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외 2편 황은자
불면의 밤을 지켜 춤추는 바람
잠결, 청각을 세워 바깥소리를 살핀다
어둠을 뚫고 거친 봄비가 내리는 듯
빗소리 자장가로 베개 세워 선잠을 재촉한다
빛 잃은 아침이 열리며 투영된 밤 사이의 혼돈
고요를 가르고 치른 장렬했던 밤의 전투
온몸으로 칼바람 막아 지켜낸 영광
늘 그러하듯
열정으로 화려했던 전장의 축제는
산자의 고통을 일깨우듯
찢겨진 채 거리로 나뒹군다.
기(氣)를 쏟아 세운 가지가 찢기며
이슬로 맺은 피가 흐르고
지조로 곧은 가지
망나니의 춤사위로
베어지듯 잘려나간다.
수액을 쏟아내며 나무가
툭
고개를 떨군다
쉰 소리로 우는 바람이 어지러운 세상
검은 장막 드리우고
바다가 삼킨 영혼의 통곡 폭풍우로 밀려온다
이제 바람이 숨을 고르며 치유의 손을 내민다.
빗소리도 잦아들며
늦은 여명이 노을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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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으로 키운 싹
나른한 춘풍이
슬프게 웃어 댄다
무심했던 시간
오욕의 피를 뽑듯
무성한 잡초를 뽑는다.
허상의 꿈을 쫓아낸다.
이기로 자라던 꿈
산고를 가르고
태어난 고통의 씨앗
가슴으로 키워 물 먹이던
귀하고 여리던 순백의 싹을 뜯어낸다.
나무의 썩은 몸통이 잘려나간다.
살아야 할 생명체에 제 몸 내주던 어린 잎
찢겨진 목숨 모진 삶에 매달린다.
아- 빈혈로 쏟아지는 봄 햇살에
아련한 기억으로 반사되는 고독한 내밀
싸늘한 아픔이 피돌기를 타고 흐른다.
가슴 속 비밀의 강이 흐른다.
내생의 업이 바다를 이룬다
이젠 버려야지
비워 내야해
마르지 않은 상처로
수액을 쏟는 잎을 떼어내며
얼룩진 아픔을 솎아낸다.
멀리
슬픈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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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우스
여기저기 길목마다
내 삶의 영역에 치열한 깃발을 꽂는다
문을 열면 허전한 냉기가
텅 빈 오픈 하우스를 채우고
혼탁한 세상 불 밝히듯
전기선을 올린다.
흩어진 삶을 모아
주인 없는 집을 정리하면
오월의 눈부신 햇살이
스며드는 오픈 하우스는
내 전생의 인연을
맞이할 모양새를 갖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갈까?
오늘은......,
의미 없는 인생 노년의 삶이 서러워 찾아든 부부
세상사는 법에 도통한 중년의 부부
호기심으로 찾아든 젊은 부부
행운의 은총을 베풀던 젊은 아낙
주말 시간 죽이기로 방문한 한 무리의 가족
새 인생 새 보금자리 찾는 횡재한 인생
속된 세상 한탕주의를 꿈꾸는 투자자
꿈의 스위트 홈 찾는 진정한 바이어와 셀러
그렇게 억겁의 세월을 지난
내 전생의 인연들이 오고 간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오후 한때
오픈 하우스를 열며
숨죽인 고요에 빠져 졸다
삐거덕
세상이 열리는 소리에
반사가 작용하듯
반가움이 앞서 걸으면
아 - 오늘도 허탕치는 하루
맑은 하늘에 꿈꾸듯
붉은 노을이 밀려들면
반쯤 덮인 눈을 열고
내 삶의 영역에 꽂혔던 깃발을 거둔다
오픈 하우스의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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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자 수필가
월간모던포엠수필부문 신인상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원
모던포엠 동인
미국 오렌지 카운티 거주
콜드웰 뱅거 베스트 리얼티 에이전트
미주 한인 서예 협회 이사
국제 서예 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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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이른 아침 거센 빗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장맛비가 시작되었나 봐요. 이런 날이면 시詩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지요. 늘 생각만으로 끝나 버린 내 작은 소망은 블로그를 만들면서 시작되었지요.일기형식으로 써 내려가던 글이 수필이 되었고, 용기를 갖고 부끄러운 내 삶의 시를 써 보기 시작했지요. 아픈 삶을 시로 풀어 보고 싶었어요. 그건 내 삶의 한恨이었지요. 그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지요.
월간모던포엠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했던 시가 당선이 되었답니다. 제 시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어요. 늘 아픔 중에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 일은 산고를 치르고 난 후의 기쁨과 같았지요. 내 삶의 한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 시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저와 같은 아픈 삶을 살았던 분들께 희망과용키 그리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시를….
용기를 주시고 권고해주신 달빛 문학회 구인순 시인님 그리고 전형철 발행인님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저의 졸작을 신인상 당선작으로 선하여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큰 감사의 마음을 올립니다.
첫댓글 늘 좋은 시를 소개해 주시는 수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