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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머리카락!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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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자꾸만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속상했다.
하얀 머리카락이 많아지는 것도 속상한데 하루에도 수십 개씩 빠지는 머리카락만 보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엄마!
대머리는 안 될 테니 걱정 마!"
하나뿐인 딸 은지는 엄마 속도 모르고 태연하게 한 마디 했다.
"너도 봤잖아!
목욕탕 바닥에 머리카락 빠진 것."
엄마는 딸에게라도 투정 부리고 싶었다.
"빨리 돈 벌어서 머리카락 심어 줘!"
소파에서 뒹구는 딸에게 엄마가 한 마디 했다.
"알았어!
엄마 머리카락은 내가 다 심어줄 테니 걱정 마!"
은지는 돈만 벌면 엄마 머리카락부터 해결해주고 싶었다.
"언제!
죽고 나면 소용없어."
딸이 머리카락 심어준다는 말에 엄마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면 끝이었다.
잊을만하면 엄마는 머리카락 타령을 늘어지게 했다.
아빠 앞에서도 요즘 잔소리하듯 머리카락 타령을 했다.
"당신!
비상금 있으면 좀 내놔요?"
"뭐 하려고?"
하고 아빠가 묻자
"있나 보네!
이걸 좀 보세요."
엄마는 오른쪽 뒤통수를 보여주며 머리카락이 휑하니 빠진 곳을 가리켰다.
"많이 빠졌군!
당신은 나보다 더 빠지지는 않겠군!"
머리 한가운데 대머리가 다 된 아빠가 말하자
"당신은 포기했지만!
나는 아직 포기할 나이가 아니잖아요."
하고 엄마가 말했다.
"포기가 뭐야!
나도 돈 모아서 가발도 쓰고 머리도 심을 생각인데."
하고 아빠가 말했다.
"당신은 가망이 없어요!
그 넓은 들판에 언제 머리카락을 다 심을 거예요.
이젠!
포기하게 비상금이나 내놔요.
나라도 심고 멋 좀 부리게."
하고 엄마가 말했다.
"비상금이 어디 있어!"
돈이 있으면 먹고 싶은 갈비탕이라도 한 그릇 사 먹을 참이구만!"
하고 아빠는 말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어이구!
돈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니!"
엄마는 웃으며 아랫목을 찾으며 누웠다.
"아이고!
온몸 구석구석이 다 아프네.
오늘은
눈이 올려나!
아니면 비가 올려나!"
엄마는 이불을 당겨 덮고 한 숨 잘 생각이었다.
..
"아저씨!
보름달 다섯 개 주세요."
은지는 구멍가게에서 보름달 빵 다섯 개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엄마 아빠보다 보름달을 더 좋아하는 은지는 매일 아침마다 보름달 빵을 하나씩 먹어야 했다.
"네 개밖에 없는데 어떡하지?
카스텔라 하나 줄까?"
가게 주인이 보름달 빵을 봉지에 담으며 말하자
"싫어요!
저는 보름달 빵만 먹어요."
하고 은지가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네 개만 사고 내일 또 와?"
"알겠어요!"
하고 대답한 은지는 빵값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하나!
먹어야지."
은지는 봉지에서 보름달 빵 하나를 꺼내 먹으며 걸었다.
"호호호!
역시 보름달 빵은 맛있다니까."
은지는 아빠가 유난히 좋아하는 보름달 빵을 사 먹을 때마다 생각난 게 있었다.
"추운 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아빠는 태어났다.
음력으로 12월 15일 한 밤중!"
할머니 말에 의하면 눈 내린 산골짜기에 보름달이 떠서 더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보름달을 좋아했다.
그 뒤로 보름달 빵이 나오자마자 그 빵만 사 먹었다고 했다.
은지가 먹어도 보름달 빵은 맛있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빵맛이 좋았다.
"하나 더 먹어야지!"
은지는 집에 도착하기 전에 보름달 빵 네 개를 다 먹을지도 몰랐다.
엄마 아빠 줄 빵을 남겨간다고 하면서 다 먹은 적이 많았다.
"눈 오면 좋겠다!"
은지는 눈 오는 날 먹는 보름달 빵이 제일 맛있었다.
"아빠!
보름달 빵 사 왔어요."
은지가 집 앞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고 불렀다.
"보름달!
많이 사 왔어?"
하고 아빠가 묻자
"아니!
가게에 보름달 빵이 다 떨어졌어요."
하고 은지가 대답했다.
"보름달을 살려면 아침 일찍 가야 하는 거야!"
하고 아빠가 말했다.
"하나는 엄마 줄 게요!"
"뭐라고!
봉지에 하나뿐이야?"
하고 아빠가 묻자
"네!
오면서 두 개는 제가 먹었어요."
하고 은지가 대답하자
"두 개나 먹고 아빠는 하나 주는 거야?"
"더 사고 싶었는데 없었어요!"
하고 말하자
"그럼!
엄마는 주지 마."
하고 말하더니 아빠는 엄마에게 줄 빵까지 달라는 눈치였다.
"아빠!
엄마도 줘야죠."
하고 은지가 대답하자
"무슨 소리야!
엄마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니까 주면 안 돼!
이리 줘?"
하고 아빠가 보름달 빵 하나를 다 먹고 난 뒤 손을 내밀었다.
"아빠!
엄마도 먹어야죠."
하고 은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엄마!
보름달 좋아하지 않아.
엄마는 카스텔라 좋아해."
하고 아빠가 말하더니 은지 손에 든 빵 봉지를 달라고 했다.
은지는 할 수 없어 남은 빵 하나를 아빠에게 주었다.
"역시!
보름달은 맛있다니까."
아빠는 은지 앞에서 보름달 빵 두 개를 먹었다.
"은지야!
엄마에게는 보름달 빵 안 사 왔다고 해."
하고 아빠가 말하자
"싫어요!
어떻게 거짓말해요?"
은지가 대답하자
"이런!
보름달 빵 먹을 때만 거짓말 좀 하는 거야.
안 그러면 그 맛있는 보름달 빵 하나를 더 못 먹는 거야."
하고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말할게요."
하고 대답한 은지는 집으로 향했다.
..
"여보!
밥 차려야지?"
밭에서 일하고 돌아온 아빠가 엄마를 찾았다.
"아픈 거야?"
방문을 열고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아빠가 물었다.
"네!
아파요.
당신이 알아서 차려 드세요."
"아니!
아프면 병원이라도 가야지."
하고 말하자
"그렇게 생각을 다 해주다니!"
삐진 엄마 목소리가 아빠 귓가를 간지럽게 했다.
"당신!
단단히 화난 것 같은데?"
아빠가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요!
화났어요.
당신 입만 입이에요?"
하고 엄마가 일어나 앉더니 물었다.
"허허허!
무슨 일 때문에 단단히 화났을까?"
아빠는 가슴이 뜨끔했다.
"몰라서 물어요?"
"아니!
밖에서 일하고 온 사람이 어떻게 알아."
하고 말하자
"은지가 사 온 보름달을 다 먹었다면서요?"
하고 엄마가 묻자
"허허허!
그 녀석이 고자질을 했구먼."
하고 말하더니 아빠는 방을 나갔다.
오늘 엄마가 밥상을 차려줄 것 같지 않았다.
"뭐!
보름달을 먹으면 머리가 빠진다고요.
그래서
보름달을 먹은 당신은 머리카락이 그렇게 많이 빠졌어요?"
하고 엄마가 거실로 나오며 물었다.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았다.
은지는 방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보름달 빵을 두 개씩 먹은 아빠나 딸이 엄마의 감정을 건드린 죄였다.
"떡 한 조각도 나눠먹는다는 속담도 있는데 어쩜 우리 집 부녀지간은 생각이 다를까?"
하고 엄마가 아빠와 딸을 원망했다.
보름달 빵 하나가 집안 풍경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내가 밥 먹고 읍내에 나가서 보름달 빵 사다 줄게!"
하고 아빠가 말하자
"다 팔렸는데 어디서 구해올 거예요?"
하고 엄마가 물었다.
"아니!
공장에 가서라도 사 와야지.
당신이 보름달 빵을 먹어야 화가 풀릴 것 같으니."
하고 아빠가 대답했다.
"아이고!
늙어가면서도 보름달 빵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양반이랑 내가 살고 있다니."
엄마는 거실에 앉아 신세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은지는 엄마 아빠가 보름달 빵에 대한 추억과 간절함을 알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은지도 보름달 빵에 푹 빠졌다.
보름달 빵은 은지 가족에게는 추억을 소완하는 역할을 했다.
가난이라는 아픔과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성장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의 빵인 셈이다.
"엄마!
내가 다음에 사 오는 보름달 빵은 엄마 다 줄게요."
"어이구!
보름달 빵 귀신도 안 줄 녀석이 웬일이야?"
엄마는 아직도 화가 덜 풀린 것 같았다.
보름달 빵 하나 먹을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에 화가 더 났다.
"엄마!
내일은 아침 일찍 가게에 가서 보름달 빵 다섯 개 사와 다 줄게요."
하고 은지가 말하자
"됐어!"
하고 대답한 엄마는 방으로 들어갔다.
은지는 화가 풀린 엄마를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아빠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점심을 드셨다.
..
"여기도 머리카락!
저기도 머리카락!
내가 못 살겠다."
엄마는 오늘도 머리카락 타령을 시작했다.
"은지야!
빨리 가서 보름달 빵 사 와야지?"
하고 아빠가 딸을 불렀다.
"네!"
방에서 대답한 은지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아빠!
몇 개 사 올까요?"
하고 은지가 묻자
"다 사와!
어제 엄마 다섯 개 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다 사 와야 남은 건 우리가 먹을 거 아냐?"
"알았어요!"
하고 대답한 은지는 집을 나섰다.
"열 개 있으면 좋겠다!"
은지는 보름달 빵이 많았으면 했다.
머리카락 타령을 하는 엄마 다섯 개를 주고 아빠랑 나눠먹을 보름달 빵이 많았으면 했다.
"아저씨!
보름달 빵 주세요."
"몇 개?"
"다 주세요!"
하고 은지가 말하자
"다!
보름달은 세 개밖에 없는데.
오늘은 반달과 초승달 빵이 새로 나왔어.
신제품인데 줄까?"
하고 가게 주인이 묻자
"안 돼요!
보름달 빵만 주세요."
은지는 가슴이 쿵쾅 뛰었다.
보름달 빵이 세 개뿐이라는 말에 놀란 것 같았다.
엄마 줄 것도 부족한 생각에 어쩔 줄 몰랐다.
"아저씨!
보름달 빵 또 언제 들어와요?"
은지가 묻자
"보름달!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모레나 들어올 거야."
하고 가게 주인이 말했다.
할 수 없죠!
세 개만 주세요."
은지는 보름달 빵 세 개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휴!
하나만 먹고 싶다."
은지는 걸으면서 빵 봉지에 자꾸만 눈이 갔다.
하나만 꺼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알면 혼날 것 같아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꾹 참았다.
은지는 먹고 싶은 빵을 먹지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은지는 엄마가 화낼만한 이유를 알았다.
보름달 빵을 먹지 못한 은지는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보름달!
언제부터 마법을 부린 걸까?"
은지는 온몸이 보름달 빵을 먹어야 한다고 마법을 부리는 걸 알았다.
하지만
집까지 꾹 참고 가려고 노력했다.
"은지야!
하나만 꺼내 먹어.
그래도 엄마가 화내지 않을 거야."
한 참 걷고 있는데 햇살이 말했다.
"엄마가 화낼 거예요."
"걱정 마!
엄마는 보름달 하나면 충분하단다."
하고 햇살이 말했다.
"그래도 싫어요!
엄마가 화내면 무섭거든요."
은지는 햇살이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착하구나."
햇살은 은지가 보름달 빵을 먹지 않고 집까지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엄마!
보름달 사 왔어요."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엄마를 불렀다.
"몇 개?"
엄마는 누워서 물었다.
"세 개!"
"뭐라고?
다섯 개 사 온다고 했잖아!"
하고 엄마가 일어나 앉더니 물었다.
"세 개밖에 없었어요!"
하고 은지가 대답하자
"그럼!
공장에 가서라도 더 사 와야지?
하고 엄마가 더 크게 말했다.
"공장이 어딨는데?"
은지가 묻자
"그걸!
엄마한테 물으면 어떡해!"
엄마는 속상했다.
보름달 빵 다섯 개를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 개뿐이라는 말에 속상했다.
"몰라!
난 이제 보름달 빵 안 먹을 거야."
은지는 빵 봉지를 엄마 방에 두고 나갔다.
"히히히!
보름달 빵 세 개를 다 먹을 수 있겠다."
엄마는 은지가 나가자 빵 봉지를 열고 보름달 빵을 하나 꺼냈다.
"역시!
맛있다!
눈이 내린다.
그렇지!
바람이 불면 눈발이 날리지!
맞아!
보름달 빵을 먹지 않아서 머리카락이 빠진 거야."
엄마는 보름달 빵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두 개가 든 보름달 빵을 장롱 속에 숨기고 방을 나왔다.
"은지야!"
하고 딸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엄마는 딸 방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은지는 없었다.
..
"호호호!
이 녀석이 일기를 쓰다니!"
엄마는 책상 위에 펼쳐진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2022년 1월 30일 날씨 추움
<엄마 머리카락이 빠졌다!>
방에도 목욕탕에도 부엌에도 온통 엄마 머리카락뿐이다.
엄마는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
보름달 빵을 먹지 못해서 빠질까?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보름달 빵을 하루에 하나 이상을 먹는 나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데 그럴 리 없어.
혹시!
엄마가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무섭다!
엄마가 아프면 안 되는 데.
엄마!
보름달 빵을 혼자 다 먹어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엄마 것도 꼭 남겨와 줄게.
엄마!
엄마는 보름달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빠 말을 이제 믿지 않을 거야.
엄마도 아빠처럼 보름달 빵을 좋아하는지 알았어.
다음부터는 보름달 빵 세 개만 살게.
아니 더 많이 살 때는 여섯 개, 아니면 아홉 개 살게.
그래야!
엄마 하나, 아빠 하나, 나도 하나 이렇게 사이좋게 먹을 수 있잖아.
엄마!
그런데 보름달 빵만 사면 다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
오늘도 세 개 사들고 오는 데 햇살이 하나는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꾹 참았어.
엄마!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서야 난 엄마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 수 있었어.
엄마!
다음부터는 엄마, 아빠를 먼저 생각하는 딸이 될 게요.
엄마!
사랑해요."
딸 일기를 다 읽은 엄마는 가슴이 후련했다.
방에서 나온 엄마는 장롱에 숨겨둔 보름달 빵을 들고 오더니 딸 책상 서랍에 넣었다.
"사랑하는 딸!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엄마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을 담은 뒤 서랍을 닫았다.
엄마는 그 뒤로 머리카락이 덜 빠졌다.
보름달 빵을 먹어서 머리카락이 덜 빠졌는지 알 수 없었다.
딸 일기를 읽고 난 뒤 엄마는 머리카락이 덜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았다.
"마음이 중요해!"
엄마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머리카락이 다 빠져도 가족이 있어서 행복할 것 같았다.
"농사를 지어야지!"
가을에 추수하고 난 뒤 또 씨앗을 뿌리듯 농사를 지어야지."
엄마는 머리카락이 다 빠진 뒤 새싹이 돋아나듯 머리카락이 자랄 것을 믿기로 했다.
아빠는 보름달 빵이 먹고 싶으면 혼자 가게에 갔다.
엄마 몰래 아니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보름달 빵을 사 먹고 왔다.
최근에는 아빠에게 또 다른 빵 맛이 유혹했다.
그건 바로!
나가사키 카스텔라였다.
아빠는 달콤한 맛에 푹 빠져 있었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누구와 나눠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빠는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사 먹기 위해 파는 곳을 검색하고 사러 다녔다.
이 사실을 알면 엄마 머리카락이 더 빠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지야!
이건 절대 비밀이야."
딸에게 들킨 아빠는 카스텔라 한 조각 주면서 말했다.
"아빠!
절대로 말 안 할게요."
은지도 엄마 몰래 얻어먹는 <나가사키 카스텔라> 맛이 최고였다.
바람이 불었다.
은지 집안을 향해 달콤한 바람이 싸늘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히히히!
절대 비밀은 없어.
난
그 달콤한 맛과 향기를 품은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엄마에게 알려줘야지."
바람은 가만있고 싶지 않았다.
아빠와 딸이 달콤한 맛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부러워서 가만있고 싶지 않았다.
"히히히!
보름달보다 더 달콤한 게 뭔지 알아요?"
바람은 장독대에서 항아리를 닦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보름달보다 더 달콤한 빵은 없어."
"히히히!
나는 알지요.
보름달 빵보다 몇 배나 더 달콤하고 맛있는 빵을."
하고 바람이 말하자
"시끄러워!
바쁘니까 저리 가."
엄마는 다른 빵에 관심 없었다.
보름달 빵을 먹은 뒤로 머리카락도 안 빠지는 것 같아서 바람이 전하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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