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한 장 / 이장근
아버지 왼쪽 날갯죽지에는
직사각형 점이 있었다
꽤 크고 반듯하여
벽돌 같다는 생각을 한 게
내 나이 마흔 주위를 서성일 때였다
벽돌 한 장에 묶여 날지 못하는
아니 날았더라도
벽돌 한 장의 무게만큼 기울어
부메랑처럼 집으로 돌아왔을 거라는
엉뚱한 추측을 확신하게 되었을 때
나는 아버지라는 의미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벽돌 한 장으로 집을 짓는 사람
비록 허허벌판이더라도
돌아갈 곳을 잊지 않는 사람
집은 건축이 아니라
좌표라는 것
아버지가 화장을 고집했던 이유도 벽돌 때문이었다
벽돌 한 장 굽는 일로
아버지라는 직함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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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읽은詩
벽돌 한 장 / 이장근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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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4 09:2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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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집은 건축이 아니라 좌표라는 것................
집은 건축도 아니고
좌표도 아니고
돈이죠
귀소본능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들
공기와 물같이 흔하지만 귀한 것들
아버지에 대한 추억같이 살 수 없는 것들
이런 것들의 보복이 시작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