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뉴스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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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허공을 가르는 오색의 무지개는 제주도의 하늘이 아직 청정하다는 증거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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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 싱그럽고 무성하기만하던 초록의 숲이 야위어가며 가을이 오시려나 봅니다.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숲 속의 조붓한 언덕길을 따라 어승생오름을 오르노라면, 몸속을 파고드는 한기에 한여름을 달구던 뙤약볕이 그립기도
합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한라산은 제주의 여느 마을보다 항상 한 계절을 앞질러 갑니다.
소나무 줄기를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의
푸른 잎새에는 어느새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이 짙어오고 홍자빛 억새풀의 이삭도 조금씩 여물어갑니다. 줄기 끝에 풍경(風磬)처럼 매달린 억새의
수줍은 꽃망울처럼 가을은 여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불어오는 풍륜(風輪)에 실려옵니다. 비에 젖은 숲 속의 나무들이 내쉬는 비릿한 냄새도
풀벌레소리에 묻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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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 끝에 풍경(風磬)처럼 매달린 억새의 수줍은 꽃망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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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 지루하게 내리던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거센 바람이 비구름을 몰아내면서
드러나는 가을의 햇살이 젖은 숲을 말리고 허공에서는 물방울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찬란한 햇살이 그 허공 속의 투명한 물방울 속을 저어서
갈 때 풍마우세(風磨雨洗)의 하늘에는 한바탕 빛 잔치가 벌어집니다.
바로 오색의 무지개지요. 허공 속의 먼지들이 비에 씻겨 사라지고
티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에서만 무지개는 태어납니다. 아직은 제주도의 하늘이 청정하다는 증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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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어승생오름 정상에서도 어리목 광장에 어리는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 현상을 광환(光環)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코로나(corona), 독일에선 브로켄(Brocken)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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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 본래 무지개는 원형입니다. 높은 산정에 올라 산 아래에 펼쳐진 무지개를
내려다볼 때 바로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가 있습니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에 생기는 무지개도 원형입니다. 일년에 단 한 번 보기도 힘든
광경이지요. 가끔씩 어승생오름 정상에서도 어리목 광장에 어리는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가 있습니다.
광환(光環)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코로나(corona), 독일에선 이 현상을 브로켄(Brocken)이라고 합니다. '브로켄'이란 단어는 브로켄 현상이 처음 목격된 독일 하르츠
산군의 브로켄산(1342m)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무지개는 항상 반원입니다. 어떤 곳에서도 반원의 정면만
보입니다. 무지개의 옆 얼굴은 볼 수가 없습니다. 빛이 반사될 때 42도 각도로만 반사되기 때문이지요.
햇살의 강도에 따라 무지개는
또 다른 무지개를 낳습니다. 처음 생긴 무지개의 바깥쪽에 형성되는데 본래의 무지개와 색상의 배열이 반대랍니다. 빛이 두 번 반사되면서 생기는
쌍무지개는 흔히 볼 수 없는데 빛의 손실 때문에 색상은 좀 옅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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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햇살이 그 허공 속의 투명한 물방울 속을 저어서 갈 때 풍마우세(風磨雨洗)의 하늘에는 한바탕 빛 잔치가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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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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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의 강도에 따라 무지개는 또 다른 무지개를 낳습니다. 처음 생긴 무지개의 바깥쪽에 형성되는데, 본래의 무지개와 색상의 배열이 반대랍니다.
빛이 두 번 반사되면서 생기는 빛의 손실 때문에 색상은 좀 옅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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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 어른이거나 아이거나 무지개 앞에서는 가슴 속에 슬며시 번지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는 법이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야, 무지개다' 외치며 저도 모르는 사이 탄성을 내질러 본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천상의 선녀들이 거닐 것만 같은 비단길처럼 펼쳐진 무지개를 보고 우울하던 마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고 행운 한 아름이
와르르 안겨올 것만 같은 야릇한 기쁨에 잠겨본 적 있으신지요.
그 가없는 하늘에 펼쳐지는 오색빛의 향연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욕망과 미망(迷妄)을 훌훌 벗고 한번쯤은 하늘을 쳐다보라는 속삭임은 아닐는지요. 그 하늘 속에 비치는 마음의 호수를 조용히 들여다보라고
말입니다. 무지개의 터널을 관통하며 가을이 소리 없이 하늘에 번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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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터널을 관통하며 가을이 소리 없이 하늘에 번져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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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오희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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