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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절세 고수의 탄생 그가 극도로 분노해서 펼쳐 낸 공세는 조금 전의 수세(守勢)와 비교해 볼 때 위 력이 엄청나게 커져 있었고 등태평은 선기를 잃고 잇따라 여섯 걸음이나 물러섰 다. 상대방의 공세가 약간 늦어진 틈을 타서 등태평은 일성을 대갈하며 두 주먹을 잇 따라 펼쳐 냈고 순식간에 열 여섯 개의 주먹을 쏟아 내어 즉시 주반자에게 매서운 맛을 보이려고 했다. 그들이 이렇게 손을 쓰자 삽시간에 세찬 바람이 휙휙 거렸고 주먹의 그림자가 수 천 수만 개가 허공에서 떠 있는 것처럼 둘레 일곱 자를 모조리 뒤덮고 말았다. 고검남은 주반자가 그토록 영민하면서도 정교한 권장 신법을 펼치자 두 눈에서 놀람과 기쁨의 빛을 쏟아 내며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주시했으며 일시에 저지해 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 매냉설은 천천히 그의 곁에 다가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고공자, 등 백부님은 언제나 저토록 거칠어요. 그러나 실제는 무척 좋은 사람이 에요. 조금 전에 그가 실언해서 공자에게 욕을 한 점, 아무쪼록 그대가...] 고검남은 매냉설의 미안해하는 표정을 읽자 연민의 정과 사랑스런 감정이 솟아올 라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그를 탓하지 않는데 그대가 사과할 필요가 어디 있소?] 매냉설은 빙그레 웃었다. [등백부님은 일찍부터 가친을 수발하던 분이에요. 그는 제가 장성하는 것을 보았 고 언제나 저를 늘 보살폈지요.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그대가 나타난 것을 보자 그만...] 고검남은 그녀의 조그만 손을 끌어 잡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그를 탓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대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어디 있소? 설 매, 이 조그만 일로 자기 자신을 나무라지 마시오. 나는 그대가...] 매냉설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왼손을 가볍게 빼내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녀 는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보세요. 그들이 계속 싸우는 것을 저지해야 하지 않겠어요?] 고검남은 고개를 돌리고 한참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주반자는 이미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하고 있었다. 그는 상대방의 그 광풍노도와 같은 권초를 감당할 수 없는 듯, 겨우 정교한 신 법으로 이리 저리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권풍에 밀리고 핍박을 받아 끊임 없이 뒤로 물러섰다. 고검남은 어떤 무공을 안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릴 적부터 대나무 광주리에 담겨져서 고명원을 따라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싸움을 치른 바 있었다. 더욱이 장백산에서 싸우고 해남의 검진을 돌파했던 일은 아직도 그의 뇌리에 뚜렷 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무공의 강약과 초식의 우열을 분별하는 안목을 지니고 있 었다. 이것은 서예를 감상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반드시 모든 사람이 좋은 글을 쓴 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모든 사람들은 서예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흥미를 가지고 있으 면 서예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 감상을 하고 품평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검남은 주반자의 낭패한 모습을 보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 그의 몸이 그토록 비대한데 왜 날렵하고 정교한 재간만 익혔을까? 이것은 정 말로 억지로 자기에게 불리한 일만 강요한 꼴이 아닐까?) 그가 고개를 가로 저을 때 등태평은 이미 일성을 대갈 했고 두 주먹질을 교차하며 가슴 앞에 세웠다. 그리고 갑자기 온 몸을 맹렬히 흔들더니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나는 가운데 그의 우람한 체구가 한결 부풀어 늘어나는 것 갚았다. 매냉설은 안색이 변해서 입을 열었다. [야단났어요. 등 백부님께서는 화가 나서 육정개산(六丁開山)의 지강(至剛)한 권 공을 펼치려 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등태평이 힘차게 한 걸음 내 딛더니 두 주먹을 재빨리 휘둘러 잇따라 세 주먹을 내 질렀다. 이 세 주먹은 보기에 무척 둔해 보였고 졸렬했다. 그러나 크게 열고 크게 후려치 는 모습이었지만 그 힘이 침맹하기 이를 데 없어, 주정은 그 정교한 신법을 제대 로 펼치지 못하고 뒤로 재빨리 물러남으로서 가까스로 상대방의 그 말되만한 주먹 에 적중되지 않을 수 있었다. 등태평은 잇따라 세대의 주먹을 내질러 주정을 벽쪽으로 물러나도록 몰아댔고, 주정의 등이 벽에 붙어 물러날 길이 없게 되었다. 매냉설은 신형을 약간 움직이며 호통을 내 질렀다. [백부님, 안돼요...] 그녀가 몸을 움직여 나는 듯이 달려나가 등태평이 계속해서 주먹질을 하려는 것 을 저지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고검남의 손에서 강렬한 기운이 뻗쳐 와 그녀의 솟구치려는 신형을 끌어당겨 도약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녀가 어리벙벙해서 고검남을 바라보자 고검남은 어느덧 손을 놓으며 입을 열었 다. [그대는 이곳에 서 계시오. 내가 가겠소!.] 그는 매냉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신형을 움직이더니 나는 듯이 달려갔다. 이 때 등태평은 세대의 주먹을 막 퍼부어 주반자의 몸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닥닥 팔을 쳐들더니 네 번째의 주먹을 마치 만근의 힘이 실린 벽력처럼 수평으로 찔러 냈다. 권풍이 우르릉, 울리고 세찬 기운은 강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찰나 고검남은 마침 주반자의 앞으로 달려들어 알맞게 그들 두 사람의 중간을 가로막게 되었다. 그들 두 사람은 고검남이 이와 같이 뛰어들 줄은 상상도 못한상태였다. 주반자는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뜨고 경고의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 고 등태평의 권경(拳勁)은 이미 쏟아졌기 때문에 완전히 거두어들일 수 없었다. 매냉설은 옆에서 뾰족한 소리로 부르짖었다. [백부님, 빨리 손을 멈추세요!] 등태평은 깊이 숨을 들이 마시고 몸을 움츠리며 주먹을 내려뜨리면서 쏟아 낸 십 성의 공격을 삼성이나 해소시켰다. 권풍이 우르릉, 하고 울리는 가운데 기류가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마치 강물이 거 꾸로 퍼부어지듯 강렬한 기세로 덮쳐 들었다. 고검남은 발걸음을 세우고 가까스로 똑바로 서게 되었을 적에 사람을 질식시키고 말 것 같던 권풍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위험에 처하자 숫제 다른 생각을 할 여가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왼손을 슬쩍 젖히면서 오른쪽 주먹을 수평으로 뻗쳐 냈다. 이 일식은 주반자가 그에게 무극심법을 가르친 후에 그가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수해 준 태극삼식 가운데 들어 있는 초분양의(初分兩儀)였다. 이와 같은 간단한 초식은 등태평이 볼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 방이 그와 같은 일초를 펼쳐 내자 흣칫 놀라고 말았다. (아! 이 녀석은 불쑥 끼여들어 그만 죽게 되었구나. 애석하게도 어린 나이에 죽게 되었군.) 그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은 그의 그 권법이 강맹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거 두어 들일 수 없고 그 자신도 그 힘을 도저히 거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상념이 뇌리에서 미쳐 떠나기 전에 갑자기 상대방의 왼손이 젖혀지면서 어 느덧 자기의 그 침맹하기 이를 데 없는 권풍을 두 가닥으로 갈라버리는 것이 아닌 가? 그가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할 때 상대방의 오른쪽 주먹이 수평으로 밀고 들어와 즉시 그가 쏟아 낸 권풍을 정통으로 격타하는 것이 아닌가? 고검남의 권풍에 부딪치자 마치 하나의 강철 판자에 부딪친 듯 즉시 앞이 막히고 두 줄기의 권풍이 미미하게 엉겨 붙는 순간 고검남의 오른쪽 주먹이 다시 앞으로 뻗쳐 왔다. 즉시 등태평의 손목이 흠칫해졌으며 권풍이 모조리 반탄되어 돌아오는 것을 느끼 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그 권풍은 갑자기 마치 산악이 무너져 내리는 듯 무 겁게 변해 그로 하여금 숨이 콱 막히게 만들었고 몸이 뒤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렇게 되자 그가 속으로 느끼는 경악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는 상대방이 자기가 쏟아 낸 칠성의 내력에 실린 권풍을 막아낼 줄은 꿈에도 몰 랐다. 깜짝 놀란 그는 왼손을 들어 틀어막으면서 오른쪽 주먹을 반치 정도 내렸다가 즉 시 벼락같이 앞으로 뻗쳐 냈다. 그의 두 주먹이 일제히 뻗쳐 났으며 전신의 기운이 모조리 끌어올려진 상태라 그 순간에 그의 온몸이 부푸는 것 같았고 구렛나루는 가시처럼 뻗쳤으며 얼굴은 새빨 개졌다. 매냉설은 이와 같은 그의 모습을 보자 깜짝 놀라 울부짖었다. [등백부님!] 그녀는 등태평이 삼성의 공력을 거두어들인 후에 또다시모조리 쏟아 내리라고는 생각 못한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때 쌍방이 대처하는 국면이라 저지할 수 없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검남이 등태평의 유명하기 이를 데 없는 권풍에 맞아 죽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통스럽게 두 눈을 감았다. 여인이란 평소에 아무리 굳건해도 중대한 변고에 임하면 연약하고 두려워하는 천 성을 자연히 드러내게 마련이다. 소봉 역시 눈을 감았으며 소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지 못했 다. 펑! 하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용돌이치던 기류는 이미 다리가 부러진 탁자와 의자를 다시 한번 더 분질러서 벽에 박히도록 만들었고 하마터면 벽을 뚫 고 나갈 뻔하게 되었다. 순간 등태평이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렸다. 매냉설은 속으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며 두 손을 내리고 눈을 커 다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고검남은 왼손으로 오른쪽 팔을 거머쥐고 있었고 오른쪽 주먹은 수평으로 뻗쳐 낸 상태에서 등태평의 솥뚜껑과 같은 주먹과 허공에서 맞닿는 상태로 밀고 당기는 중 이 아닌가...? 등태평은 노여움으로 두 눈을 동그랗게 떴으며 우람한 체구는 태산처럼 서 있었 지만 두 발은 이미 땅속으로 세치 정도 깊이 파고들었고 발 밑의 벽돌은 가해지는 힘에 의해 부서져 나갔다. 매냉설은 무림 제일 고수 검성 매화노인의 딸이었다. 자연히 이들 두 사람이 처 한 상태와 승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새빨간 입술을 깨물며 고검남과 등태평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벌 어지고 있는 상황을 그녀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고검남의 등뒤에서 벽에 등을 대고 서 있는 주반자까지도 그만 어리둥절하고 말았 다. 자기가 고검남에게 삼개월 전에 전수해 준 무극심법이 그의 내력을 그토록 깊 고 웅후하고 강경하게 만들었을 줄이야! 그는 직접 조금 전 두 줄기의 권풍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등태평이 전신을 흠칫하 더니 비틀대다가 겨우 똑바로 서기는 했으나 두 발이 땅바닥 속에 빠져드는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등태평은 자기의 강맹한 권풍이 고검남에게 패하지 않을 줄 알고 내공으로 승리를 얻으려 한 것이었다. 사실 내공을 갈고 닦는 성취는 전적으로 기연과 고된 수련, 그리고 시간의 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순정(純正)한 내가심법을 정성들여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 가운데는 중요한 요인은 시간이었다. 수십 년 고된 수련을 쌓는 사람은 십여년 동안 내공을 익힌 사람보다 자연히 공 력이 심오했다. 등태평은 강맹한 방향으로 나가는 무공을 익혔고 삼십여 년간 고된 수련을 쌓았 으니 열 댓살밖에 되지 않은 고검남에게 진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고검남이 어머니 뱃속에서 내공을 연마했다 해도 불과 십오륙 년의 세월밖에 되 지 않으니 결코 자기보다 고명하지 못할 거라고 내다본 것이었다. 등태평은 한 번 패하게 되자 내공으로 겨루어 승리를 얻겠다고 작정하게 된 것이 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이 상대방의 주먹과 맞닿자 즉시 거센 힘이 자기의 내공을 모조리 되돌려 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고검남이 혈수천마 고명원의 알뜰한 돌봄을 받앗고 목숨을 걸고 영단묘약 (靈丹妙藥)을 구해 그에게 복용시킨 데다가 나중에 현천도장이 한평생 갈고 닦은 도가의 진력을 억지로 그의 몸안에 주입했기 때문에, 고검남이 그 잠재력을 사용 할 줄 모르게 되었을 적에도 이미 고해이란인 근소소를 놀라게 만들었고, 주정이 무극심법을 전수하게 된 후에 그 갈무리되었던 진력이 모조리 단전으로 이끌려 들 어오게 되어 운용을 할 수 있게 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현천도장의 내공은 얼마나 심오하고 순정하겠는가? 거기다가 고검남의 선천적인 천품과 후천적인 배양으로 성취는 그의 연령의 제한을 초월했던 것이다. 등태평은 일시 치미는 울화에 이와 같은 내공을 겨루는 방법을 사용하여 자기 스 스로 물러날 여지를 남겨 두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나 이미 손을 늦출 수 없었다. 상대방의 심오하고 막강한 내공이 와락 밀어닥치자 그는 이빨을 깨물고 억지로 지탱해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자 얼굴에 땀방울이 솟아나게 되었고 두 발 역 시 한푼 한푼 아래로 꺼져 들었다. 고검남은 두 발을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은 태산이 버티고 있는 듯이 굳건하고, 쏟아 내는 진력은 끊임없이 이어져 등태평은 그의 내력이 얼마나 깊은 지 알 수 없었다. 주반자는 한동안 아연해져 있다가 등태평의 그와 같은 낭패한 모습을 보고 그만 실소를 터뜨렸다. [하! 하! 하! 당신의 그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불쌍하군. 당신의 조금 전 그 위풍은 어디로 갔소?] 매냉설은 정말 고검남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끈질긴 내공을 지니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무척 기뻐했다. 고검남에 대해서 더욱 믿음직하게 여겨졌고 곧이어 등태평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주반자의 희롱하는 말을 듣자 불쾌해져서 입을 열었다. [주사부,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어요?] 주반자는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 계면쩍게 말했다. [내 말은 결코 본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니, 매소저는 화내지 마시구려.] 그는 열 적게 웃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고공자와 그 넉달 동안 함께 있었지만 정말 그가 이토록 훌륭한 내공을 연 성했을 줄은 몰랐소. 정말 뜻밖이오.] 매냉설은 등태평의 얼굴이 귀밑까지 시뻘개지고 얼굴은 땀방울로 뒤덮여 두 발이 땅속에 몰입되어 이제 조금만 지나면 기운이 다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 자신은 자기 자신의 내공이 별로 깊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친이 항상 내공을 연마하라고 충고했지만 권검 공부에만 열중했었다. 물론 그녀 자신의 진력으로 한참 내력을 겨루고 있는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는 없 었다. 초조해진 그녀는 입을 열었다. [주사부, 방법을 생각해서 두 사람을 떼어 놓아야지요.] 주반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매소저도 알다시피 지금 그들의 내공보다 더 내공이 강한 사람이 이곳에 있지 않 으면 결코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지 않소?] 매냉설은 발을 굴렀다. [그럼... 어쩌면 좋죠?]] 바로 이때 내력을 겨루고 있던 고검남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냉설, 그대는 어떻게 되길 바라오?] 매냉설은 놀라고 의아하게 여겼다. [그대는... 그대는 말할 수 있나요?] 고검남은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말할 수 없다는 것이오?] 매냉설은그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고강한 내력을 연성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저 놀라움과 기쁨에 얽혀 재빨리 말했다. [당신은 손을 뗄 수 있나요?] 고검남은 대답했다. [물론 그럴 수 있소.] 매냉설은 물었다. [조심하세요. 백부님이 상처를 입어서는 안돼요. 그리고 그의 힘이 그대를 후려쳐 상처를 입어서도 아니 되니 내력을 거두는 즉시 몸을 날려 그 자리를 피하세요. 고검남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등백부님, 우리 장난은 그만 합시다!] 그와 같은 말에 등태평은 울화가 터질 노릇이었으며 당장 상대방을 갈기갈기 찢 어 놓았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고검남은 말이 끝나자 마자 손목을 약간 내리더니 힘을 살짝 쏟았다가 즉시 거두 면서 몸을 번쩍 날려 옆으로 다섯 자나 비켜 섰다. 등태평은 상대편의 힘이 갑자기 증강되는 것을 느끼고 온힘을 다해 앞으로 밀어 붙였다. 그런데 그 공격해 들어오던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눈앞이 번쩍하더니 고검남이 어느덧 몸을 날려 피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가 막 쏟아 낸 내공은 즉시 허공을 후려치게 되었고 상반신이 와락 앞으로 숙여 져 두 걸음 내 디뎠다. 등태평은 휘청거리다가 가까스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매냉설은 크게 기뻐했다. [검남, 그대는 정말 대단해요. 나는...] 고검남은 조금 전에 상대방과 두 주먹을 마주 대고 내공을 겨루었을 적에 어린애 들이 새끼줄을 허리에 두르고 줄다리기를 하는 놀이와 같다고 여겼었다. 그가 손을 떼어내자 매냉설과 주반자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서야 자기가 결코 상대방과 유희를 한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걸고 겨 루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 전의 광경을 생각하고 천지가에서 혈수천마가 네 명의 장문인들과 두 손을 맞댔던 광경을 떠올리자 깜짝 놀란 나머지 온몸에서 식은 땀이 났다. 그는 둥태평의 낭패한 모습을 보고는 빈정거리며 입을 열었다 [등...백부님, 정말 미안하군요. 나는 백부님이 나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그가 이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말을 하게 되자 등태평은 울화가 치밀어 거의 피를 토할 지경이 되었다. [제기랄! 개방귀같은 소리! 정말 울화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구나.] 매냉설은 등태평이 그와 같이 노한 것을 처음 보았다. 놀라 안색이 변했고 어떻 게 그를 위로해야 좋을지 몰랐다. 고검남 역시 등태평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에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다만 주반 자만이 얼굴 가죽이 두껍고 질긴데다가 사람을 욕하는데 습성이 들어 소리내어 웃 었다. [하! 하! 하! 노형, 그렇게 진노할 필요 없소. 그것은 당신이 천하의 호걸들을 얕 본 탓이오. 당신은 이 소인배가 누군지 아시오?] 등태평은 구렛나루에 땀방울이 맺힌 땀을 슬쩍 문지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누구란 말이오?] 주반자는 껄껄 웃었다. [하! 하! 하! 혈수천마 고명원 고대협의 공자이오.] 등태평은 탄성을 발하고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가?...] 그는 놀란 얼굴을 거두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 영존 대인이야말로 불초가 노주인 외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지. 이번에 소 저를 모시고 산을 내려오게 되었을 적에 고대협이 곤륜에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 었는데 나중에 들으니까 귀의 공손수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고 하던데, 정말 그 어 르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 고검남은 자기의 부친이 등태평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말에, 다시 곤륜에서 육대 문파의 포위 공격 속에 천지로 뛰어들었던 광경을 떠올리고 착잡한 감회를 느꼈 다. 그는 포권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선배님이 저의 가친에 대해 호의를 품고 계셨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배 는 박 궁주가 귀의 공손수 선생의 거처에서 가친에게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 었지요. 그래서 낙양으로 갈까 하는 중입니다. 가친이 살아 계신지 돌아가셨는지 이 후배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그 소식이 확실하기를 바랄 뿐이죠.] 등태평은 역시 포권했다. [공자의 말은 정말 감당할 수가 없네. 불초는 영존대인이 홀로 화산 위로 올라와 냉매산장의 노주인과 무공을 겨루던 광경을 목도한 바 있었는데, 그 당시 고대협 은 신위(神威)가 늠름하고 절세적인 영웅 호걸답게 노주인의 신검 아래서도 잇따 라 이백여 회나 겨루다가 한 수의 패배를 당한 것이었네. 지금도 그 당시의 광경 을 떠올리기면 고대협에 대해서 경탄해 마지않는 바일세. 당시 그는 비록 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천하에 명성을 떨쳤던 것이라네. 이제 오랜 세월이 흘러간 지금 그 어르신의 옛날 웅풍을 다시 공자에게서 보게 되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검남은 겸손의 말을 했다. [선배님께서는 과찬이십니다. 이 후배가 어찌 가친이 하신 일의 백분의 하나라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등태평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공자는 너무 겸손하시오. 지금의 나이로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루었으니 무림의 젊 은 세대에서 으뜸가는 고수라 할 수 있으니, 훗날 천하에 떨치는 명성은 영존을 능가하게 될 것이오.] 주정은 커다란 입을 벌리고 껄껄 웃었다. [하! 하! 하! 당신도 이번에는 진 것을 승복하는 모양이구려.] 등태평은 눈을 부릅뜨고 호통을 내 질렀다. [뚱보가 옆에서 웬 잔말인가! 혹시 노부의 육정개산이란 초식을 다시 한 번 시험 해 보고 싶은 것인가? 흥, 조금 전에 자네를 때려 죽이지 않은 것은 사정을 봐 준 거야.] 주반자는 빙그레 웃었다. [훗날 여가가 있으면 나는 반드시 노장(老丈)의 권공을 가르침 받도록 하겠소. 지 금은 노장도 쉬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구려.] 등태평은 주먹을 휘둘러 보였다. [이 죽일 놈의 뚱보같으니, 노부가 기운이 없어서 자네를을 때릴 수 없다고 생각 하는 모양인데 시험해 보겠나?] 주반자는 고개를 저었다. [허참! 나중에 내가 이 비곗살을모조리 긁어낸 후에 다시 한 번 겨루어 봅시다.] 그의 말을 듣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려 집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웃음소리가 멎을 즈음 등태평은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주방의 한 하인 녀석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도망쳤다는데 혹시 공자가 아니신가?] 고검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후배입니다. 만약 매소저가 구원해주지 않았더라면 불초는 이미 박립인에게 살해당했을 것입니다.] 등태평은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나는 노주인의 명을 받고 소저를 호송해서 화산에서 이곳으로 오는 도중 에 육대 문파에서 율령(律令)을 내려 공자를 추심하고 있고 녹림도에서도 농림전 (綠林箭)을 돌려 공자를 사로 잡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리고 가장 이 상한 것은 서장의 천룡사 라마들도 떼를 지어 중원으로 들어와 천룡영기(天龍令 旗)를 돌려, 그 누구든 공자를 상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황금 천 냥을 걸고 공자의 행방을 알려주는 사람에게 상을 내리겠다고 통보해 왔으니...]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불초는 그 당시 천하 무림 각파에서 고공자를 그토록 추격하고 있는데도 공자가 종적이 묘연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는데 원래 공자는 금루궁의 주방에 숨어 있었 군. 이거야말로 정말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오.] 고검남은 무림 각파에서 자기를 급히 찾아내려 하는 이유가 틀림없이 천영상인의 장진도가 자기의 수중에 있다는 소식이 강호에 퍼져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침을 흘리게 되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단주활불이 천룡사의 고수들을 모조리 중원으로 보내 천냥의 황금을 현상금 으로 내걸고 자기의 행방을 알려고 하는 것은단주활불이 충심으로 옛날 부친이 구원해 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장진도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등태평이 이와 같은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청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 깜짝 놀랐 다. 매냉설은 입을 한 번 쫑긋하더니 물었다. [등백부님, 그 소식을 어째서 백부님 혼자만 듣고 우리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 요?] 등태평은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 우리들은 모두 공자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저 이상하게 생각했을 뿐 소저에게 알릴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았소.] 주반자는 그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궁주가 고공자를 그토록 서둘러서 찾으려고 한 것은 아마도 천냥의 황금 때문인 가 보구려. 하지만...] 그는 의아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은 이상하지 않을까요? 소형제 자신에게 무슨 특수한 가치가 있어서 그토록 떼를 지어 소형제를 추격하는지 모르겠구려?] 등태평은 고검남을 바라보았다. [나는 고대협이 몇 달 전에 육대문파 장문인들과 곤륜산 꼭대기에서 크게 싸운 것 이, 백년 전의 무성(武聖) 천영상인의 장진도 때문이라고 들은 적이 있으며 나중 에 고대협의 실종으로 아마도 그들은 그 장진보도가 고공자의 몸에 있는 것이 아 닌가 여긴 까닭에...] 주반자는 탄성을 발했다. [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는 좀처럼 금루궁에서 나가지 않았지만 백년 전에 천영상인이 장진도를 남겼다 는 소문은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천하 흑백양도의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고검남을 추심하는 목적이 바로 그 장진도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경악해 마지않았다. 그는 물끄러미 고검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형제, 그 장진도는 정말 자네에게 있는가?] 고검남이 만약 넉달 전이었다면 솔직하게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리라. 그러나 온갖 우환을 겪고 난 그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부친이 홀로 곤륜산으로 올랐을 때 무당산 뒷동굴에서 현천도장이 넘겨준 천영보도를 자기에게 넘겨주고 은밀히 잘 보관하도록 당부했고 목숨을 걸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물론 이 장진도의 진귀함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날 부친이 자기에게 당부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주반자의 말을 듣고 그는 필부는 죄가 없으나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죄라는 속담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 자기의 처지를 알아차리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 몸에는 무슨 보도가 없지요...] 그는 주반자와 등태평이 얼굴에 의혹의 빛을 떠오르는 것을 보고 보충 설명을 가 했다. [무당의 뒷산에서 가친께서 한 장의 해묵은 양피지를 갈무리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쩌면 그 양피지가 바로 무슨 보도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위 에 어떤 기록이 있는지 본적이 없소.] 주반자는 물었다. [그렇다면 그 장진도는 여전히 영존의 몸에 있는가?] 고검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요. 그 당시 가친은 육대 문파의 장문인들에게 핍박을 당해 천 지로 뛰어들었소. 지금 그 어르신의 생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 그 어르 신의 몸에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소?] 등태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는 공자의 그 말을 믿네. 하지만 공자의 지금 처지가 매우 위험하네. 공자의 내공이 절세적이라 하지만 무공 수위와 대적 경험은 무림의 절정 고수와 비교할 때 너무나 동떨어지네. 공자는 적절한 장소를 찾아 몸을 숨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네.] 매냉설은 고검남이 자기의 신세를 털어놓던 사실을 들었기에 그의 내공이 심오하 기는 하나 무기(武技)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초조해져서 듯이 입을 열었다. [등백부님, 등백부님이 방법을 강구하셔야지요! 그를 우리 집으로 데려가면 안 될 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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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