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경축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첫 사제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을 지내면서, 목자 없는 교회, 목자를 필요로 하는 우리 교회를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하며, 열정을 가지고 교회를 위해 충성을 다 바치는 위대한 목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1821. 8.2. 충남 당진 솔뫼에서 태어났습니다. 신부님은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나 순교자의 신앙을 이어받았으며 자신도 순교자가 됩니다. 김 신부님은 15세 되던 해(1836.12.9 헌종 2년), 최양업 토마와 최방제 프란치스꼬와 함께 중국 마카오로 유학의 길을 떠납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 눈보라를 맞으며 걷고 걸어서 수만리 길을 어린 소년들이 그것도 초행길을 간다는 것은 신앙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한 했을 것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살지, 죽을지 모르면서 오직 주님과 성모님의 도우심을 믿으며 이 험한 길을 떠났습니다. 세 어린 소년은 봉천, 북경, 남경, 광동을 거처 1837년 6월 6일 드디어 마카오 신학교에 도착합니다. 한국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도착을 하는데 그동안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문전걸식을 하며, 말도 통하지 않는 6개월의 삶은 거지중의 상거지 꼴이었습니다. 이 참혹한 모습을 보신 마카오 신학교 학장 신부님은 이들을 껴안고 통곡을 하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낸 것도 신앙의 힘이었습니다. 세 소년가운데 최방제(프란치스꼬)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아깝게도 얼마 후에 세상을 떠나고 두 분은 마카오에서 8년 간 신학공부를 하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공부를 마치시고 1844년 부제품을 받고 일시 귀국하셨다가 다시 중국으로 가시어 다음해인 1845년 8월 17일 상해에서 이 십리 떨어진 교우 촌이었던 금가항 소 성당에서 (지금은 이 성당은 없어지고 중국인을 위한 성당이 새로 세워져 뒤편 한 구석에 김 신부님을 위한 작은 경당이 있음) 조선교구장으로 임명되셨던 페레올 주교님에게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한국인의 최초의 사제 서품식은 그의 조국이 아닌 이국에서 조촐하게 이루어 졌습니다. 한국교회가 창설된 후 61년에 방인 성직자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품을 받은 뒤 주교님과 다불류 안 신부님을 모시고 귀국하여 동분서주하시며 전교 하시다가 같이 공부하셨던 최도마 신부님과 다른 신부님을 모시기 위해 배편을 알아보시려 황해도 순위도에 나갔다가 체포되시어 1846년9월16일 새남터에서 군문 효수형을 받아 순교하셨습니다. 나이 만 25세, 사제생활 1년1개월, 그분의 생애와 사제생활은 지극히 짧았지만 한국교회의 초석을 다지고, 그의 짧은 사제생활은 모든 사제들이 본받아야 할 빛나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생각할 때 애석하게도 너무나 짧은 생을 사셨습니다. 좀 더 사셔서 한국교회와 조국을 위해 일하셨다면 한국의 역사가 바뀔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떼르뚤리아노 교부께서 말씀하셨듯이 “순교자들의 피는 신앙의 씨앗”이라 하셨듯이 하느님께서는 성 김대건 신부님을 한국교회의 초석으로 삼으신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흘리신 순교의 피로 한국 땅에 수많은 성인성녀가 탄생하도록 하셨고, 지금의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으로 발전되는 원동력이 되셨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써 보낸 편지를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어 봅시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천주는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 사람을 당신 모습대로 만드셨습니다. 그 목적 그 의향이 어디 있는가를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모든 세상일을 생각해 보면 실로 허무한 것뿐이고, 슬픈 것뿐이외다. 만약 우리들이 이러한 거칠고 허무한 세상에 있어서 자기의 조물주이시며 다시없는 천주를 깨달아 알지 못한다면, 어찌 난 보람이 있고, 살아있는 보람이 있으리오. - - - 성서에 의하면 천주는 우리들의 머리털까지도 일일이 헤아리고 계시어 그 한 가닥이라도 허락하심이 없이는 빠져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천주의 뜻에 따라 우리들의 머리 위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편이 되어 세속과 마귀에 대항하여 항상 싸워나갑시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나도 천국에서 그대들과 같이 만나 영원한 복을 즐기게 될 것을 바라고 있소. 그대들을 정답게 껴안아 주겠소. 주 예수를 위해 옥에 갇힌 김 안드레아 신부 ”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요한 12,24-25) 그리스도처럼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신 김대건 신부님은 많은 열매를 맺는 한국교회가 있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김 신부님의 열정과 순교정신을 본받아 썩는 밀알의 삶을 살도록 힘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