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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를 보고 필자는 깜짝 놀랐다. 요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0억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는 것도 괜찮다’고 대답한 청소년들 중 초등학생들이 17%, 중학생들은 39%, 고등학생들이 56%라고 한다. 질문도 고약하지만 대답 또한 할 말 없게 만드는 세상이다. 청소년들이 ‘양심과 10억을 바꾸겠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지금의 현실이 정의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흔히 말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이법은 처음 입법 당시부터 논란이 참 많았다. ‘경제를 위축시킨다. 위헌이다. 소규모 영세 화훼단지를 죽인다’는 등 수많은 주장이 나왔고 여러 단체들이 반대시위까지 벌였다. 급기야 대한변호사협회 등 일부단체가 위헌 소송까지 제기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청렴한 국가를 지향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데 위헌의 여지가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 오르내리는 방위산업비리, 대우조선 비리, 건설비리, 아파트 관리비 비리, 더구나 청렴과 도덕을 가르치는 상아탑에서의 비리 등 뉴스매체를 통해 듣는 각 종 비리들은 대한민국 전체가 ‘비리공화국’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이러한 비리로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나뉘어 서로 공방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투명하지 못한 사회란 걸 확인할 수 있고 청렴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역물량 기준, 세계 10대 교역국에 속하는 경제 대국이란 위치에 있다. 하지만 국가 청렴도는 아직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공무원과 정치인의 청렴도는 2010년 이후 매년 하락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창설된 이 기구로부터 받은 우리나라의 청렴도를 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04년 10점 만점에 4.5점을 받아 146개국 중 47위를 기록하였다. 이후 2005년 7월부패방지법을 개정한 뒤 2008년 180개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하락해 2014년에는 175개국 중 43위를 나타냈다. 그러다가 2015년도에 168개국 중 37위로 다시 상향돼 부정부패 지수가 좀 떨어졌나 싶었는데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던 국가가 조사대상에서 빠져서 수치가 올라간 사실이 밝혀졌다. OECD회원국 기준 우리나라는 청렴도가 2004년 30개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조금 나아져 30개국 중 22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2014년도와 2014년도에는 OECD 34개국 중 27위로 다시 하향 추세다. 부패지수로 보면 말레이시아나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보다 못한 결과다. 부정과 부패는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 힘들게 한다.
과거 원전비리로 전력 송전이 중단되는 바람에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부정과 부패는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모든 조직도 스스로 청렴해야겠지만 부정과 부패를 감시하는 시민들의 경계심도 필요하다. 국민연금공단도 청렴실천을 위해 전 직원들로부터 행동강령준수 서약서를 받아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부패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업무수행과정에서 어떠한 부당한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 청렴한 조직이 되도록 주기적인 교육과 실천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부패·비리 익명신고제도를 실시하여 청렴이 생활화 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흔히 청백리의 대명사로 중국에서는 판관 포청천을,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중기 정승인 오리(梧里) 이원익을 꼽는다. 이원익은 영의정을 5차례나 지냈지만 마지막까지 2칸짜리 오두막 초가에서 살았다. 승정원일기에 보면 인조 9년 이원익의 병세를 임금에게 보고한 자리에서 강홍중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거처하고 있는 집은 잡목으로 얽어 만든 두 칸 초가집으로 겨우 몸을 붙이고 살 정도인데 낮고 좁아 모양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살고 있는 땅도 여러 대 선산 아래라서 곁에 한 뙈기의 밭도 없고 온 가족이 단지 달마다 주는 쌀로 겨우 연명합니다”고 돼 있다. 가난한 게 청렴은 아니다. 가진 권한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는 게 청렴이다.
기사입력: 2016/10/27 [15:13]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86590§ion=sc30§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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