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사랑한 남자

[그리움]

                  커피가 사랑한 남자

                                                                                                                      최 화 웅

     10여 년 전. 첫 투병을 시작할 때 장전동 대학촌에 살았다. 그 때는 ‘봄’ 카페와 제이 스퀘어(J. Square)에서 강좌를 듣고 인문학 강의를 하며 Bean Shop ‘커피가 사랑한 남자’를 드나들었다. 덕분에 바리스타 교육를 받으면서 질 좋은 커피를 마셨다. 젊은 날부터 원두를 갈고 커피를 드립하는 일을 즐겼지만 커피를 제대로 더 알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김성윤의『커피 이야기』를 읽고 짬짬이 커피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멋진 청년사업가 정범수를 만났다. 그는 원두가게 매장과 원두를 볶는 로스팅 공장 ‘커피를 사랑한 남자‘를 차려 독일에서 로스팅 기계, 프로밧(Probat)을 도입했다. 그는 일 년에 한두 번 아프리카로 나가서 농장을 둘러보고 원두를 사들였다. 그의 생각과 삶은 돈만 버는 장사꾼이 아니라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믿음직하고 건실한 스타트업 사업가다. 사람들은 '비싼 돈 주고 왜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야 하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지 경영에서 대량 재배한 커피를 헐값에 독점하는 무역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어린 아이들과 현지 빈농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폭리를 취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교육받을 기회마저 빼앗기고 올바른 삶을 박탈당했다. 스타벅스도 세계 최고 품질의 커피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원두를 1kg 당 1달러에 불과한 헐값으로 독점 구매하는 행패를 저지르다가 공정무역 단체인 옥스팜의 고발로 그 전모가 드러났다.

     우리 사회도 제대로 비용을 지불하는 관계와 지역사회 발전을 꾀하려는 공정무역의 커피를 마시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카푸치노(cappuccino)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처음 만들어 마셨고 지금의 우유거품 형태로 완성된 곳은 이탈리아다. 카푸치노의 어원은 후드(Hood)란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cappucio’에서 비롯하였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거품을 얹은 커피 메뉴의 하나다. 에스프레소 위에 올리는 하얀 우유 거품이 프란치스코의 카푸친 수도사들의 망토에 달린 끝이 뾰족한 모양의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카푸치노는 17세기 프란치스코회 수도회 카푸친 분파 소속 마르코 다비아노 수사로부터 나왔다. 수도사들은 갈색 옷에 모자를 쓰고 진한 에스프레소가 사제복 색깔과 비슷해질 때까지 우유를 부어가며 원하는 커피를 만들었다. 나는 피로할 때면 다미타스 잔에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고 평소에는 묽은 아메리카노를 숭늉처럼 들이킨다. 여름이면 바닐라나 쵸코렛 아이스크림 볼 위에 뜨거운 에스프레스를 끼얹은 아보카토를 즐기고 아내는 부드러운 카페라떼를 즐겨 마신다.

     오래 전에 '윌파' 전동 밀이 고장을 일으켰다. 고장난 전동 밀을 ‘커피가 사랑한 남자‘에 맡기고 싶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커피가 사랑한 남자‘까지 찾아가서 A/S를 맡기려면 지하철 1, 2, 3호선을 갈아타고 가야 하는 먼 거리다. 차일피일 하다 이삼년이 지났다. 며칠 전에는 커피가 떨어졌다. 아침을 끝낸 뒤 아내에게 “오늘은 장전동 '커피를 사랑한 남자'를 찾아가자.”고 했다. 대학촌은 정든 거리로 그대로 였다. 고장 난 전동 밀을 맡기고 질 좋은 원두커피도 샀다. 매대 위에는 갓 볶은 원두를 담은 봉투 곁에 검은 박스에 든 새로운 커피가 있었다. 에티오피아 Bench-Maji 지역에서 수확한 ’Gesha 1931‘이었다. 게이샤 커피는 2004년 그 유명한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고향을 찾던 Adam Overton과 Rachal Samuel이 에티오피아의 서쪽 수단 국경 Gori Gesha 숲에서 파나마 게이샤의 경작지와 강수량, 고도가 비슷한 곳을 발견하고 2011년 개발한 Gesha Village에서 나온 원두다. 벤치 마지 지역에는 8곳의 게이샤 커피 농장이 개간되고 자연 가공방식으로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그곳에서 2017년부터 경매한 ’게이샤 1931‘커피는 모양, 크기, 맛이 파나마 게이샤와 흡사한 품종으로 평가받아 현지 낙찰가가 kg당 26만원을 호가한다.

     쾌적한 매장에서 드립한 게이샤 커피를 시음할 수 있었다. 지난날 사향고양이를 통해 생산한 루악 커피를 처음 마실 때의 감동을 느꼈다. 과일향이 은은하게 벤 맛과 볼륨에 혀가 동했다. 200g 한 봉지에 36,000원으로 일반 원두의 4배 값을 치르고 샀다. 짙은 향, 마실수록 감미로운 쓴맛, 각성 효과, 마음의 평화를 선사하는 커피는 인류에 영향을 미쳐온 기호품이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인간 두뇌의 능력과 활동을 경이적으로 확장시킨다. 독일계 유대인 역사학자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은 그의 저서『커피의 역사』에서 커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가 발견되기 이전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나 가능했던 뛰어난 업적을 이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한 잔의 커피는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격찬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주인공은 양치기 목동 Kaldi다. 2,700여 년 전 어느 날. 당시 아비시니아라고 불리는 에티오피아 남서쪽 카파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양을 치던 칼디는 자신이 돌보는 양들이 잠들지 않고 춤추듯 날뛰는 모습을 목격한 칼디는 양들이 숲 속의 작은 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를 따먹으면 흥분하여 기운이 솟구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칼디는 자신이 직접 열매를 따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온몸에 힘이 넘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게 아닌가. 그것이 바로 커피 열매였다. 혹자는 커피를 이 시대의 성수(聖水)라고 일컫는 말에 수긍이 갔다.

[마음지기]

커피에 대한 지식을 알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저도 하루에 석잔의 커피를 즐기는 커피를 사랑하는 남자랍니다...^^*

[그리움]

별말씀을요.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구요.
감사합니다.^^*

[명금당]

커피를 좀 더 알고 즐기게 해 주신 국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음의 영성 카페 가족 여러분 오늘 하루도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으로 시작하시면 어떨까요.
비록 습도가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이지만요.^^

[그리움]

감사합니다.
거리에는 커피숍이 너무 많죠?

[율리]

커피 맛은 즐기는데, 뒷 감당이 어려워서 제대로 못 마시고 있습니다.
저도 카페라떼를 선호하구요...글을 통해 커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움]

커피도 알고 마시면 참 좋은 기호품이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