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6월 중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만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사무직 포괄임금제 근로계약 폐지설’이 제기되며 이에 따른 정부 정책의 현장 적용 방식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많다. 포괄임금제는 대법원 판례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그 효력을 인정하는 임금 지급 형태이나, 실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지급으로 법정 제수당의 지급의무가 면제되는 효력은 근로기준법상 실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기본 원칙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력이 인정되는 요건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즉,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야 하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정부가 규제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포괄임금제 자체가 아니다. 장시간 노동과 실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미지급을 초래하는 포괄임금제의 오ㆍ남용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일률적 포괄임금제 규제는 포괄임금제의 유효성 확인을 둘러싼 복잡한 쟁점이 분포하고 있어 과연 정책 목표에 걸맡게 적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인지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든다. 10인 이상 사업장 중 포괄임금제 도입률이 52.8%라는 실태조사 결과도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한 지표로서 왜곡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무직 포괄임금제의 폐지는 사무직 근로자의 실질 연봉 감소라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근본적으로 사무직이 과연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인가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본다. |
실태조사 결과의 왜곡 문제 : 포괄임금제 도입비율은 과연 정확한가? IMF 이후 연봉제 도입이 확산되고 개별 근로자의 인건비를 사전에 정해진 연봉 총액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회계가 적용되면서, 사후 정산에 따라 변동하는 시간외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을 연봉 총액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의 포괄임금제 역시 확산되었으며, “연봉 총액 내에 시간외수당 등 각종 제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라는 문구가 연봉계약에 빈번하게 채택되었다. 이미 제 수당이 포함된 연봉액이기 때문에 실제 시간외근로 등에 따라 추가로 지급할 비용이 없다는 내용이므로, 당연히 시간외근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였다. 연봉제와 연계된 포괄임금제가 확산된 초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임금의 연계 원칙과 상이한 제도를 정하면서도 계약상의 형식 설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있어 중대한 법적 오류를 범한 채로 임금 관리의 편의성만을 내세워 무분별하게 도입된 측면이 있다. 화이트칼라 직종과 같이 근로시간과 성과의 비례관계 가정이 곤란한 근로자 비율이 증가된 산업구조의 변화도 그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수당에 더해 퇴직금까지 연봉에 포함하는 계약이 늘어나고 퇴직금의 사전 지급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행정해석과 현장 지도점검 등을 통해 포괄연봉제 등에서 기본급을 정하고 미리 포함된 각종 시간외수당 등의 항목과 금액을 근로계약상 명시하도록 하는 방향의 시정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사업장들에 분포된 상당 비중의 포괄임금 계약은 엄밀하게는 정부가 규제하고자 하는 ‘무효인 포괄임금제’가 아니라 단순한 시간외근로수당의 사전 지급이라는 ‘임금 지급시기에 관한 당사자 특약’으로서, 법률이나 판례 어디에도 위법하다는 근거가 없다. 즉, 위법성을 근거로 집행되어야 할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는 ‘사무직 포괄임금제 폐지’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보도가 등장하고, 이러한 정책 배경으로 고용부의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자료에서 나타난 포괄임금제 도입 비율 (52.8%)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실태조사표의 포괄 임금제 체크 항목은 ‘실제 연장근로시간수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고정 총액 지급’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며, 기본급과 연장근로수당 등 항목을 구분하여 지급하는지 여부만을 분류하고 있다. 기본급과 연장근로수당 등 항목을 구분하여 지급한다면 그 자체로는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장까지 정부가 문제 삼는 ‘포괄임금제 도입’ 사업장의 범위에 과도하게 포함된다는 문제가 있다. 위법 가능성을 고려해 문제 사업장의 예상 비중을 추정하고자 할 경우 ‘실제 연장근로가 고정시간외수당이 보전하는 범위보다 초과되었을 때 추가 수당 정산 여부’를 체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도입으로 체크한 사업장 중 상당수의 경우 실제 연장근로시간수보다 ‘많은 임금’을 고정 OT로서 지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의 근본적 문제로서 지목되는 것이 ‘포괄임금계약’ 자체에 대한 규제의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다. 용어 사용의 혼돈은 덤으로 추가된다. 고정 연장수당으로 지급된 금액이 보상하는 연장근로시간 보다 추가 근로가 발생하였을 때 추가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전적인 ‘근로계약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외수당 미지급’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확인하여 이에 대한 보상이 미지급되었음을 점검하여야 하며, 실 근로시간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임금 미지급이라는 위법의 객관적 입증도 불가능한 것이다.
고정OT의 실질적 목적과 포괄임금제 금지 이후 임금 감소 문제 : 포괄임금계약을 폐지하면 오히려 임금이 감소될 수 있다? 정부의 사무직 포괄임금제 규제의 범위와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임금계약 형태’를 규제 대상으로 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사무직인 경우 미리 일정액의 시간외수당 등을 지급하는 형태의 임금계약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도록 강제하는 방향이 실제 가능할지도 의문이거니와, 무리하게 단행할 경우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심각할 수 있다. 임금계약의 금지 규제는 법적 근거에 따라 임금계약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도록 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규제가 가능한 대상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기본급의 구분 없이 일정액에 모든 법정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간주하는 문구를 두거나, 기본급과 시간외수당 항목 등을 구분하여 표기하더라도 해당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모든 법정수당의 지급의무를 면제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경우에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기본급과 시간외수당 등의 항목과 금액을 구분하여 표기한 형태라면 이는 단순히 추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시간외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임금 지급시기에 관한 특약’에 불과하므로, ‘임금계약 형태’ 자체에 대한 규제의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단순히 그러한 임금계약으로 인해 보상 범위 외 추가로 발생하는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하는 이른바 ‘오ㆍ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당사자 간의 약정을 무효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사무직에 대해 포괄임금제 계약을 금지시키면서 ‘실 근로시간 기준 임금 지급 원칙’에 따른 시간외근로수당 등의 지급을 사후 정산 방식으로 변경하도록 지도한다면, 해당 사무직의 임금이 기존보다 감소하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사무직에 포괄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시간외수당 분을 역산할 때 추가적 시간외수당 지급 필요성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준’에서 발생 가능한 시간외수당을 미리 책정해 놓는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즉, 실제 시간외근로 시간보다 보상하는 수당이 현저히 더 높은 구조가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을 수 있으며, 이러한 고정OT는 사실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보전하는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 근로시간, 사후 정산’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존보다 적은 OT수당을 받게 되어 실질적인 임금 수준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존의 고정OT는 형식적 항목에 불과하므로 기본급에 산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기존 고정OT가 시간외수당의 명목으로서 당사자 간에 명시되어 지급된 이상 실질적인 OT수당을 지급한 법적 효력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기존의 OT수당을 기본급으로 환입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극단적으로 전혀 OT가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급한 경우 그 형식성이 문제될 수는 있겠으나 수시로 OT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OT수당 명목의 형식성을 전면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 또한, OT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한 OT수당을 보장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약정이기 때문에 이를 ‘무효’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사무직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인가? : 사무직의 운영 특성에 따른 근로시간 산정 가능성 문제 ‘근로시간 산정의 곤란성’ 여부를 포괄임금제의 유효성 인정을 위한 주요 근거로 삼는 대법원 판결 (2008다6052)을 배경으로, 정부는 사무직을 포괄임금제 규제가 필요한 주요 직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반사무직의 경우 사실상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함에도 포괄임금제의 적용으로 인해 생산직과 달리 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근로시간 산정의 가능성’ 문제에 대해 단순히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곧 근로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업무시간과 임금의 비례성이 충실하게 성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단위 근로시간에 연동하는 임금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보는 견해다. 이러한 견해에서는 사무직 역시 ‘(실) 근로시간의 산정이 곤란한 업무’에 해당하므로 포괄임금제의 적용이 유효하다고 본다. 내근직인 일반 사무직에 대한 근로시간 관리는 대개 출근과 퇴근 시간 정도에 대한 규율에 그치며 구체적인 시간 단위 관리보다는 과업과 기한, 업무의 질적 수준을 중심으로 노무지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정 시간대에 고객을 상대하는 등 근무시간 중 업무수행이 언제가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여야 하는 서비스 직종과도 다른 특성이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역량과 효율에 따라 업무량과 질적 수준이 달라지고, 사실상 사무직에 대한 임금 수준은 이러한 ‘질적 노동가치’의 측면과 비례적으로 연동되어야 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가격을 형성하는 수요공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아울러 출근에서 퇴근 시점까지 점심 휴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순수하게 업무에 투입하지 않고 다른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경우도 상당할 수 있다. ‘실 근로시간’의 개념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러한 시간들은 실 근로시간에서 제외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용자가 일일이 감시ㆍ감독을 시행해야 하나, 사무직의 특성상 이러한 방식의 노무관리가 적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로시간과 임금을 단선적으로 연결하는 입법의 관점이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에 앞서 현실의 사업장에서 그러한 실질적 타당성을 임금체계의 개편을 통해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법 논리적으로 입법이 명확하게 변경되지 않은 한 기존의 입법 관점을 현실에 적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근로시간’과 임금의 연계성 원칙은 법이라는 환경에서 고정되어 있고, ‘근로시간’의 개념 역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인 시간 전체로 파악함으로써, 사용자는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에 대한 보상 의무를 원칙적으로 지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일응 법의 관점과 현실의 관점이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기관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법만을 내세워 일률적인 규제를 가할 경우 이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도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 관리의 경직성 문제는 추가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해야 될 몫으로 남으며, 근로자 역시 퇴근시간을 앞당길 수는 있을지 몰라도 느슨한 업무수행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업무시간 중 소소한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업무로 인한 강박과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혐의’는 지나치게 일방향적으만 부각된 측면이 있으며, 구체적인 현실과 관계없이 행정규제를 통해 ‘폐지, 금지’ 등으로 처단하려는 시도는 조급하게 느껴진다. 화이트 칼라에 대한 포괄임금제 도입은 원활한 업무협의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근무일, 출퇴근 시간 등 최소한의 근태관리만을 적용하면서, 몇 시간을 일하는 지보다 어느 수준으로 일을 처리해 내느냐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유연한 구조에 적합하도록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제도라는 성격도 갖는다. 물론 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사용자의 의도가 없지 않았겠으나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도 종종 채택되고 오히려 포괄임금제에 대한 근로자 차원의 만족도가 높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