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 주도의 IT 업계 판도가 뒤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의 시가총액이 주가 급등에 힘입어 5232억 달러까지 올라간 것이다. 이로써 텐센트는 페이스북을 제치고 세계 5위 기업이 되었으며, 아시아 기업 중 최초로 ‘5000억 달러 클럽’에 들었다.
텐센트는 1998년 마화텅, 장즈둥 등 5명이 창업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다. 대표적인 사업 기반은 PC 메신저인 큐큐(QQ)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이다.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네트워크에서 포탈,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04년 홍콩 증시에 처음 상장할 때만 해도 텐센트의 주당 가격은 3.70달러였다. 이후 주가가 1만1000% 이상 올라 글로벌 톱 5 기업으로 올라서던 당시에는 주당 43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해 시총 5000억 달러가 붕괴되기도 했지만, 창업 2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다.

세계 5위 기업으로 올라선 텐센트의 폭발적인 성장 비결에는 ‘창조적 모방’과 M&A 전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tencent 홈페이지 캡처 화면
텐센트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과연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하는 ‘과학기술정책(통권 233호)’ 해외혁신동향에 이를 분석한 기사를 게재됐다.
그에 의하면 텐센트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첫 번째 전략은 ‘모방과 개선’이다. 창업 후 텐센트가 처음 출시한 제품은 OICQ라는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특허권 분쟁으로 인해 이름을 변경한 것이 바로 QQ다.
사실 OICQ는 이스라엘 벤처가 개발한 ICQ를 중국어 버전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베끼지는 않고 더욱 개선시킨 버전으로 만들었다. 즉, 소프트웨어의 부피를 줄여 다운로드 시간을 타사 메신저의 1/3 수준으로 감소시킨 것. 그 같은 장점으로 QQ는 순식간에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가 되었다.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개선 형식의 혁신 전략
한때 세계 IT 업계는 텐센트를 가리켜 ‘인터넷의 공공의 적’이라고 불렀다. 텐센트의 모든 사업 분야가 모방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텐센트의 모방에는 법칙이 있었다. 똑같이 베끼는 것이 아니라 개선 형식의 혁신 전략을 취한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창조적 모방’을 하는 셈이다.
현재 9억이 넘는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위챗 역시 기존의 모바일 메신저를 벤치마킹해서 작고 편리한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추가했다. 예를 들면 QR코드와 결제시스템을 접목한 것이 그런 사례다. 이로 인해 2011년에 출시된 위챗은 현재 총사용자 9억 명, 1일 평균 발송 메시지 380억 건을 기록하는 거대 플랫폼이 되었다.
텐센트의 두 번째 핵심 전략으로 지목된 것은 ‘M&A 및 지분 투자’다. 텐센트는 2011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개발업체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사 ‘슈퍼셀’을 사들였다. 당시 슈퍼셀은 가치 평가액만 11조원이 넘는 회사였다.
한국 기업과도 인연이 많다. 2012년 약 720억 원을 투자해 카카오의 지분 약 8.2%를 보유했으며 넷마블, 파티게임즈, 블루홀 등에 지분투자를 했다. 이밖에도 에픽게임즈, 엑티비전 블리자드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테슬라의 지분 5%를 사들였다.
또 사진 및 동영상 공유 모바일 메신저인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 지분 10%를 장내 매수했다. 텐센트의 이 같은 M&A와 지분투자 전략은 경쟁 상대 출연을 방지하고 핵심 역량을 흡수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위챗 서비스의 생태계 구축 전략
또한 텐센트는 QQ와 위챗이라는 두 개의 독보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생태계 구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QQ 아이디를 통해 위챗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QQ 아이디로 간단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메신저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시킨 후 검색, 포탈, 광고, 쇼핑,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까지 그 영역을 무제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챗 페이 하나면 중국인들은 실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레스토랑은 물론 노점상에 지불하는 돈, 음식 배달, 수도세 같은 공공요금 지불, 비행기 티켓 구매, 호텔 예약, 공유자전거 이용, 물품 구매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메신저의 기능과 연동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QQ의 숫자 아이디를 마치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자신을 상징하는 인식번호로 사용하기도 한다.
단순한 모바일 메신저를 넘어서 모든 서비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한 위챗을 바탕으로 게임, 커뮤니티, 결제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위챗이라는 독보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막대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텐센트의 성공에는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과도한 정부 지원 및 보호 속에서 내수시장 특수 효과를 누린 수혜자라는 것. 또 철저한 카피캣으로 중국 같은 지적재산권 취약지대에서만 성공이 가능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당 기사에서 “텐센트가 단순한 내수형 카피캣으로 머물지, 아니면 진정한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거듭날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