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자는 가장 대중적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CEO가 지니는 대중적 매력은 엄청난 연봉과 막강한 힘에서 온다.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는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의 크기와 비례하여 성장해 왔다.
세계의 100대 경제주체들의 경제규모중 절반은 다국적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규모로 따지는 단순 비교가 아니라 기업의 급여, 복리후생, 감가상각, 세전 이익등을 합
한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아도 다국적 기업은 100대 경제주체중 1/3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 기업 중 가장 큰 엑손모빌의 경제규모는 칠레나 파키스탄의
GDP 수준과 비슷하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주체인 일본의 10대 기업들의 부가가치의 합은 10위권 경제국가인 한
국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이 국가의 통제 법위를 넘어 막강해 지자 투자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그동안 구체화 되었다. 투자기관이나 정부, 의회가 기업이 따라야할 새로운 기준과 법률을 제정해 내고 있다. 한 예로 엔론과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이후 미국의 기업 역사상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게 된 사베인스-옥슬리 법 Sarbanes-Oxley Act 은 기업 이사회의 구성, 재무보고 방식등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국지적 노력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추세로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CSM; 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 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
esponsibility), 환경경영, 윤리경영, 기업시민주의등 다양한 용어로 불려지기도 했던 개념들이 최근 들어
기업의 책임있는 경영활동을 뜻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으로 정착된 것이다. CSM은 이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익의 창출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기업은 노동문제, 인권, 빈곤, 환경, 반부패, 각종 차별 등 인류의 공통적 관심사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 그리고 경제적 수익성을 균형잡아 보려는 노력이 중요해 지게 되었다. 결국 이런 균형을 체계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때 기업은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다. 현재 '포천'의 250대 기업의 70%, 일본 상장기업의 80%가 사회책임경영과 이에 바탕을 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보고서의 작성기준도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글로벌 스텐다드로 ‘GRI’ (Global Reporting Inititives) 기준을 따르게 되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도
2003년 이후 대기업 39곳에서 ‘지속가능보고서를 낸 것으로 집계되었다.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
망된다. 이것은 일반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GRI는 공기업들을 평가하는 데도 유용한 도구로 작동하게 되었다. 정부 부문도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 따라 300곳 안팎이 GRI 기준에 따른 보고
서를 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적인 규제나 제약의 차원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업의 본연의 책임이며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모범을 보여준 기업은 ‘존슨앤존슨’이다. 이 회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존경받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1885년 외과용 붕대 개발로 출발한 존슨앤존슨은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관련 제품 제조업체로 전세계 57개국에서 약 12만 명의 임직원
이 종사하고 있다. 1982년 이 회사는 운명이 갈릴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누군가 이 회사의 제품인 타이레놀의 포장 속으로 독극물을 주입해 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 여러 명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존슨앤 존슨은 제품에 하자가 없음을 확신하면서도 엄청난 금액의 캡슐약을 전량 수거하여 폐기할 것을 즉각 결정하였다. 그리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외부에서 독극물 투입이 불가능한 알약 포장 형태로 대체했다
.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객에 대한 책임을 무엇보다도 우선한다는 그들의 사명과 가치관을 실천한 결단이었다. 이 사례는 존슨앤존슨이 ‘비용을 따지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우선적 책임을 약속한 자신의 신조에 따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실천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 존슨앤존슨은 자신들이 판매한 약품의 부작용을 조사하기 위해서 엄격한 조사활동을 벌렸다.
조사활동에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학계에 알려진 것보다 해당 약품의 위험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존슨앤존슨은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 결과를 미국식품의약국과 언론에 공지했다. 타이레놀 사건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앞세운 ‘우리의 신조’(Our Credo)’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존슨앤존슨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존경받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윤리관과 신념이 함축된 ‘우리의 신조’가 전임직원에 체화되어 실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저 벽에 걸려 있는 표어가 아니다. ‘우리의 신조’는 1943년 존슨앤존슨의 창업자 아들인 ‘로버트 우드 존슨’이 만든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서 고객, 직원, 사회, 주주의 순서로 기업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포괄적 이해당사자인 사회나 주주보다는 고객이나 종업원처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이 우선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과 종업원들의 만족이 결국 주주이익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적 사이클을 신뢰한 가치체계라 말할 수 있다. 존슨앤존슨에 있어 사회책임경영이란 일상적 경영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경영이라는 가치가 경영 자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그들은 사업실천지침을 마련할 때 고객과 소비자에게 우선적 초점을 맞춘다. 매년 전직원들은 ‘우리의 신조’를 따라 행동할 것을 서약해야한다.
전 세계 200여개 독립법인 경영자들은 매년 한 자리에 모여 ‘우리의 신조’에 표현된 이념이 변화된 경
영환경에 맞추어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토론하고 서로 공유한다. 사회적 책임경영과 관련하여 하급자
게 문제가 발생해도 상급자에게 책임을 묻게 되어 있다. 존슨앤존슨은 재무성과가 좋아도 고객을 속이거나 직원들의 불신을 받으면 실패한 경영자로 간주하는 기업문화를 키워 왔다. ‘우리의 신조에 입각한 리더십’이 최우선적으로 강조되어 온 것이다. 존슨앤존슨과 마찬가지로 IBM 역시
오랜동안 비즈니스를 해 오면서 본능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대단히 민감하다. 나는 20 년 동안 IBM에 있었는데, 이 회사는 매우 엄격한 윤리 규정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직원이 일상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지키게 했다. 내 동료 하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20년 가까이 된 이야기다.
그 당시 IBM은 국내 전자 회사들로부터 IBM 컴퓨터 부품을 공급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이 업무을 맡았던 부서는 국제구매부서(
IPO; International Procurement Office) 였다. 그때 이 부서 내에는 매우 엄격한 기업시민정신이 강조되었다. 누구도 관련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되며,
기념품도 1만원 이상이 되는 것은 받아서는 안 되게 규정되어 있었다. 관련 업체와 회의를 하더라도 특별히 정한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면 향응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마침 년 말이 되어 협력업체에서 달력을 만들어 함께 회의를 하던 IBM 직원들 몇 사람에게 선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미국 IBM 직원도 섞여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달력 하나씩을 받아 들고 나왔는데, 호텔에 돌아와 달력을 펴본 그 직원은 그 달력이 만원이 넘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 달력을 다시 돌려주려했다. 한국의 IBM 직원이 년 말에 달력을 만드는 것은 일상적 관례이며,
서로 나누어 갖는 작은 년말 선물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난 다음에야
마음에 내키지 않으며 받더라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지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보고서 작성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들의 정신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존슨앤존슨이나 IBM은 직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훌륭한 기업시민 정신을 일상의 실천적 과제로 인식하여 준수하기를 바란다.
사회책임경영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을 필두로 모든 기업의 공통적 관심사며 글로벌 게임의 원칙이 되어 가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본격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는 1984년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들 수 있다. 삼성 역시 1994년 국내 최초의 사회공헌 전담조직인 사회봉사단을
출범시킨 이래 최근에는 사회공헌을 책임지는 사회봉사단에 사장직을 신설하였다. 다양한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 사회공헌을 강화하려는 뜻도 있겠지만 사회적 책임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과는 별개였다. 최근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그것을 본질적 경영 영역으로 담아내려는 노력이다.
즉 사회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본질은 경영 외적인 일시적 시혜나 자선적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업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경영활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기업 가치체계의 바탕을 이루며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책임경영은 이제 글로벌 스텐다드로서 기업 경쟁력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