는 본인은 얼마나 힘들 것이며 부모님들 또한 얼마나 고생하실까요. 멘탈 강건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늘 어려움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시고 길을 찾아 고군분투 하시는 대표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