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감이 느껴지는 후지에다에서 청명한 기운이 감도는 시즈오카로(후지에다 – 시즈오카 38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6
5월 15일(월), 아침까지 비 내리다가 오전에 그친다. 오전 7시 20분, 출발장소인 후지에다 역으로 향하였다. 역에 도착하니 시청관계자들과 당일참가자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오전 7시 45분에 출발의식, 후지에다 시의 부시장을 대리하여 가쯔야마 과장이 메시지를 전한다. ‘한일우정워크 참가자들의 후지야마 방문을 환영한다. 한일우정워크는 양국에 긴요한 가교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후지에다는 녹차의 맛이 좋는 고장, 가시다가 녹차 맛도 보시고 후지에다의 여러 면모를 잘 살피시기 바란다. 도쿄까지 안전하게 완보하기를 빈다.’
김태호 정사의 인사, ‘4월 1일 서울을 출발하여 오늘 45일째 걷기에 나선다. 후지에다는 조선통신사와 인인이 깊고 물산도 풍부하여 친근감이 느껴지는 고장이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걷기 힘들었는데 저녁에 이곳의 하라다 선생께서 극진한 대접을 해주어 원기를 회복하였다. 그 기운을 받아 시즈오카까지 힘차게 걷겠다.’
후지에다 역을 출발하여 걷는 모습
오전 8시 10분 경 후지에다 역을 출발하여 30여분 걸으니 이전에 묵었던 여관을 지난다. 그때의 출발지는 여관 앞의 광장, 이 지역을 처음 걷는다는 마쓰이 씨에게 그런 정황을 설명해주기도. 열심히 걸어 시 외곽의 오카베숙(岡部宿)에 이르니 10시 반, 늘 이곳에서 반기는 주민들이 ‘어서 오십시오. 오카베숙소에’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일행을 맞는다. 향이 좋은 오차를 대접하고 전통무예도 시범하는 등 각별한 친절에 감사.
오카베숙을 떠나기 전에 기념촬영
기념촬영 후 오카베숙을 출발하여 조선통신사 일행들이 힘들었다고 술회한 우쓰노야 큰 고개로 향한다.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 터널로 연결되는 막바지까지 한숨에 올라오니 어느덧 시즈오카 시계에 접어든다. 고개 넘어 고풍이 그윽한 주택들을 거쳐 11시 40분경에 이른 곳은 시즈오카 시 미츠노 역 우스노야 고개의 휴게소, 주변 경관이 좋은 곳에서 각기 준비한 점심을 들었다.
12시 20분에 오후 걷기, 두 시간여 걸어 시즈오카 중심부에 접어드니 멀리서 풍물소리가 들린다. 올 때마다 시내에 접어드는 큰 다리에서 일행을 맞아주는 풍물패, 첫 입성 때의 감격보다는 덜 하지만 가슴이 뭉클하다. 풍물패의 선도로 시내의 요소에 이르니 윤헌조 시즈오카 민단 단장을 비롯한 교민들이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박수로 환영하며 반가이 맞아준다.
시즈오카 민단의 환영 장면
아직도 목적지까지는 절반거리, 교민들이 준비한 수박으로 목을 축이고 갈 길을 서두른다. 30여분 걸으니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시즈오카 메인스트리트를 지나 시청에 이른다. 청사 앞에서 간단한 환영행사, 시청의 다나카 관광문화과장이 환영인사를 한다. ‘4월 1일에 서울 – 도쿄 긴 여정을 출발하여 시즈오카에 이르기까지의 힘든 걸음에 경의를 표한다. 남은 길에 이곳의 명산 후지산도 조망하면서 도쿄까지 안전하게 가시기 바란다. 시즈오카는 세이켄지(淸見寺) 등 조선통신사 관련 문화유적들이 많고 조선을 예의로 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김태호 정사의 인사, ‘어제와 그제 불순한 일기로 힘든 여정이었는데 오늘 시즈오카에 들어서니 산천에 맑은 기운이 가득하여 심신이 가뿐하게 느껴진다. 후지산의 웅장한 기상과 시즈오카의 청명한 기운에 힘입어 도쿄까지 힘차게 걷겠다.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리며 시즈오카의 발전을 기원한다.’
시즈오카 시청에서 잠시 휴식
오후 3시 20분에 시청을 출발하여 최종목적지 시미즈(淸水)로 향하였다. 한 시간 넘게 열심히 걸어 이른 곳은 외곽에 있는 구사나기종합운동장, 늘 그곳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막바지에 피치를 올려 시미즈 역에 도착하니 저녁 6시 20분, 38km를 힘들게 걸었다. 숙소는 시즈오카 중심지, 6시 40분 발 전철을 이용하여 숙소에 이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숙소의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느긋한 저녁식사를 마치니 저녁 8시 반, 장거리 강행군의 피로를 풀며 숙면을 취하자. 다행히 내일은 이번 여정의 마지막 문화탐방일이다.
힘든 고개의 끝에 있는 터널을 빠져나와서
* 후지에다는 안타까운 추억이 서린 곳이다. 10년 전 4차 걷기로 처음 찾았을 때 이곳 비단벌레애호회에서 피켓을 들고 환영해주었다. 몇 달 후 시즈오카에 사는 나카니시 하루요 씨가 비단벌레애호회원(시바다 토모애 씨)이 찍은 사진과 함께 그의 편지를 보내왔다. 비단벌레 표본도 전해주라 하였는데 국제우편으로 이를 송부하기 곤란하다며 후일 한국방문 때에 가져오겠다는 사연과 함께. 이에 감사하는 뜻을 시바다 씨에게 우편으로 전하였고 비단벌레 표본도 전달받았다. 4년 후 6차 걷기로 후지에다 방문에 즈음하여 시바다 씨와의 재회를 기대하였는데 비단벌레애호회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통역을 맡은 이에게 사연을 말한 후 비단벌레애호회를 통하여 시바다 씨에게 전하라며 간단한 선물을 남겨두었다. 예기치 않은 상황, 시바다 씨가 별세하였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였다. 오늘 후지에다 출발 인사 때 그런 사연을 소개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공적인 자리라 생략하였는데 걷는 중에 눈시울이 글썽, 하늘에서 그 정황을 알았을까. 특이한 인연의 시바다 토모애 씨여, 영원한 평화를 누리시라.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