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下編(주역 하편).
52.重雷艮(중뢰간).䷳ ......1
☰ ☱ ☲ ☳ ☴ ☵ ☶ ☷
◎ 지금은 행동이 아니라 묵중한 산처럼
만사를 멈추고 있어야 할 때다.
주위에 아무도 응해주는 이가 없으니
태연자약하게 작금의 상태를
잘 지키는 여유가 필요하다.
▣ 艮其背 不獲其身 行其庭 不見其人 无咎
간기배 불획기신 행기정 불견기인 무구
[풀이]
그의 등 뒤에 멈추어도 그사람을 잡을 수 없고,
뜰로 나가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때를 알고 가면 허물이 없다.
[해설]
등 뒤에서 멈추어라[艮其背,간기배]!
뒤돌아 봐도 그 사람을 잡을 수 없고
[不獲其身,불획기신],
뜰에 나가도[行其庭,행기정]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다[不見其人,불견기인],
그러니 머물러야 할 때를 알고 정녕 머물 줄 알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无咎,무구].
진정한 멈춤은 외물에 끌림이 없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명예나 재산이나 색욕 등 사사로움에 끌리지 말고
심주를 잘 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심주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며,
남을 위한 것도 아닌 '道(도)'의 자리일 뿐이다.
그침에 도 때가 있으니,
행하고 그치며 천천히 하고 빨리 함이 모두 때가 있다.
다음은 문왕의 괘사를 한 번 더 쉽게 풀어주는
공자의 단사이다.
"艮(간)은 멈춤이다[艮止也,간지야].
멈추어야 할 때 딱 멈추고[時止卽止,시지즉지],
나가야 할 때 딱 나가면[時行卽行,시행즉행],
艮道(간도)를 다하는 성인이다
[動靜不失其時 其道光明, 동정부실기시 기도광명].
상하가 전혀 소통 없이 서로 밀어내고만 있으니
[上下敵應 不相與也,상하적응 불상여야],
나가고 멈추는 템포를 잃지 않으면 미래는 약속된다.
가령 등 뒤에 있어도 얼굴을 마주 보려 하지 않고
뜰 앞까지 나아가도 만나려 하지 않음과 같다
[是以不獲其身行其庭不見其人,
시이불적기신행기정불견기인].
그러니 머물러야 할 곳에서 머물기만 하면
탈이 없을 것이다[艮其止 无咎也,간기지 무구야]."
한편 艮[간,☶]은 앞길이 막히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어 '退(퇴)'가 되고,
나뭇가지가 아래로 향하여 뻗다가
무성해지면 다시 위를 향하고,
우거지면 다시 돌아오니 뿌리[根,근]가 된다.
땅도 한계가 없었는데,
경계와 영역을 둔 후로 '限界(한계)'가 되고,
또한 커져 나오는 세력을 강이 끊고 나오니 '節制(절제)'되고,
또 마음이 막혀서 통하지 않으면 '恨(한)'이 되니,
이 모두는 艮[간,☶]의 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괘전」과「잡괘전」에서도
"艮(간)은 산이 달리다가 멈추고 있는 상태[止也,지야]"라 하였고,
또 艮[간,☶]은 앞에 돌진만 하는 장자와 제후와 왕[진,☳]의
倒轉卦(도전괘)이기도 하다.
震(진)은 움직이며 요란한 천둥소리를 내었으나,
艮(간)은 태연하게 움직이지 않는 산이다.
그러니 지금은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심사숙고하며
행동을 삼가 할 때니,
경거망동으로 나가면 산산첩첩의 난관에 부닥치고 만다.
군자의 도는 '下學而上達(하학이상달)'로,
멈추지 않을 수 없는 데까지 가서야 멈춘다고 했다.
정자는 사람이 멈춰야 할 자리에서 멈추지 못한 것은
욕심이 큰 탓으로 보고,
욕심이 일어나기 전에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보지 않으면
그 허물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였다.
지욱도 그러한 忘我(망아)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천지에는 내가 없는 고로 천지조차도
나에겐 일어나지 않음이니,
動靜止止(동정지지)의 도를 살펴서 나감이
곧 고[行,행] 스톱[止,지]의 원리로 보았다.
아산 역시 정응 하나 없고 적과의 동침을 하는
艮(간)의 시절에는 반겨 주는 이 하나 없고,
협력하여 주는 사람일도 없을 때에는
무소처럼 홀로 자신의 길을 가라 한다.
나아가『대학』에서는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앎"이
바로 '止止(지지)'의 도'라 했다.
『주역』에 앞서 하나라의『連山易,연산역』은
'終則有始(종즉유시)'라는 艮(간)의 도를 따라
艮卦(간괘)를 첫머리로 삼기도 했다.
참고로 조선 개국 때 무학대사와 이성계 간에
艮(간)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다.
태조가 경복궁을 건립하자,
무학이 종묘의 중문을 '蒼葉門(창엽문)'이라 명명하니,
태조가 이를 알고 너무 짧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무학대사가 반 칸을 더 지었다 고 한다.
조선은 28왕으로 계승하여 20世代(세대)의 왕위만 있었다.
마지막 임금은 영친왕[垠,은]이었고,
그 반 칸은 이승만 대통령을 뜻하였다고 한다.
破字(파자)로 蒼(창)은 28군(二十八君),
葉(엽)은 20세대(二十世代)로 풀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