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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는 자본주의와 계급투쟁 전망
들어가며
경제 위기, 팬데믹,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살은 자본주의가 향하는 길이 인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리 보여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가자 지구에서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프롤레타리아트에 폭탄과 총알의 홍수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 관계에서 부르주아지는 전쟁과 정복 정책을 대표하는데, 현 단계에서는 관세와 경제 전쟁 체제를 대표하는 반면, 프롤레타리아트는 보편적 평화 정책을 대표한다.” (로자 룩셈부르크, 「민족 문제와 자율성」, 1909년)
계급 분열 사회의 결과이자 부르주아지가 발명한 최악의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라는 독(毒)이 양측의 노동계급에 퍼져 서로 공격하고 죽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양측의 지배계급은 위기를 모면하거나 선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성급한 결정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노동계급을 징집해 ‘조국’의 이름으로 같은 노동자를 죽이도록 내몰면서, 한편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대외 조약을 체결하고, 내적으로는 전쟁경제와 착취 체제 유지를 위한 폭력적 정책을 집행한다. 이에 맞서 노동계급이 벌이는 전쟁 반대 시위나 경제적 파업은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즉시 진압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모든 전쟁은 더 큰 폭력의 전조이며 자본주의가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 다시 학살이 벌어진 것은 수많은 분쟁 지역 중 하나가 터졌을 뿐이며, 또 다른 분쟁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전쟁은 자본주의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결과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노동계급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적 투쟁, 즉 제국주의적 쟁탈전으로 이어진다. 기존 자본에 비해 잉여가치의 양이 감소할수록 이 쟁탈전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쟁은 지난 120년 동안 거의 끊임없이 이어졌다. 1914~1918년과 1939~1945년에는 '세계대전'이라고 불리는 제국주의 대학살 전쟁이 있었고, 그 후로도 전쟁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끊임없이 일어났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55개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고, 전쟁의 평균 지속 기간도 이전보다 약 1/3이 길어진 8~11년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기준으로 분쟁에 노출된 인구수가 20억 명에 달하고 1억 80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다.1) 유엔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11개의 위기를 지적했다.2) 미얀마, 아이티, 콩고민주공화국, 아프리카의 뿔, 사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시리아, 예멘, 남수단, 나이지리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이라크, 중국, 인도, 대만 및 중국해와같이 더 심각한 다른 지역도 추가해야 한다. 이 중 여러 곳에서 국경 분쟁, 인종 청소, 공동체 간의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은 앞서 말했듯이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경제 위기와 잉여가치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시작되며,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프롤레타리아트이다.
1. 자본주의 위기
1960년대와 70년대 자본주의는 전 세계에서 강력한 계급투쟁의 물결을 경험했다. 노동자들의 저항이 확산하면서 부르주아지의 운신 폭이 좁아지자, 모든 곳에서 경제와 산업의 합리화와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레이거노믹스와 대처주의의 형태로 노동계급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 이후, 자본주의 국가들은 임금이 아주 낮은 국가로 기업을 이전했다. 한동안 이 정책은 세계화 발전의 하나로 이윤율 하락에 맞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생산과 축적의 순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체제를 구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를 통해 자본주의에 모르핀을 투여했다. 이 정책은 다시 한번 한계가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 거품을 걷어내야 했다. 처음에는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통해 부채 상환에 도움을 주려고 했으나 인플레이션 정책은 통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2022년 말부터 신용 긴축 정책이 시행되었고,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체제에 산소를 공급하여 경제가 회복될 수 있게 해주던 제로 금리는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신용 긴축 정책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신용 경색은 여러 국가(중국, 미국, 영국, 그리고 곧 프랑스)에서 파산과 부동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3)
오늘날 자본주의는 역사상 가장 긴 불황의 한가운데에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사회, 환경, 건강까지 모든 영역에서 엄청나게 복잡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심화하는 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은 새로운 축적의 순환이지만, 쇠퇴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50년 넘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실패했다. 오직 전쟁만이 살아 있는 자본과 죽은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이 새로운 순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이제 그 지점에 도달했다. 게다가 자본주의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기후 위기와 생태파괴 등 다른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와 원자재 부족에 직면하여 일반화된 전쟁을 향한 길이 열리고 있다.
2.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는 길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 뒤에는 역사적으로 에너지(가스, 석유)와 전략적 해상 항로를 공급해 온 중동 지역에서의 더 큰 전쟁이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중재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 유럽 지역 사이의 상품 이동을 가속하기 위해 항구와 철도를 건설하고 개선하는 외교 협정체결 협상을 시작했다. 이 협정은 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합하여 군사적으로 더 가까워지고, 이는 미국의 오랜 적(敵) 이란과 다른 자본주의 국가(레바논, 시리아 등)에 대한 위협을 의미한다. 결국, 하마스의 공격으로 합의가 좌절되고 무기한 연기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 세계에서 권위와 영향력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잠시 물러났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끔찍한 보복은 중동을 불안정과 전쟁의 시대로 몰아넣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계속 파괴하고 주민들을 학살한다면 서안 지구에도 불이 붙고 헤즈볼라가 참전하고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역 전체에 혼란이 확산하면 미국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실크로드가 이 지역을 통과하는 중국의 글로벌 야망에도 타격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이 도를 넘자 UN을 비롯하여 많은 국가에서 공격 ‘완화’ 또는 ‘중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는 진정한 ‘평화’와는 관련이 없다. 러시아는 이미 20개월 전 우크라이나를 맹렬하게 공격했고, 1999년에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체첸에서 민간인 30만 명을 학살한 전력이 있는데도 이 전쟁에서는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더 큰 화염으로 위구르족을 말살하고 대만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동맹국들은 예멘 인구의 학살을 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공세는 반대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을 몰살시키는 꿈을 꾸면서도 가자지구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오늘날 이스라엘과 같은 주장과 방법으로 전쟁을 벌였다. 이렇게 부르주아 국가 대부분은 전범이다. 크든 작든, 강하든 약하든, 호전적이든 온건하든, 그들 모두는 실제로 세계 무대에서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모두 노동계급을 총알받이로 여긴다.
‘평화’를 위한 부르주아 국가의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목소리는 그들의 해결책,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두 개의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믿게 만든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하마스, 파타는 이 국가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다. 다른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국가도 노동자를 착취하고, 대중을 억압하고, 전쟁에 나설 것이다. 지구상에는 이미 195개의 ‘독립 및 자치’ 국가가 존재하며, 이들은 모두 합쳐서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을 ’국방‘에 지출한다. 그리고 이 예산은 내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고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터키-쿠르드족, 중국- 대만, 세르비아-코소보/알바니아 간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주요 제국주의 열강은 군사 전략과 경제 자원을 위한 전 세계에 대한 영향력 행사하기 위해 작은 국가들을 택하고 있다. 그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원자재는 분쟁의 핵심인데, 원자재(밀, 희토류 등)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세계 지배를 위한 제국주의 패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자재가 풍부한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을 통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원자재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해양과 극지방 근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연이은 군사 쿠데타는 '후원자'에 의해 부를 착취당하는 최약소 국가들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사헬(Sahel)의 거의 전 지역이 군사 정권의 통제하에 있으며, 이들은 러시아 정부의 장려로 반(反)에코와스(ECOWAS) 블록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그너 그룹을 통해 이 지역에 군사적 거점을 구축한 러시아는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최빈국 6개국에 5만 톤의 무상 곡물과 230억 달러 규모의 부채 탕감을 약속하며 아프리카를 견인하려는 공세를 크게 강화했다. 프랑스와 미국이 니제르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고,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은 프랑스 원자력 발전소에 우라늄의 20%를 공급하기 때문에 서방이 싸움 없이 지역 재편을 허용할 것 같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 강대국 간의 동맹을 재건하고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제재 대상국'의 반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수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많이 공격했다. 아직 제국주의 블록의 재건은 윤곽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요 구성 요소를 볼 수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데 성공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4) 중국을 둘러싼 다른 블록은 아직 확실하게 통합되지 않았으며, 현재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공고히 하고,5) 서방 블록에 맞서 자국의 이익을 방어하려고 한다. 브릭스(BRICs) 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를 포함하도록 성장했다. 이로써 브릭스 회원국은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늘어난다. 중국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자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유일한 공통점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와는 별개의 또 다른 국제 질서를 제안하려는 야망이다.
또 다른 징후는 무역 전쟁이 계속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에 따르면 2022년에 3,000개의 새로운 무역 및 관세 장벽이 세워졌으며(2019년의 3배), 이는 전 세계 GDP의 7% 감소를 의미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기술을 약화하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여름 미국은 2024년까지 미국 투자자들이 AI, 양자 컴퓨팅, 심지어 반도체 등 특정 분야의 주요 부문에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 명령을 공포했다. 프랑스는 중국 전기 자동차의 유럽 시장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EU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남중국해에서는 분쟁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미국과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점점 더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양국은 본토의 침공에 대비해 대규모 훈련과 전쟁게임을 실시했다. 나토가 즉각적인 살상 책임을 현지인에게 떠넘길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군이 처음부터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며, 그 결과 전 세계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위기와 이윤 추구 경쟁으로 인해 제국주의 대립과 전 세계적인 분쟁이 확대되는 것은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는 징후 중의 하나이다. 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볼 뿐인데도, 자본주의는 매일 전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전쟁이 순수한 광기나 어리석은 정치인, 군부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 즉 자본 가치의 대규모 평가 절하와 파괴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수십 년에 걸친 자본주의의 경제 위기에서 중요한 걸음을 내디딘 시기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적대적인 국가들이 자국 자본의 특정 이익을 지키기 위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 체제가 유지되는 한, 지배계급 사이의 게임에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세계 프롤레타리아트는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3. 전쟁과 노동계급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부르주아지는 위험을 관리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제국주의 세력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무기와 탄약을 다시 개발해야 한다.6) 그들은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착취율을 높이면서 전쟁을 향한 길로 계속 나아간다. 이를 위해 소부르주아와 중산층을 프롤레타리아화하면서 공격한다. 자본은 이들 계층이 누렸던 '이윤'을 빼앗아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로 고용함으로써 국가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 축적된 돈을 다시 한번 빼낼 수 있다. 이렇게 부르주아지는 전쟁경제 강화를 위해 노동계급을 더 폭력적이면서도 세밀하게 공격한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반격과 생활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노동자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반발하는 세력이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대응은 전쟁보다는 경제 상황(임금 미지급)에 대한 반발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세 번째 방사능 영향 구역을 폐지하고 체르노빌 참사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특히 우대 연금, 학교 어린이 무료 급식 및 기타 수당)을 폐지하려고 한다. 지난 7월 4일, 주민들은 지토미르(Zhytomyr) 지역의 오브루흐(Ovruch)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우라늄 광석을 추출하는 키로보그라드(Kirovograd) 지역의 노보코스티얀티니브스카( Novokostyantynivska)광산에서도 파업이 발생했다. 이 광산은 유럽에서 가장 큰 우라늄 채굴 센터이다. 7월 17일부터 광산 노동자들은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 광산에는 약 65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200명이 군대에 동원되어 있다. 7월 15일에는 여러 공립병원의 의료진이 크리비리(Kryvyi Rih) 시의회에서 ‘우리의 임금!’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최전선에서는 6월 25일, 바흐무트에서 31 돌격 여단의 두 대대가 전투를 거부했다. 형법 336조에 따른 동원 회피에 대한 유죄 판결 건수는 연초보다는 덜하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탈주자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에서도 비슷하다. 작년에 우크라이나에서 전투를 거부 한 약 300명의 러시아 징집병이 루한스크(Luhansk)주 자이체보(Zaitsevo)의 지하실에 구금되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위협을 받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돼지’라고 불렸으며, 화장실에 갈 수도 씻을 수 없었으며,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5월 17일에는 울리야노프스크(Ulyanovsk)에 있는 UAZ 자동차 공장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가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는 정보가 유출되었다. 가장 격렬한 대립은 5월 24일, 최전선 근처에서 벌어졌다. 전직 수감자 39명이 리시찬스크(이른바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에 있는 '스톰Z' 훈련 캠프에서 탈옥했다. 로스토프(Rostov) 지역의 법 집행 기관은 탈주자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수배 통지를 받았다. 5월 27일에는 도네츠크(Donetsk) 지역의 솔레다르(Soledar) 인근 러시아 군부대에서 7명의 무장 탈영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참모총장의 3월 22일 자, 작전 요약에 따르면 해병대 155여단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약 220명의 군인이 전쟁 작전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파업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두 나라에서는 탈영뿐 아니라 임금을 둘러싼 더 많은 사회적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이것은 전쟁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전쟁 경제 강화로 인한 긴축과 제한에 맞서 싸워야 하는 계급투쟁의 새로운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지배계급이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계급전쟁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과 전쟁이 격화될수록 노동계급은 ‘전쟁을 계급전쟁으로 전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계급투쟁의 전망
지난 50년 동안 노동자 투쟁이 쇠퇴한 이후, 노동계급의 힘은 약화하고 분열되고 전투력을 잃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아직은 노동조합의 틀과 부르주아지의 통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불만은 그러한 투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불만이 커지는 만큼 투쟁의 잠재력도 증대된다.
1년 전 영국에서 ‘분노의 여름’이라는 투쟁이 일어났다. 영국 노동자들은 ‘이제, 그만!’을 외치며 30년 이상의 침체와 체념을 딛고 다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 외침은 국경을 넘어 들려왔다.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도 분노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한국, 호주에서도 여름부터 파업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작년 가을, 고용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개혁안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 교통, 교육, 보건 부문을 하나로 모아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에서는 임금 문제를 둘러싼 시위가 다시 시작되었다. 스페인에서도 사립 교육 부문 파업, 공교육 부문 파업, 바스크 공공 부문 전체 파업, 연금 수급자들의 시위 등 분노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러한 투쟁에 직면하여 스페인 언론은 ‘또 다른 뜨거운 가을’을 예상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도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봄 철도 노동자와 공항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도이치반(Deutsche Bahn)에서는 무기한 파업이 계획되었고, 그 결과 월 410유로의 급여 인상 합의가 이루어졌다.
중국도 공장에서의 시위와 파업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분기 동안 2022년 마지막 분기보다 10배, 2022년 전체 기간보다 2배 많은 108건의 시위운동이 있었다.7) 이러한 시위는 주로 전자제품, 의류, 장난감, 자동차 등 수출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시리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의 격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생계비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로 재개되었다. 7월에는 케냐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미국 노동자들이 투쟁의 물결을 확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파업의 물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모든 파업을 통해 미국 프롤레타리아트는 민간 부문 노동자들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는데, 민간 기업 노동자들은 실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착취 조건에 직면한 노동자들은 싸울 수밖에 없다. 미래는 모든 부문에서 함께 단결하여 싸우는 전투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투쟁들은 세계 노동계급의 불만이 높아지고 전투력을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의 계급투쟁은 연대는 확실히 커졌지만, 투쟁이 서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큰 약점도 드러냈다. 파업이 동시에 일어나고, 때로는 거리에 함께 모여 있을 수도 있지만, 노동자들은 실제로 함께 싸우고 있지 않다. 노동자들은 단결하지 않았고, 하나의 투쟁에서 하나의 사회적 힘으로 조직되지도 않았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생활수준 하락에 맞선 투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노동조합 주도의 투쟁과 노동자 스스로 조직하고 통제하는 투쟁은 극명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업의 물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빅3' 자동차 공장에서 파업이 시작되었을 때, 파업은 '지정된' 세 개의 공장으로 제한되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제하고 분열시키는 것은 바로 노동조합이었다. 이 세 공장을 ‘지정’한 것은 미국의 주요 노조 중 하나인 전미자동차노조(UAW)였다. 의도적으로 파업을 노조 인력의 10%로 제한하면서, 파업에 대한 열망을 ‘강력한 단결과 대규모로!’라는 거짓 외침으로 잠재우려고 한 것은 UAW이다. 맥 트럭(볼보 트럭) 노동자들이 투쟁에서 '빅3'에 합류하려고 했을 때, 파업 종료를 위한 합의서에 서둘러 서명한 것도 노동조합이었다.
노동조합은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대응을 흩트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수백만 명이 거리에 모이는 시위에서 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이 함께 행진하는 것이 아니라 행렬을 나누어 기업별로 행진하게 만들어, 노동자들이 어떤 모임이나 토론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나이지리아의 양대 노조는 정부가 공무원 급여 인상과 최저 임금의 소폭 인상, 경유 인하, 가스 버스 구매를 통해 이미 비싼 대중교통을 더 저렴하게 만들 것이라고 발표한 후, 예정되었던 무기한 총파업을 취소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급격한 인플레이션(25%)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조치로 노동자들을 급격하게 빈곤하게 만들고, 급여에서 대량 소득을 회사, 특히 석유 산업의 이윤으로 이전하는 긴장된 상황을 정부에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호주, 나이지리아, 한국 그리고 다른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이러한 조직적인 분열을 막고 진정으로 단결하려면, 노동조합의 지침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확산하고, 노동자 스스로 투쟁을 통제해야 한다.
노동계급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일부는 새롭게 깨어나고 있다. 몇 달 전 프랑스에서 열린 시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부하고 전쟁경제라는 명목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거부하는 구호가 나왔다. "전쟁에 쓸 돈도, 무기에 쓸 돈도, 임금에 쓸 돈도, 연금에 쓸 돈도 없다." 그리스에서는 9월 21일 노동 개혁에 반대하는 행동의 날, 시위대가 이번 공격과 올여름 그리스를 황폐화한 '자연적' 재난을 연계했다. 그들은 아직 소수이지만, 생활수준 하락에 맞서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미래에 대해 훨씬 더 광범위한 성찰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이 확산한다면 전쟁과 야만으로 향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노동계급의 세계가 충돌하고 있음을 세상에 보여줄 것이다.
나오며
세계 경제 위기와 일반화된 전쟁으로 향하는 자본주의가 세계 프롤레타리아트를 전쟁과 빈곤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지구를 황폐화하고 기후 재앙을 일으킬 것이며, 모든 국가의 부르주아지는 첨예화되는 제국주의 대립과 이윤 추구 경쟁으로 인해 프롤레타리아트에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생활수준을 강요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매일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러시아와 서구의 가증스러운 죽음의 도구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다. 이제 더 큰 학살의 대재앙이 중동으로 번졌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미 폐허가 되었고, 1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가자 지구에서 살아남은 대부분의 하층계급은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 국제기구에서 보내는 부스러기, 이른바 ‘인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 적대 진영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이 지역은 끊임없는 내전 상태에 놓여 있었고, 그 결과 양측 지배계급이 행사하는 폭력 속에서 프롤레타리아트는 일상적인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극한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을 끝내고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세계 노동계급의 혁명적 투쟁은 먼 목표처럼 보인다.
상황이 암울할수록 원칙이 없는 정치세력은 행동에 대한 의지가 더욱 절실해지고, 일종의 정치적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한다는 압박에 흔들린다. 그러한 압박이 심해지면 지금의 투쟁으로 즉시 실현할 수 없고, 대중의식과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하지만, 노동계급이 방어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마저 완전히 포기하게 만든다. 1914년 제2 인터내셔널의 사회민주주의는 지금의 사회민주주의, 자본의 좌파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경제적 공격에 맞서 싸우는 것과 제국주의 전쟁에 전면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연결하지 못했다. 그들 대다수는 압박이 심해지자, 전쟁 참전을 찬성해 결국 제국주의 진영의 편에 서게 되었다. 훗날 ‘침머발트 좌파’로 불리는 소수만이 노동계급 전체의 국제적 이익을 위해 국제주의 원칙을 방어하면서 남아 있었다.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하라"는 구호는 1차 세계대전의 대학살 기간에 볼셰비키의 구호가 되었고, 결국 노동계급에 반향을 일으켜 1917년 10월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전투 군대의 봉기, 그리고 중심 국가의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다.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국제적인 계급투쟁뿐이다. 평화주의는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전쟁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거부해 노동계급이 스스로 투쟁하는 것을 교란하고 무장 해제시킨다. 역사는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효과적인 반대가 단순한 평화주의 형태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1917년 러시아 노동계급이 스스로 권력을 장악한 데 이어 독일 노동계급의 혁명적 봉기는 마침내 1차 세계대전을 끝나게 했다. 혁명과 내전의 위협으로 인해 유럽의 열강들은 마침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학살을 멈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는 살아남았고, 그로부터 겨우 한 세대 후, 노동계급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재앙 속에서 다시 한번 수천만 명이 학살당했다. 노동계급은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노동계급은 지배계급을 위해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치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는 국제주의 원칙은 모든 곳, 모든 상황에서 노동계급 국제연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대재앙의 상황에서 더욱 절박한 국면이 다가온다 해도 대대적인 계급투쟁이 즉시 일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노동계급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기에 세계의 노동자들은 착취와 전쟁에 맞선 운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긴축과 착취는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의 계급전쟁이다. 노동계급은 항상 군사적 또는 경제적으로 전쟁의 희생자이다. 노동계급은 제국주의 전쟁의 제단에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노동계급은 생활수준 하락에 맞선 투쟁과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을 연결해야 한다.
자본주의는 오래전에 세계 인류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경제적 기반을 발전시키는 진보적 역할을 중단했다. 이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전복해야 한다. 지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임금 노동, 화폐, 국가가 없는 새로운 사회, 바로 코뮤니즘이다. 아직은 세계 노동계급의 투쟁이 방어적이고 국제적 계급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지만, 투쟁의 물결이 세계적 규모로 확장되고 있고, 계급 고유의 투쟁으로 진전되고 있다. 이제 세계 노동계급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자신감을 되찾고, 오랜 기간 잃어버린 계급 정체성을 회복해 반격에 나설 가능성을 열고 있다. 세계의 노동계급이 국가와 민족을 넘어 연대하고,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반대와 생활수준에 대한 투쟁을 연결하는 것은 자본주의 착취 기반에 대한 타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노동자 희생을 거부하고 계급전쟁으로!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향한 국제적 계급투쟁으로 전쟁을 멈추자!
2023년 11월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 ㅣ이형로
<주>
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110210180653078
2) https://unric.org/fr/onze-crises-et-conflits-qui-perdurent-le-monde-en-2023/
3)
4) https://www.bbc.com/korean/news-58542440
5)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6380.html
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08225&ref=D
7)
https://clb.org.hk/en/content/surge-manufacturing-protests-china-deserves-international-att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