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옴니보어' 소비의 등장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5]의 10대 키워드를 세 가지 맥락으로 간략히 요약하고자 한다.
1.벼리가 되는 트렌드
2.경제적 정체 상황에서 비롯된 미시적 트렌드
3.인구.기술.환경적 변화에서 촉발되는 거시적 트렌드가 그것이다.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놓은 줄을 '벼리'라고 한다. 어부들은 이 벼리를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고기를 잡는다. 그래서 벼리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년 10대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항상 첫 키워드는 벼리 역할을 하는 트렌드로 선정해왔다. 분초사회(2024)∙평균실종(2023)• 나노사회(2022) ∙소확행(2018) 등이 그 예다. 올해의 첫 키워드는 '옴니보어'다. 요즘 소비자들은 나이, 세대, 성별, 소득, 지역 등 소속된 집단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비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개성,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한다. 소비행태의 집단 간 격차는 줄어들고 개인 간 격차는 늘어난다. 얼핏 당연한 현상 같지만, 옴니보어는 우리가 소비자와 시장을 보는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트렌드라는 점에서 벼리 키워드가 되기 충분했다.
정체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 관찰되는 소비자 행동의 작은 변화들을 '미시적 트렌드'라고 부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는 미시적 트렌드들이 유독 두드러진다.
큰 행복을 꿈꾸기보다 무탈한 하루에 만족하며(#아보하),
그러다 보니 내게 해가 없는 작고 귀여운 것들을 선호하고(무해력),
자기계발에서도 전면적 혁신을 통해 큰 성장을 꿈꾸기보다 작은 포인트 하나라도 끌어올리려 한다(원포인트업).
이런 미세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한 방'보다는 피자판에 토핑을 얹듯 고객이 원하는 작은 차별점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토핑경제).
경기는 정체한다 하더라도, 매년 기술∙기후∙인구∙시장이 초래하는 구조적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환경적 여건 변화에 의한 경향성은 '거시적 트렌드'다. 인구와 문화의 국제적인 이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적 K'의 개념이 변화하는 '그라데 이션K',
기후 변화로 삶의 방식은 물론이고 산업과 정책마저 바꾸도록 만들고 있는 지구온난화 시대의 '기후감수성',
가상 기술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소비자의 감각 경험 선호에 따른 '물성매력',
기술의 어포던스affordance를 높이기 위해 인간화되는 '페이스테크',
시장 생태계가 갈수록 개방화하며 함께 진화해나갈 수 있는 경향성을 지적한 '공진화 전략'이
2025년에 선보이는 거시적 트렌드다.
트렌드 코리아 2025 서문 중에서
대표저자 김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