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혁명은 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분필가루가 날리던 칠
판은 터치 한 번으로 지도가 펼쳐지는 전자칠판으로, 출석부와 교과서
를 올려놓던 교탁은 컴퓨터와 터치 모니터, 마우스 등의 컴퓨터 세트가
장착된 전자교탁으로 바뀌고 있다.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는 국내 전자칠판 분야의 선두주자로, 세계시
장에서도 앞서나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회사를 창업한 지
11년 만에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전자유도 방식을 이용한 디지타이저’ 기
술은 2007년 정보통신부의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자칠판은 물론 전자교탁, 판서용 교육기자재, 터치 가능한 영상정보
디스플레이 장치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터와 스크린에 의존하는 기존 전자칠판 시장이 풀HD 영상
구현이 가능한 LCD형 전자칠판 시장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아하정보통
신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기존 ‘구형’ 전자칠판 시장에서는 캐
나다의 스마트테크놀로지 사 등이 막강한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LCD형
시장에서는 아하정보통신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LCD 생산기반 활용 장점
아하정보통신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구 대표가 보유한 원천기술 덕분이다. “이쪽 분야에서 반드
시 필요한 터치센서 테크놀로지 기술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구 대표
는 간략히 말한다. 구 대표는 2006년 디지타이저 기술을 개발한 데 이
어 2009년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광학 방식 터치 기술을 개발해 특허
를 받았다.
우리나라가 LCD 강국이라는 점도 아하정보통신의 고속 성장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LCD 기업이 모두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전자칠판 패널은 70인치, 82인치 2가지인데 오로지 우리나
라에서만 생산합니다.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딜리버리(운송)는 물론 가
격에서도 유리한 셈이지요.” 구기도 대표가 수출을 시작한 것은 2009년
이다. 그 이전에는 내수에만 집중했던 구 대표는 수출로 눈을 돌린 이후
1년에 20회 이상의 세계 각국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해외시장을 본격 공
략했다.
경험이 없었던 첫해에는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독일의 세빗(IT전시회) 등 대규모 전시회에 주로 참가했지만 생각만큼의 재
미를 못 봤다. 그는 일반적인 전자전시회가 아닌 전문적인 교육전시회
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영국의 BETT(국제교육기술박람회) 등
을 통해 수출 길을 모색해 나갔다. 현재 아하정보통신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을 개척한 것도 두바이에서 개최된 교육전
시회를 통해서였다. “2008년 사우디 최고의 대학인 킹사우드 대학 강의
실에 전자교탁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거의 전 대학의 전 강의
실에 저희 제품이 깔려 있습니다. 사우디에서는 저희 브랜드인 마에스
트로(Maestro)가 전자교탁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일 정도입니다. 휴
지 대신 크리넥스가 통용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카자흐스탄 현지공장 8월 가동
몇 년간 해외 전시회를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다 보니 해외 전시회 참가
요령도 생겼다. 구 대표는 전시회 참가 노하우를 살짝 귀띔해 주겠다고
했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한 번 나갈 때마다 몇 천만 원이 들지
않습니까. 이처럼 많은 돈을 들여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효과가 별
로 없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영국 BETT 박람회에 가보고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한 직원들이 자사의 전시장을 찾아온 고객
들에게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던 것. 구 대표는 즉시 회사 소개 카탈로
그 수십 장을 챙겨 전시회 부스 담당자를 찾아다녔다.
“저희 제품은 엔드 유저(최종 사용자)가 고객이 아니라 부스에 참가한 기
업들이 바로 고객입니다. 그러니 다른 부스의 대표나 매니저를 만나 설
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이지요. 이 방식을 통해 중동과 유럽
대부분의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처음 저희가 그랬듯이 무
작정 해외 전시회에 나갔다가 별 소득 없이 돌아오고 있는데 거기에 서
있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수출이) 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 시장 진출은 경기도 기업 UT 프로그램의 덕이 컸다. 우수한 기술
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 프로그램인 UT를 통해 미국 전자칠판
대기업인 클라리지 사와 연결됐다. 지난해 10월 5년간 2,000만 달러어
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지난 1월에는 1차분 20만 달러어치를 실
어 보냈다. 아하정보통신이 LCD형 전자칠판, 전자교탁 등을 수출하는
국가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 달한다. 중동과 러시아 등에 대한 시장 공
략을 강화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카르칸다 주에 짓고 있는 공장이 오는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면 아하정보통신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고 카자흐스탄으로서
는 고용 창출이 가능해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 대표는 “현
재 카자흐스탄에서 파견된 연수생 4명이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본사에
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이사
1963년 충남 서천 출생
1989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1995년~ 아하정보통신 대표이사
2009년 해외정부조달협회 회장
한국교육정보진흥협회 부회장
사이버컴퓨터보드 협의회 회장
2012년 한국제품안전협회 이사 }
올해 수출은 지난해의 2배 예상
구 대표의 집무실 한쪽 벽면에 걸린 세계지도에는 수많은 빨간색 깃발이
표시돼 있다. 아하정보통신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지도를 가리키며) 보시는 것처럼 중남미 쪽에는 아직까지 저희 깃발이
없습니다. 올해 중점 진출 국가를 브라질로 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브
라질은 관세장벽이 높은 만큼 대기업과 공동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
고 있습니다. 아프리까 쪽은 이미 알제리에서 대단위 프로젝트를 의뢰
받았습니다.” 향후 수출 전망도 장밋빛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350억 원
가운데 수출 비중이 43% 정도였지만 올해는 매출 550억 원, 수출 300억
원으로 수출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와 사업 분야가 유사한 기업이 국내에만 70여 개사나 됩니다. 하
지만 기술력과 생산시설 모두를 가진 업체는 별로 없습니다”라고 구 대
표는 강조한다. 특히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기술력과 생산시설은
물론 인내와 노력, 자금이 모두 필요한 만큼 아무나 쉽게 나설 수 없다
는 지적이다.
“전자칠판 분야는 대기업이 범용 제품으로 대량 생산하기에는 곤란한 여
러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일정 부분 맞춤식 제작이 필요한 거죠. 또 품
질이 뛰어나고 중국 시장에서도 팔릴 만큼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현재로서는 어떤 대기업이 진입한다고 해도 저희가 우위를 차지할 자신
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