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젓갈 많이 쓴 신김치 조심하라, 김치라고 면죄부 줄 수 없다" 글 : 이미숙 /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
히스타민, 티라민, 니트로사민 등 김치의 다양한 아킬레스건들
한국인의 밥상엔 언제나 김치가 있다. 김치는 한식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분야에서 한류가 확산되면서 더불어 한식의 세계화도 속도를 더해가는 요즘, 김치는 ‘건강식’의 이미지를 업고 세계인의 식탁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때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던 김치가 이제는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떠오르다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부심과 감동을 느낄 법하다. 그러나 사실 식생활 전문가로서 김치를 자신있게 ‘건강식’이라고 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김치에도 ‘아킬레스건’이 있기 때문이다.
항암ㆍ다이어트ㆍ노화방지 등…그러나 김치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김치의 건강기능성을 연구한 결과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매스컴들도 연일 김치를 최고의 건강식으로 추켜올리기 바쁘다. 관련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 한국에서 김치는 고춧가루, 액젓, 마늘, 새우젓 등 수십 가지 재료와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그 집안만의 유일무이한 '음식 작품'으로 완성된다. 김치의 가장 일반적인 주재료인 배추의 시토스테롤은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양념으로 첨가되는 마늘이나 파의 다이아릴설파이드과 알리신 등은 항암 성분으로 알려졌고, 생강의 진저롤과 진저린 등은 항균 작용을 갖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추의 캡사이신과 카로틴 등은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를 예방한다. 주재료가 채소이기 때문에 식이 섬유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좋다는 것 또한 김치의 자랑거리다.
김치가 일반적인 채소요리와 다른 것은 발효 과정을 거쳐 유산균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김치의 유산균은 항균성, 항돌연변이성, 항암성, 면역기능항진 등의 효과를 보이며 장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쯤 되면 가히 팔방미인을 넘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배추김치 담글 때 사용되는 젓갈은 바이오제닉아민 덩어리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치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그 가운데 한 가지가 ‘바이오제닉아민(Biogenic amines)’ 문제다.
본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바이오제닉아민은 다양한 발효 식품에서 광범위하게 검출되는데, 김치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각종 젓갈은 밥 도둑으로 불릴 만큼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반찬이지만, 젓갈에는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오제닉아민이 많이 들어 있다. 바이오제닉아민은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 부패하거나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미생물의 작용으로 생성되는 아민으로 구조상 지방족, 방향족, 헤테로고리화합물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칭 바이오제닉아민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바이오제닉아민들이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제닉아민의 일종인 히스타민과 티라민은 각각 알레르기와 혈관수축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히스타민의 경우 농도가 더 짙어지면 단순한 알레르기가 아니라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 FDA에서는 수산물에서 히스타민 50mg/kg, 티라민 100mg/kg을 잔류 허용기준으로 제안하고 있다. EU에서는 히스타민 100mg/kg, 총 바이오제닉아민 300mg/kg이 잔류 허용 기준이다.
시판 배추김치의 바이오제닉아민 함량을 조사한 연구의 결과를 보면 국내산 배추김치 총 바이오제닉아민 함량은 평균 215.6mg/kg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상 문제가 되는 히스타민 농도는 3.4~142.3 mg/kg, 티라민 농도는 9.7~118.2 mg/kg으로 분석됐다.
이 농도를 한국인 평균 김치섭취량 91.9g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각각 하루에 최고 13.1mg, 10.9mg을 섭취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독일식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의 제품 기준이 히스타민 10mg/kg, 티라민 20mg/kg 이하임을 고려해볼 때 안심할 수 있는 농도가 아닌 셈이다.
배추김치에서 이처럼 바이오제닉아민이 검출되는 이유는 김치에 넣는 각종 젓갈 때문으로 추측된다. 젓갈에는 발효과정에서 바이오제닉아민이라는 위험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김치에 젓갈을 많이 넣을수록 김치에서 검출되는 바이오제닉아민의 농도 또한 증가하게 된다.
김치를 유난히 많이 먹거나, 김치 이외에도 젓갈이나 장류 등 다양한 발효 음식들을 즐겨 먹는 한국인이라면 총 바이오제닉아민 섭취량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채소의 질산염이 젓갈과 만나면 발암물질 생성될 수 있어
김치의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지적하는 연구(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1998)도 있다.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의 질산염이 젓갈에 많은 아민류와 결합해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니트로사민이 김치에서 검출된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김치가 암을 유발하는 음식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앞서 밝혔듯이 김치에는 암을 예방하는 성분들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더 건강한 김치를 위해서 니트로사민의 농도 저감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치의 니트로사민을 낮추기 위해서는 저온보관이 필수적이다. 김치의 발효온도가 높으면 니트로사민은 더 많이 만들어진다. 김치를 발효시킬 때 0~4℃의 냉장 온도에서 보관하면 니트로사민은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반면 17℃ 이상의 실온에서 발효시킨 김치는 니트로사민의 농도가 더 짙다. 김치의 숙성 정도에 따라서도 니트로사민 함량이 달라지는데, 적당히 익은 김치는 니트로사민이 거의 들어 있지 않지만 익어가면서 점점 증가해서 지나치게 익은 신 김치는 니트로사민이 고농도로 검출된다.
김치에서 니트로사민의 생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인물질인 아민이 많이 들어 있는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을 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젓갈이 덜 들어가면 감칠맛이나 깊은맛은 덜하겠지만 그만큼 안전한 김치를 먹을 수 있다.
반면 마늘이나 생강 등의 양념을 많이 넣으면 항암작용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마늘과 생강의 사용량 증가를 고려해봄 직하다.
‘우리의 선조가 오랜 세월 먹어 온 음식’이라는 말로 위험요소를 가진 모든 한식에 섣불리 면죄부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어쨌거나 우리 선조의 평균수명은 현재 우리보다 훨씬 짧았고, 현대 과학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할 만한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필자 약력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 E-mail : doctor@dietnote.co.kr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의대 암연구소, 서울의대 병리학교실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내고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부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현재는 1999년부터 온라인 영양상담실 '건강한 식탁'을 통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식생활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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