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샛별 맑은 빛이 나의 추억의
날개였다면, 갯마을 선착장의 날개는
수평선에 물들어 번져 퍼지는 고흐가
풀어 채색한듯한, 붉은색과 진노랑을
혼합한 물감색의 노을일 것이다.
저녁밥 짓는 굴뚝에 연기 피어 오르면
황소 고삐 쥔 걸음 멀어지는 시골길,
갈무리하는 빼곡한 선죽 숲.
키 낮은 세칸 초옥집들은 더 이상
열칸 기와집을 이야기하지 않는
저녁으로 가는 밤.
빈 선창을 돌봐주지 않고, 또한
애상히 여기지 않는, 오래된 목선들만 포로처럼 묶인 파도에 몸부림하는
방파제의 높이로 갇힌 선박 감옥소.
찾는사람 하나 없는 을씨년 어구들이
널부러진 선창 갓길에는, 늙고 오랜
팽나무 그늘 삼아 붙박은 나무의자.
한 낮에 소란하게 의자에 앉아
박포장기 훈수로 궐련 잎담배 말아
쓰고 독한 끽연 내품으며 세월의
순응을 사투리로 말 짓던 노인들,
그 투박한 메아리도 밤으로 오고,
짙은 새벽에 야반도주한 풋가시나
사촌누이 영혼의 사랑처럼, 가끔씩
이름 알아도 불러내고 싶지 않는
들꽃향기 옴팡지게 피어올라 바닷
선창의 애수만 전해주고, 벌레집
벌집 짓듯 문설주에는 늦 봄바람
여전히 드나드는, 달맞이꽃, 참깨꽃,
광대꽃, 개불알꽃, 계절을 꼽아 보는
기억의 집에서 바람과 나, 이젠
누구를 목적하거나, 그리워하지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침잠한 어둠 깔린 선창위로는
더 이상 뒤척이지 않는 밤이 깊어
오고 검은 스티로폼 부표들만 바다에
출렁거리는, 부표들은 수심 깊은
경계선을 넘지 않고 다시마를
먹이로 건내던 전복양식장에는
검붉은 얼굴의 조카에게서 바다의
사나이라고 내심, 이순신의 후예,
그 굳쎈 강인함이 느껴지는건,
바닷마을, 갯마을에는 낮이면 푸른
우울과 밤이면 적막강산의 두세계가
반복되는, 짠맛으로 노동하는 병든 속
가누지도 못하는 우리네 아버지들,
우리 모두의 이모들이 가슴으로
풀무질한 트루먼 항모의 닻을 내린듯,
애환의 삶이 있고 희망의 파도가
있는데, 일본이라는 나라!
오염수 방류라는, 임자도에서 갓 잡은
민어 부레같이 떠오른 시사세태적 금지언어, 방사능 오염수 방류라고요!
일원반푼어치도 안 될 행위!
- 풍운유서(갯마을) -
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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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유서, 갯마을
바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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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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