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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신즉암(偏信則暗)
편벽되게 한쪽만 믿으면 아둔해진다는 말이다.
偏 : 취우칠 편(亻/9)
信 : 믿을 신(亻/7)
則 : 곧 즉(刂/7)
暗 : 어두울 암(日/9)
사마천(司馬遷)이 아첨배의 행적을 모아 기록한 사기(史記) 영행(佞幸) 열전의 총평이다. '미자하(彌子瑕)의 행적은 후세 사람에게 아첨해 총애를 받는다(佞幸)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기 족하다. 비록 백 세대 이후도 마찬가질 터다.' 아첨배를 일컫는 '영행'의 영(佞)은 아첨, 행(幸)은 권력자가 가까이 둔다는 의미다.
미자하는 위 영공(衛靈公)을 모셨다. 위나라 법은 임금의 수레를 허락 없이 타면 발뒤꿈치를 잘랐다. 미자하가 어머니의 병 소식을 들었다. 왕의 명령이라 속이고 1호 차를 탔다. 영공은 "효자다. 어머니를 위해 발목을 내걸다니"라 칭찬했다.
미자하가 영공과 과수원에 갔다. 복숭아가 달았다. 먹던 반쪽을 바쳤다. 영공이 "제 입 대신 나를 생각했구나"고 칭찬했다.
미자하의 미색(美色)이 시들었다. 영공이 돌변했다. "일찍이 수레를 속이고, 먹다 만 복숭아를 바쳤다"며 내쳤다. 여도지죄(餘桃之罪)의 고사다. 사마천은 '내로남불'을 꾸짖었다.
현대판 간신(奸臣)을 풍자한 국민청원 '시무 7조'가 청와대 답변을 기다린다. 대통령 기록물이다. 대한민국 역사로 백 세대에 전할 국가 기록인 만큼 답변은 대통령이 직접 하면 낫겠다.
역사의 명군(名君)은 간신(諫臣)이 만들었다. 위징(魏徵)은 당(唐) 태종에게 열 가지를 생각하라는 상소문 '십사소(十思疏)'를 올렸다.
思知足以自戒
좋은 물건을 보면 만족을 생각해 스스로 경계하고,
思知止以安人
하고 싶은 일에는 그칠 때를 생각해 백성을 편안케 하고,
思謙沖而自牧
위태로운 일에는 겸허함을 생각해 스스로 수양하고,
思江海下百川
두려움이 넘칠 때는 냇물보다 낮게 임하는 강과 바다를 생각하고,
思三驅以爲度
사냥을 즐길 때는 절제를 위해 세 방향에서만 짐승을 몰고,
思愼始而敬終
나태가 두려우면 시작과 끝을 삼가고,
思虛心以納下
불통이 걱정되면 마음을 비워 간언을 들으며,
思正身以黜惡
간사한 자가 우려되면 몸을 바르게 해 악한 사람을 물리치고,
思無因喜以謬賞
상을 내릴 때는 까닭 없이 잘못 내리지 말 것이며,
思無因怒而濫刑
벌을 내릴 땐 노여움에 형벌을 남용해선 안 됨을 생각하라.
위징은 마오쩌둥조차 '모순론(矛盾論)'에 인용했다. '겸허히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편벽되게 한쪽만 믿으면 아둔해진다(兼聽則明 偏信則暗).'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진다
兼聽則明, 偏信則暗.
여러 측면에서 말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말만 들으면 어두워진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좋은 결론을 낼 수 있지만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중에 가장 좋은 방안을 강구한다면 실수도 실패도 줄어 들겠지만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은 채 한 사람의 말만 믿고 성급한 판단과 선택으로 일을 도모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경계의 가르침이다.
이 말은 당태종(唐太宗)과 그의 신하였던 위징(魏徵)이란 사람의 대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위징은 당태종을 보필하면서 "바로 앞 시대 왕조인 수(隋)나라를 경계로 삼으소서" 하였고, "임금은 배고 백성들은 물입니다. 물은 평소에 배를 뜨게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배를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하였고, "편안할 때 위태로울 것을 생각 하시옵소서" 하였고, "부역이나 세금을 줄이고 폐하 자신이 검소함을 실천하여 백성들을 안정되게 하시옵소서" 등등 200여 건의 직간(直諫)을 했는데, 태종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도 조금도 위축되거나 물러서지 않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의 등줄기에 땀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태종은 나중에는 위징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두려워 할 정도였지만 위징 때문에 정책의 시행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서기 628년, 당태종이 제위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던 어느 날, 당태종이 물었다. "나라의 군주로서 어떻게 해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는가? 또한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경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위징이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지만 만약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이라(兼聽則明, 偏信則暗)"고 하며, "옛날에 요임금은 자주 백성들을 찾아다니며 물었기 때문에 묘(苗)라는 나쁜 사람의 일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 수 있었고, 순임금은 눈과 귀가 밝았기 때문에 공공(共工)이나 곤(鯀), 환두(驩兜) 등의 잘못된 행동이 빠져나기지 못하였습니다.
진(秦)나라 이세는 조고의 말만을 믿다가 멸망하게 되었고, 양(梁)나라 무제는 주이(硃異)만을 믿다가 스스로 굴욕을 당하게 되었으며, 수(隋)나라 양제는 우세기(虞世基)만을 믿다가 팽성각(彭城閣)의 변을 초래하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상황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은 의견을 듣는다면, 이러한 재화(災禍)는 막을 수도 있고 피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명철하고 지혜로운 군주는 언로(言路)를 막지 않으며, 아래 사람들의 상황을 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비로소 정확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징의 이 말을 듣고, 당태종은 그의 식견에 감탄하며, 그를 더욱 존경하고 아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 말은 통치자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좋은 가르침이다. 세상이 힘들어지는 건 독단이나 소수의 의견이 힘을 발휘할 때 생기기 쉽고 갈등과 대립과 다툼 또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는데서 비롯되는데 귀와 눈이 둘씩인 건 많이 듣고 많이 살피라는 뜻인 줄을 잘 알면서도 자만(自慢)과 욕심(慾心)을 다스리지 못해 일을 그르치고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힘들게 만드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괜찮게 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을 마음에 담고 많이 들어야 하겠다.
관자(管子) 군신(君臣)편에도 이와 비슷한 "한쪽 얘기만 들으면 어리석어지지만 합하여 전체적으로 들으면 총명해진다(別而聽之則愚 合而聽之則聖)"는 말도 있다.
말이란 하는 것은 쉬워도 듣는 것은 어렵다
兼聽則明, 偏信則暗.
겸허히 여러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편벽되게 한쪽의 말만 민으면 아둔해진다.
당 태종 때 간의대부를 지냈던 위징(魏徵)은 황제에게 끊임없이 간언을 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당 태종 재위 기간 가운데 수백 번에 걸쳐서 간언을 했고, 심지어 황제가 이미 결정했던 사란까지 옳지 않으면 반대를 함으로써 황제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간언은 모두 충심에서 비롯되었다. 태종 또한 사심없는 그의 간언을 중하게 받아들여 정사를 펼침으로써 중국 최고의 변성기 를 이룩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정관의 치'라고 부르는 까닭은, 간언을 서슴지 않는 신하와 그 간언을 대범하게 받아들였던 군주가 어우러져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정치의 모범으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명구절은 당 태종이 군주의 처신에 대해 묻자 위징이 대답했던 간언 가운데 나온다. 다음의 고사를 보자.
당 태종이 위징에게 물었다. "군주가 어떻게 해야 현명해지고 어떻게 하면 어리석어지는가?"
그러자 위징이 대답했다. "군주가 현명해지는 것은 여러 방면의 의견을 두루 듣기 때문이며, 아둔해지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 몇 사람의 말만 듣기 때문입니다. 옛날 요임금은 백성들의 상황을 밝게 이해했으므로 유묘의 난을 적시에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순임금은 널리 듣고 보았기 때문에 역적들을 내칠 수 있었습니다. 진나라 이세황제는 환관 조고의 말만을 믿었기 때문에 조고에게 살해되었고, 양무제는 주이의 말 만을 믿었기 때문에 굶어죽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수양제는 우세기의 말만을 믿었기 때문에 반란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군주가 널리 의견을 들으면 귀족과 신하들이 감히 속이지 못하게 되며 아래의 상황이 위까지 전달되옵니다."
군주가 여러 방면의 의견을 널리 듣는다는 말은 듣기 싫은 소리까지 듣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쪽으로 만 치우쳐 듣는 태도는 달콤한 의견만 듣는 것이다. 이런 군주에게는 충신이라고 해도 직언을 할 수 없다.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징의 간언에도 나오지만 귀를 열고 널리 들었던 임금들은 천하를 잘 다스리고 역적들을 내칠 수 있었지만, 몇몇 잘못된 신하들만 믿었던 군주는 자신도 죽고 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여씨춘추에서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을 할 수 없다(亡國君主, 不可以直言)"고 경고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군주가 듣기 싫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스로를 낮추 수 있는 겸손과 스스로를 절제하는 자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간신들의 달콤한 말을 무시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군주의 마음을 간질이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타고난 입담과 사람의 본성을 건드리는 술책으로 군주를 설득해 자기 의도대로 이끌어간다. 또한 자신의 입신해 방해가 되는 강직한 인물을 모함해 제거해 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말을 가려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채근담에서 "나쁜 말을 들어도 금방 미워하지 마라, 참소하는 사람의 분풀이일까 두렵다"고 경계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유심히 들으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게 된다. "말은 그 사람 자신이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듣는 법을 알아야 세상과 사람의 정보에 능통한 사람이 비즈니스는 물론 인생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지금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있거나, 장차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듣는 것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읽는 통찰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직언하는 신하 다섯 있으면 나라 잃지 않는다
논어 헌문편을 보면 공자가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공자가 위령공의 무도함을 말하자 계강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무도한 데 왜 망하지 않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중숙어가 빈객(賓客)을 접대하고, 축타가 종묘(宗廟)를 관리하고, 왕손가는 군대(軍旅)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망하겠습니까?"
위령공은 재위하는 동안 많은 실정을 저지른 무도한 임금이었다. 논어에도 위령공이 몇번에 걸쳐 나오는데 한결같이 그의 어리석음과 무도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라도 자기 직무를 잘 수행하는 훌륭한 재상들이 있으면 나라가 보존된다는 가르침이다. 그 당시 위나라에서 중숙어는 외교, 축타는 내치, 왕손가는 국방을 맡아 잘 이끌고 있었다. 이들 분야는 나라를 다스리는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인물들이 이처럼 나라의 중요한 요직을 맡아 잘 다스리고 있으므로 설사 군주가 부실하고 부도덕해도 위나라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보듯이 무도한 권력자는 간신들의 농간에 넘어가 충신을 쉽게 내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령공은 비록 무도했지만 그런 점에서는 예외였다. 사람을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주는 고사다.
공자와 대화를 나눴던 계강자는 그 당시 노나라의 정치를 농단했던 인물이다. 노나라의 임금 역시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였고, 계강자가 실권을 쥐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공자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계강자에게 신하로서의 본분을 지키고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해야 나라가 존립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가르침을 준 것이다.
효경(孝經)에는 이러한 공자의 가르침을 잘 말해주는 문장이 실려 있다. "천자에게 직언하는 신하 일곱명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 제후에게 직언하는 신하가 다섯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나라를 잃지 않는다. 대부에게 직언하는 가신 셋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무도하더라도 집안을 잃지 않는다. 선비에게 직언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름다운 명성이 떠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직언하는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는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불의한 일을 당하면 자식은 아버지에게 간언하지 않을 수 없고, 신하는 임금에게 간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이끄는 군주는 물론 그 누구라도 직언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군주는 나라를 잃지 않고, 대부는 집안을, 선비는 아름다운 명성을 잃지 않는다. 가정을 이끄는 아버지는 의롭지 않은 일에 빠지지 않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망국의 군주에게는 직언할 수 없다(亡國君主, 不可以直言)"는 구절이 있다. 이미 망해버린 군주에게는 나라도 신하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직언을 할 수 없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직언을 듣지 않는 군주는 나라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나게 일러준다. 이로 볼 때 군주가 나라를 잃지 않고 잘 다스리려면 조건이 있다.
먼저 직언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신하를 뽑아 곁에 두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군주가 잘못된 판단을 할 때 군주의 안색을 거슬러서라도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직 말 잘 듣는 신하, 생각이 같은 신하만 곁에 두면 마음이 든든할지는 몰라도 이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또한 신하들이 직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군주가 독단적이고 고압적이라면 그 어떤 직언도 불가능하다.
끝으로 군주 스스로 직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과 절제가 있어야 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아무리 강직한 직언을 해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과 소신 있는 신하를 뽑고, 이들과 함께 충심으로 힘을 합치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위기의 때라면 더욱 그렇다.
CEO가 까칠한 직언 멀리하면 위기는 찾아 온다
한국 기업에서 누가 감히 CEO의 독단 지적할 수 있나 그럴수록 비판에 귀 기울여야…
당 태종이 신하 위징(魏徵)에게 우매한 군주와 현명한 군주가 되는 차이를 물었다. 위징은 "고루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의견만 치우쳐 들으면 우매해진다(兼聽則明, 偏信則暗)"고 답했다는 고사가 있다.
당 태종이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군으로서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위징과 같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간언하는 충직한 신하를 가졌으며, 그 까칠하고 속 뒤집는 직언을 경청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통을 제대로 실천하는 리더는 흔하지 않다. 블로그나 트위터를 한다고 해서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소통의 본질은 정보와 논의의 개방성, 특히 비판적이고 불편한 소리를 듣고 존중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권력의 사다리를 오를 때는 주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정상에 서고 나면 소통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불만을 표출하는 경로로, 권위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을 방해하고 실행력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쉽다. 즉 권력을 가지면 소통을 외면하는 '소통의 역설'이 작용한다.
리더가 소통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의 자리를 스스로 위태롭게 한다. 귀에 거슬리고 불편한 비판의 소리를 기피하고, 듣기 좋은 소리에만 치우칠 경우 전체를 보는 눈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은 당연한 결과다. 힘이 강할수록 소통의 유인은 작고, 잘못된 결정을 선택할 위험은 커진다. 그 결과 정상에서 추락할 위험 또한 높아진다.
공자(孔子)는 주역 64괘 중 첫 번째 괘로서 가장 강한 힘을 시사하는 '중천건'의 여섯 번째 양(陽)에 대하여 '항용유회(亢龍有悔)', 즉 오를 데까지 오르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정상에 오른 사람이 스스로 삼가고 경계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상에 오르면 소통의 역설에 빠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삼가고 경계하는 초심(初心)을 유지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소통 문제는 우리 정치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정작 소통의 역설에 빠질 위험은 정치 지도자들보다도 기업 CEO들에게 훨씬 크다. 정치 지도자는 힘이 표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통의 유인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반대당 등의 견제 장치가 작동한다.
그러나 기업 CEO의 경우 기업 내부에서는 이사회와 노조를 제외하고는 견제 장치가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이사회가 '친목회'와 다름이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인사나 운영상의 결정은 대부분 CEO가 독단으로 행사한다. 기업 내부에서 누가 감히 CEO의 실책을 거론할 수 있는가?
특히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CEO'나 다른 이유로 제왕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CEO일수록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소통의 역설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스스로 위험 관리의 안전장치 없이 추락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이러한 위험이 CEO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기업문화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CEO들은 '전두엽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점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전두엽은 뇌의 앞쪽 부분으로 판단과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전두엽이 손상을 입으면 감정이나 의사 결정의 균형 감각이 크게 약화되는데 이것이 바로 전두엽 증후군이다.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뉴욕 월가 투자은행 CEO들의 자신감 과잉이 거론된다. 그들은 '전두엽 증후군' 환자들이었다. 균형 감각을 상실한 채 말 잘 듣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측근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수십 년 쌓은 성공의 신화를 하루아침에 망치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CEO 스스로가 소통의 역설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추락할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마저 심각하게 훼손시킬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금융계와 재계의 몇몇 사건들은 소통의 역설이야말로 우리 기업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배구조의 당면 과제임을 보여 준다.
▶️ 偏(치우칠 편)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한쪽 가의 뜻(邊)을 가진 扁(편)으로 이루어졌다. 사람이 한쪽으로 치우쳐 중정(中正)치 못한 것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偏자는 '치우치다'나 '쏠리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偏자는 人(사람 인)자와 扁(넓적할 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扁자는 널빤지에 글이나 그림을 그려 문 위에 걸어 놓는 편액(扁額)을 그린 것이다. 偏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戶자이다. 戶자는 외닫이 문을 그린 것인데, 偏자는 이렇게 한쪽으로만 열리고 닫히는 문을 그린 戶자를 응용해 사람의 마음이나 언행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偏(편)은 편(便). 편짝의 뜻으로 ①치우치다, 쏠리다, 기울다 ②편향되다(偏向--), 편중되다(偏重--) ③먼저 실례하다(失禮--) ④속이다 ⑤나부끼다 ⑥곁, 가 ⑦반, 절반(折半) ⑧한쪽, 한편 ⑨하나, 한 사람 ⑩보좌(補佐) ⑪남은 겨레 ⑫반신불수(半身不隨) ⑬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류(同類),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⑭시골, 궁벽(窮僻)한 곳 ⑮외곬 ⑯한자(漢字)의 변(邊) ⑰기어코, 일부러, 꼭 ⑱마침, 공교(工巧)롭게, 뜻밖에 ⑲조차, 마저도 ⑳한쪽 면의, 측면(側面)의 ㉑비정식의, 비정규의 ㉒보좌(補佐ㆍ輔佐)의, 버금(으뜸의 바로 아래)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궁벽할 벽(僻)이다. 용례로는 치우쳐 공평하지 못함을 편파(偏頗),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편견(偏見), 생각이나 도량이 좁고 편벽됨을 편협(偏狹), 한 쪽으로 치우침을 편향(偏向),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침을 편벽(偏僻), 한 쪽으로 치우쳐 무거움을 편중(偏重), 일정한 목표나 표준에서 벗어난 차이를 편차(偏差), 기울어져 있음을 편의(偏倚), 편견을 고집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음을 편집(偏執), 한쪽에 치우쳐 사랑함을 편애(偏愛), 성미가 편벽되고 좁음을 편애(偏隘), 한쪽 다리가 짧거나 탈이 나서 뒤뚝뒤뚝 저는 사람을 편파(偏跛), 성질이 편벽된 사람 또는 별난 짓을 잘 하는 사람을 편인(偏人), 성질이 편벽하고 곡함을 편곡(偏曲), 짐을 운반하는 작은 손수레를 편거(偏車), 편벽되게 얽매임을 편계(偏係), 치우치게 고통을 당함 또는 그러한 고통을 편고(偏苦), 공평하지 아니하게 물품을 한쪽에 치우치게 줌을 편급(偏給), 한 글자로 된 이름을 편명(偏名), 변방의 작은 나라를 편비(偏鄙), 편을 갈라 활쏘기를 겨루는 일을 편사(偏射), 편벽되고 막힘이나 융통성이 없음을 편색(偏塞), 편벽되고 인색함을 편색(偏嗇), 치우치게 받음을 편수(偏受), 아버지가 죽거나 하여 홀로 있는 어머니를 편모(偏母),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편파적(偏頗的),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을 편향적(偏向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아주 공평함이나 중립의 태도를 가짐을 불편(不偏), 서쪽으로 기울어짐을 서편(西偏), 물고기나 곤충 따위 몸이 옆으로 납작한 모양을 측편(側偏), 아첨하여 한쪽으로 치우침을 아편(阿偏),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처지를 일컫는 말을 편모시하(偏母侍下), 남보다도 더 고통을 받으면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편고지역(偏苦之役), 홀로 된 어머니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처지를 일컫는 말을 편친시하(偏親侍下), 어느 한 쪽에 기울지 않고 중정 공평함을 일컫는 말을 무편무당(無偏無黨),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짐 없이 중정 공평함 또는 늘 그러한 자연의 길의 본질을 일컫는 말을 불편부당(不偏不黨), 사심이나 편파됨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공평함을 이르는 말을 무사무편(無私無偏), 아첨하여 한쪽으로 치우침을 일컫는 말을 아유편파(阿諛偏頗), 그릇되고 온당하지 못한 여러 가지 정욕을 일컫는 말을 사욕편정(邪慾偏情), 두 쪽 가운데의 한 쪽 말이나 한쪽으로 기운 말을 일컫는 말을 일편지언(一偏之言) 등에 쓰인다.
▶️ 信(믿을 신)은 ❶회의문자로 䚱(신)은 고자(古字), 㐰(신), 孞(신),은 동자(同字)이다. 人(인)과 言(언; 말)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말하는 말에 거짓이 없는 일, 성실을 말한다. 옛날엔 사람인변(亻)部에 口(구)라 썼으며(㐰), 또 말씀 언(言)部에 忄(심)이라 쓴 글(䚱) 자체도 있다. ❷회의문자로 信자는 '믿다', '신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信자는 人(사람 인)자와 言(말씀 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믿다'라는 뜻은 人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㐰(믿을 신)자가 먼저 쓰였었다. 이후 소전에서는 口자가 言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표현한 信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信자는 '믿다'나 '신뢰하다', '신임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信(신)은 ①믿다 ②신임하다 ③맡기다 ④신봉하다 ⑤성실하다 ⑥~에 맡기다 ⑦확실하다 ⑧마음대로 하다 ⑨알다 ⑩신의(信義), 신용(信用), 신표(信標) ⑪편지(便紙ㆍ片紙), 서신(書信) ⑫정보(情報) ⑬증거(證據), 기호(記號) ⑭서류(書類) ⑮소식(消息), 소식을 전하는 사람 ⑯확실히 ⑰정말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믿을 시(恃),믿을 양/량(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의심할 의(疑)이다. 용례로는 믿고 받드는 일을 신앙(信仰), 믿고 의지함을 신의(信倚), 믿음성이 있는 사람을 신인(信人), 믿고 일을 맡기는 일을 신임(信任), 믿고 받아 들임을 신수(信受), 믿음직하고 착실함을 신실(信實), 변하지 않은 굳은 생각을 신념(信念),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신도(信徒), 옳다고 믿는 마음을 신심(信心), 믿고 따라 좇음을 신종(信從),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신용(信用), 남을 믿고 의지함을 신뢰(信賴), 상을 줄 만한 훈공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벌할 죄과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으로 곧 상벌을 공정하고 엄중히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신상필벌(信賞必罰), 돼지나 물고기 등 무심한 생물조차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신의의 지극함을 이르는 말을 신급돈어(信及豚魚), 옳다고 믿는 바대로 거리낌 없이 곧장 행함을 일컫는 말을 신심직행(信心直行), 꼭 믿어 의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신지무의(信之無疑), 믿음은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이고 또한 남과의 약속은 지켜야 함을 이르는 말을 신사가복(信使可覆), 성서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리스도에 대한 자기의 신앙을 공적으로 나타내는 일을 일컫는 말을 신앙고백(信仰告白), 신앙을 가지고 종교에 귀의하는 영적 생활을 이르는 말을 신앙생활(信仰生活),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우직하게 약속만을 굳게 지킴 또는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킴을 비유하는 말을 미생지신(尾生之信), 친구 사이의 도리는 믿음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붕우유신(朋友有信), 벗을 사귐에 신의으로써 사귐을 일컫는 말을 교우이신(交友以信),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함 또는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함을 일컫는 말을 반신반의(半信半疑), 무슨 일에나 승낙을 잘 하는 사람은 믿음성이 적어 약속을 어기기 쉽다는 말을 경낙과신(輕諾寡信)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 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 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일컫는 말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일컫는 말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일컫는 말을 삭즉삭(削則削), 가득 차면 넘치다는 뜻으로 모든 일이 오래도록 번성하기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이르는 말을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사즉생(必死則生),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임전훈을 이르는 말을 필생즉사(必生則死),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뜻으로 오래 살수록 고생이나 망신이 많음을 이르는 말 이르는 말을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뜻으로 한번 흥하면 한번은 함을 비유하는 말을 월영즉식(月盈則食),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남을 꾸짖는 데에는 밝다는 뜻으로 자기의 잘못을 덮어두고 남만 나무람을 일컫는 말을 책인즉명(責人則明), 너무 성하면 얼마 가지 못해 패한다는 말을 극성즉패(極盛則敗), 예의가 지나치면 도리어 사이가 멀어짐을 일컫는 말을 예승즉이(禮勝則離),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겸청즉명(兼聽則明), 예의가 너무 까다로우면 오히려 혼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예번즉란(禮煩則亂), 너무 세거나 빳빳하면 꺾어지기가 쉬움을 일컫는 말을 태강즉절(太剛則折), 세상에 도덕이 행해지면 즉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나아가서 활동함을 일컫는 말을 유도즉현(有道則見), 논밭 따위의 등급을 바꿈을 일컫는 말을 나역등칙(那易等則),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함을 일컫는 말을 물성칙쇠(物盛則衰), 죽어서 남편과 아내가 같은 무덤에 묻힘을 일컫는 말을 사즉동혈(死則同穴), 달이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월만즉휴(月滿則虧), 꽉 차서 극에 달하게 되면 반드시 기울어 짐을 일컫는 말을 영즉필휴(零則必虧),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물이 깊고 넓으면 고기들이 모여 논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수광즉어유(水廣則魚遊),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됨을 일컫는 말을 충칙진명(忠則盡命), 예의를 잃으면 정신이 흐리고 사리에 어두운 상태가 됨을 이르는 말을 예실즉혼(禮失則昏), 물의 근원이 맑으면 하류의 물도 맑다는 뜻으로 임금이 바르면 백성도 또한 바르다는 말을 원청즉유청(源淸則流淸),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자기가 남보다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일반 공중이 지켜야 할 법칙이나 준례를 만듦을 이르는 말을 이신작칙(以身作則), 새가 쫓기다가 도망할 곳을 잃으면 도리어 상대방을 부리로 쫀다는 뜻으로 약한 자도 궁지에 빠지면 강적에게 대든다는 말을 조궁즉탁(鳥窮則啄), 짐승이 고통이 극도에 달하면 사람을 문다는 뜻으로 사람도 썩 곤궁해지면 나쁜 짓을 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궁즉설(獸窮則齧) 등에 쓰인다.
▶️ 暗(어두울 암)은 ❶형성문자로 隌(암)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音(음; 암)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音(음, 암)은 아주 옛날에는 그늘의 뜻인 陰(음)과 닮은 발음으로서 어둡다는 뜻에 관계가 있었다. 날 일(日; 해)部는 태양, 暗(암)은 해가 가리어져서 어두움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暗자는 '어둡다'나 '보이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暗자는 日(해 일)자와 音(소리 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音자는 입을 벌려 소리를 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소리'라는 뜻이 있다.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소리뿐이 들리지 않는다. 暗자는 그러한 의미가 반영된 글자로 '어둡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暗(암)은 ①(날이)어둡다 ②(눈에)보이지 않다 ③숨기다, 은폐(隱蔽)하다 ④어리석다 ⑤거무스름해지다 ⑥깊숙하다, 유심(幽深)하다 ⑦외우다, 암송(暗誦)하다 ⑧가만히 ⑨남몰래, 은밀히 ⑩슬며시, 넌즈시 ⑪밤(=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두울 명(冥), 어두울 혼(昏), 어두울 매(昧), 어두울 몽(蒙),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밝을 명(明)이다. 용례로는 넌지시 깨우쳐 줌을 암시(暗示), 희망이 없고 막연함을 암담(暗澹), 어둡고 답답함을 암울(暗鬱), 머릿속에 그대로 외어서 잊지 아니함을 암기(暗記), 남의 눈을 피하여 몰래 활동함을 암약(暗躍), 남몰래 사람을 죽임을 암살(暗殺), 해면 가까이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바위를 암초(暗礁), 책을 보지 않고 글을 욈을 암송(暗誦), 캄캄함을 암흑(暗黑),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음을 암우(暗愚),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잠히 있음을 암묵(暗默), 연필이나 주판을 쓰지 않고 마음속으로 하는 셈을 암산(暗算), 남몰래 돌아다님을 암행(暗行),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서로 적대 행위를 하는 일을 암투(暗鬪), 밝음과 어두움을 명암(明暗), 몹시 껌껌하고 어두움을 흑암(黑暗), 어두울락 말락 할 정도의 어둠을 박암(薄暗), 어리석고 못나서 일에 어두움을 혼암(昏暗),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라는 뜻으로 어림짐작으로 사물을 알아내려 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모색(暗中摸索),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모르게 활동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비약(暗中飛躍), 어둠 속에 빛이 비친다는 뜻으로 뜻밖에 일이 잘 해결됨을 이르는 말을 암중방광(暗中放光), 어두운 거리에 밝은 등불이라는 뜻으로 삶의 가르침을 주는 책을 이르는 말을 암구명촉(暗衢明燭), 비가 올 듯한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다는 뜻으로 위험한 일이나 중대 사건 따위 좋지 않은 일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정세를 이르는 말을 암운저미(暗雲低迷), 남몰래 일을 꾸밈 또는 그 일을 일컫는 말을 암중공작(暗中工作), 그윽한 향기가 은근히 떠돎을 일컫는 말을 암향부동(暗香浮動), 어두운 천지 또는 암담하고 비참한 사회를 일컫는 말을 암흑천지(暗黑天地), 아무런 소용도 없는 짓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암중순목(暗中瞬目), 백성의 뜻에 영합하여 민심을 제 편으로 끌어들임을 일컫는 말을 암요인심(暗邀人心), 그윽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라는 뜻으로 매화를 두고 일컫는 말을 암향소영(暗香疎影), 어둠을 등지고 밝은 데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잘못된 길을 버리고 바른 길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배암투명(背暗投明), 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생긴다는 뜻으로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두려워서 불안해 함을 이르는 말을 의심암귀(疑心暗鬼) 등에 쓰인다.