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발전의 여지 보일까?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가보니
최지욱 입력 2022. 05. 09. 14:14
지난 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중문관광단지에서 제9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이하 국제전기차엑스포)가 막을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개최한 첫 대규모 행사로, 폴스타와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브랜드, 배터리, 충전기, 신재생 에너지 관련 기업 등 약 2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과연 올해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엑스포 현장을 찾았다.
글 최지욱 기자
사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최지욱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어떤 행사?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는 지난 2014년 3월 처음 개최했다. 전기차 제조사 및 관련 산업 업체 42개가 참여하고, 전기차 조립완구 체험과 어린이 전기차 체험, 시승회, 퍼레이드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 닛산 리프, 기아 쏘울EV, BMW i3 등이 무대에 올랐다. 2016년에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시와 르노 포뮬러e 로드쇼, 제1회 국제 전기차 콘셉트 디자인 공모, RC카 체험존, 모형 전기차 만들기 등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제5회(2018년)와 제6회(2019년)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한층 풍부했다. 기아는 니로 EV를 공개하고,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넥쏘를 전시했다. 2018년에는 재규어 랜드로버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롭게 참가해 각각 I-페이스와 EQ 라인업을 선보였다. 더불어 한라산 1100도로 전기차 퍼레이드와 자율주행 전기차 시연, E-모빌리티 체험존 부스 등 전기차 기술력을 입증하는 시간도 가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는 규모를 줄였다. 참관객 수를 제한하고, 버추얼 전시회를 비롯한 드라이브 스루 전시 등 접촉을 최소화했다. 지난해에는 초소형 전기차와 현대 아이오닉 5, 현대 넥쏘 시승회, 제1회 한반도 피스 로드(Peace Road) 전기차 대장정 등을 실시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대규모 행사, 그러나 아쉬움도 컸다
올해 행사는 분위기가 어땠을까? 엑스포 현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폴스타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은 폴스타 2가 유일하지만, 당일 시승 행사 예약이 찰 만큼 인파가 몰렸다. 폴스타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를 전시했다. 그중 모델 Y는 동요에 맞춰 헤드램프와 사이드미러, 창문이 움직이는 모습을 연출해 이목을 끌었다.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 마이브는 최근에 출시한 M1을 공개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2,845×1,500×1,565㎜로 기아 모닝(3,595×1,595×1,485㎜)보다 아담하다. 차체엔 최고출력 17마력을 내는 전기 모터를 얹었다. 최대토크는 9.1㎏·m, 최고속도는 시속 80㎞다. 배터리 용량은 10㎾h로 1회 충전 시 최대 57㎞를 달릴 수 있다(환경부 기준). 완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3시간 만에 가득 채울 수 있다.
실내는 ‘동그라미’ 향연이다. 미니(MINI)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대시보드와 송풍구가 눈에 띈다. 운전석에는 디지털 계기판을 심고, 대시보드 가운데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달았다. 가격은 1,749만 원.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900만 원대로 내려간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원격제어 주행 기술을 뽐냈다. 게임용 운전대와 페달, 시트, 대형 모니터 만으로 멀리 있는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전시한 원격제어 주행 시스템은 5G 통신망을 통해 제주에서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자동차안전연구원 K-CITY에 있는 실제 차를 움직인다. 차가 반응하는 데 걸리는 속도는 0.4초 내외.
지난 3월 ‘2022 xEV 트렌드 코리아’에 참가했던 DSEV 카버(Carver)도 등장했다. 도심 주행용 삼륜 전기차로, 크루저(2인승)와 카고 모델 두 가지로 나온다. 좌우 뒷바퀴에 전기 모터를 한 개씩 얹어 최고출력 6.8마력을 낸다. 배터리 용량은 7.1㎾h,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20㎞다.
인근 공터에서 카버를 짧게 시승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내 공간은 협소하지만, 양옆과 머리 위에 큼직한 윈도우를 달아 개방감이 상당하다. 앞바퀴가 하나밖에 없지만, 직진 안정성은 무난하다. 운전대는 파워 스티어링이 아닌 만큼 다루기가 부담스러웠다.
의외였던 부분은 선회 능력. 카버에는 자체 개발한 ‘DVC(Dynamic Vehicle Control)’ 시스템이 들어간다. 운전대를 조작하면 차체가 주행속도, 스티어링 각도에 따라 최대 40°까지 기울어진다. 그 결과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 수 있었다.
삼성 SDI는 Gen.5 배터리를 얹은 BMW iX를 앞세웠다.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여 에너지 밀적도를 끌어올린 점이 핵심. 전체 용량은 111.5㎾h로 1회 충전 시 최대 630㎞를 달릴 수 있다(WLTP 기준). 이와 함께 원통형 배터리를 넣은 전동 ATV(4륜 오토바이)와 전동 스쿠터, 차세대 배터리 Gen.6 등을 선보였다.
아쉬운 부분은 완성차 제조사의 부재. 현대차와 기아, 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참여하지 않았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국산차 제조사는 국제 행사에는 많은 투자를 한다. 그러나 국제전기차엑스포 참여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며, 협조도 하지 않는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와 대기업이 전기차엑스포에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터쇼 대비 적은 볼거리도 아쉽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전기차의 ‘다보스포럼’을 추구하는 행사다. 각 나라의 전기차 리더가 모여 토의를 진행하고 비즈니스(B2B, Business to Business)를 이루는 점이 다른 자동차 행사와 차별화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인을 위한 전시와 체험관 개수는 극히 적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던 제9회 국제전기차엑스포.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대규모 행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작은 규모와 업체의 낮은 참여도로 인해 이전의 위상을 잃었다. 손 놓고 나 몰라라 하며 부스를 방치하는 몇몇 회사의 태도에서도 심각함을 느꼈다. 업체 간 비즈니스 및 회의도 중요하지만, 예비 전기차 고객이 관심을 가질 전시회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과연 제10회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이름에 걸맞은 행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