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등나무 (2021. 5. 22)
보라꽃 주렁주렁 짙푸른 그늘 아래
숙이가 손목 꼬와 내 목을 비틀어도
푸는 게 특기일진대 갈등(葛藤) 쯤은 겁 없소
* 등(藤); 콩과 식물이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면, 쉼터 여기저기에서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감기’가 전문으로, 아까시나무 비슷한 짙푸른 잎을 잔뜩 펼쳐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어서 열리는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잎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거름기가 없이도 크게 투정 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예쁜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며, 쉼터의 단골손님으로 친숙한 나무다.(우리 나무의 세계 1에서 발췌)
* 갈등(葛藤); 한자를 살펴보면 ‘칡(葛)’과 ‘등나무(藤)’라는 뜻이다. 모두 대(의지처)를 휘감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는데, 칡은 ‘왼쪽’, 등나무는 ‘오른쪽’ 방향으로 감는 까닭에, 이 둘이 같은 나무를 타고 오르게 되면, 서로 목을 조르듯 얽히고 설키게 된다. 이를 인생사에 비유해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의 장점을 살리면 유용한 점이 많다. 칡은 뿌리로 즙을 만들어 갈증(渴症)을 해소하고, 갈분은 식품의 재료가 되며, 잎은 사료나 거름으로 쓴다. 따라서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빨리 푸는 게 좋다.(필자 주)
* 졸저 『逍遙』 정격 단시조집(10) 松 1-77(92면). 2022. 4. 18 도서출판 수서원.
* 등나무꽃. 사진 지영선 님 한시 속으로 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